▷ Misaki


'이렇게 로우요요를 한 다음에, 상승하면..!'


나는 현재 마사야와 함께 FC 놀이를 하고 있다. 마사야는 세계대회를 앞두고 있고, 대회 개최일까지 앞으로 1주일밖에 안 남았다.


아오이 씨는 마사야가 재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내가 훈련에 참가하는 걸 허락해 주었다. 나도 계속 마사야와 함께 놀고 싶으니 매우 잘된 일이다.


난 지금 마사야와 처음 만난 그 당시의 복장을 착용한 채 플라잉 서커스를 즐기고 있다. 왜냐면 이 복장은 움직이기 편하기 때문에. 마사야도 그 당시와 비슷한 복장을 입고 있기에 뭐 피장파장이다.


뭐, 시라세 씨한테서 경주용 복장을 얻어 입으면 좀 더 연습이 잘 될지도 모르지만, 난 지금 돈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림의 떡이다. 그 대신, 난 경주용 그라슈를 신고 있다.


비연 2호.


'난 필요없으니 너 가져.'


'에? 이거... 마사야가 필요하잖아?'


'아무래도 나한텐 이제 이런 경기용 그라슈가 몸에 맞지 않은 것 같아. 그래서 못 쓰겠어. 하지만 버리기에도 뭐하니까, 네가 써주면... 고맙겠달까?'


'고, 고마워! 근데 그러면 마사야는 대회 때 뭘 쓰게?'


'따, 따로 생각해 둔 게 있어! 그러니 걱정하지 마!'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 그라슈를 나에게 넘겼다. 덕분에 매 연습 때마다 매우 쾌적하긴 하지만... 마사야, 괜찮을까냐?


아무튼 지금은 FC 놀이 중이다. 집중해야만..!


부이 터치!


나는 마사야가 양보해준 덕분에 일단 세컨드 부이를 터치해 1대 0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 다음, 쇼트 컷으로 세컨드 라인에 나와 있는 마사야를 제치고 다음 부이로 가야 한다. 근데, 마사야... 쇼트 컷으로 세컨드 라인에 다다른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이거, 예전에 처음 만났을 때보다 몇 배는 더 빨라진 거 같은데, 내 착각일까나?


난 그에게 돌진하여 좌우로 지그재그를 그리는 시저스를 시전했다. 그 뒤 곧바로 하이요요를 그려 마사야를 따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읏! 왜 이렇게..!'


"토비사와, 너무 느린 거 아냐?"


아니라고! 지난 1주일간의 연습으로 내 실력은 늘었을 터. 스피드도 아오이 씨가 직접 측정해주었는데, 스피드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고 했단 말이야!


그는 하이요요로 하늘 높이 떠오른 나를 눈 깜짝할 사이에 추척하여 내 바로 앞에서 블로킹을 시전했다. 이, 일단 측면으로 파고들어 어떻게든 따돌리지 않으면, 그리고 부이에 터치한다!


난 생각한 대로 우측면으로 찔러들어간 뒤 부이를 향해 급하강했다. 하지만...


─팡!


난 마사야의 정면 터치에 멤브레인을 맞고 날아갔다. 부이에는 전혀 닿지도 못했다.


정면 터치라서 그가 득점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건 상상 이상이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진 거야, 마사야!


그는 처음에도 물론 강했지만 이 정도까진 절대 아니었다.


그 때 그는 제 실력을 전부 발휘하진 않았어도 적어도 시합에는 적극적으로 임해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뭐랄까... 나를 상대로는 실력 발휘할 가치조차 못 느끼는 듯 가볍게 나를 제압했다. 압도적인 실력의 격차가 뼈져리게 느껴졌다. 우아, 마사야 무섭다냥~!


그렇게 나를 터치한 것으로 부이 득점권을 탈취한 그는 얼른 뒤돌아 부이에 돌진하여 1점을 얻어냈다. 이걸로 1대 1이 되었다. 나는 얼른 그를 쫓아 날아갔다. 그러나 어찌나 빠르던지 그와의 거리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점점 벌어졌다!


도무지 안 되겠다고 느낀 나는 서드 라인을 포기하고, 곧바로 쇼트 컷하여 포스 라인으로 진입했다.


'뭐, 뭐야 이거!'


헌데, 난 지금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왜냐면 나는, 마사야가 쇼트 컷한 나보다 앞에서 날고 있었다는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내가 쇼트 컷하는 동안, 마사야는 그 짧은 순간에 부이를 터치한 뒤 곧바로 포스 라인의 3분의 2를 날았다는 이야기다.


'...큭! 괴.. 괴물!'


혹시 마사야가 소닉 부스트를 썼나?


소닉 부스트는 마사야한테서 가르침 받은 것으로, 멤브레인을 컷트시켜 초가속하는 기술이다. 아오이 씨의 주력기술이라는데 마사야도 쓸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근데, 방금 전의 그는 전혀 그 기술을 쓴 기미가 안 보였다. 만약 그 기술을 그가 썼다면 뭔가 그의 주위에서 멤브레인의 진동이 느껴졌을 것이다. 헌데, 그런 흔적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답은 한 가지, 기술 사용 같은 건 전혀 없이 맨 스피드로 이동했다는 것. 근데, 그 스피드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라는 거다.


그렇게 마사야는 포스 부이뿐만 아니라 퍼스트 부이까지 터치에 성공하여 3대 1이 돼버렸다.


나는 쇼트 컷을 연속적으로 시전했지만, 그래도 그를 따라잡는 건 역부족이었다. 연이어 세컨드 부이, 서드 부이를 터치해 5대 1이 되었다.


"이래선 그냥 스피드겜이 되니깐 배려해서..."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린 걸 그도 마음에 두고 있었는지, 그는 비행 도중에 멈춰서 포스 라인에 서서 나를 기다렸다.


"쓸데없는 배려는 필요없어, 마사야!"


"......하지만, 토비사와. 이건 연습이야. 진심으로 임하지 않아도 돼. 자, 얼른 사양하지 말고 도그파이트하러 들어와 봐."


"으으!"


난 그의 제안에 따라 그의 등을 노리기 위해 돌입했다.


난 그의 좌측면으로 파고 든 뒤 왼손을 뻗어 그의 등을 노리려 했다. 그러나 팍 하고 내 터치는 그의 오른팔에 의해 막혔다. 마치 칼날을 패링(parrying)하는 것처럼 내 왼손은 내 시야를 기준으로 왼편으로 흘려졌다. 이번엔 나는 연이어 오른팔을 뻗어 등을 터치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그 시도도 무산됐다.


"아읏!"


왜냐면 마사야는 방금 전과 같이 오른팔을 휘둘러 나를 정면터치하여 멀리 날려보냈기 때문이다.


"─으아아아!"


근데 갑자기 불상사가 발생했다. 마사야의 정면터치가 너무 강력했던 탓인지 내가 서드 부이에 충돌할 위기에 처했다! 안돼, 잘못하면 부딪치겠어!


"위험해!"


순간, 마사야가 재빠르게 날아와 나를 받아냈다. 덕분에 무사하긴 했는데...


내가 제법 멀리 날아갔기 때문에 마사야와의 거리가 꽤나 벌어졌었는데, 어떻게 그가 나한테 도달해 받아내기까지 할 수 있었을까?


이거, 그의 실력이... 뭔가 이상하다. 위화감이 상당히 든다.


'그런데, 어? 어어어!?'


잠깐! 마사야가 날 받아든 자세가 왜 이래!! 고, 고고고고고고 공주님 안기 자세라고오!!? 이이이이건 대체 무슨 사태야!?


"...괜찮아?"


"어, 괘...괜찮아...고마..워..."


정말 부끄럽다. 세상에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남자애에게 안기다니!


내가 이런 보이쉬한 차림이라서 제3자가 볼 시 비주얼이 애매할 거라서 다행이다. 만일 예전의 프릴 원피스 차림이었다면 지금보다 곱절은 더 부끄러웠을 거다.


"우선 오늘 연습은 이걸로 끝내자. 뭔가 더 해봤자 더 나아질 것도 없어보이니까. 게다가 뭔가 위험할 것 같기도 하고."


"으, 으응..."


"그럼, 전원 OFF."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는 나를 안은 채 공중에서 지상으로 착지했다. 그 뒤 나는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그나저나 지금 마사야가 사용하고 있는 그라슈말인데, 전혀 선수용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겉보기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신는 민간용으로밖에 안 보인다.


대체 뭐지? 굳이 성능 좋은 선수용 그라슈를 나한테 주고, 그 대신 민간용으로 대회에 나간다?


이거 무슨 기행인가? 영문을 모르겠다. 이렇게 되면 대회에서 매우 불리해질 텐데 대체 마사야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헌데, 그저 단순한 민간용 그라슈는 아닌 듯했다.


'콘트레일이 그려졌어. 매우 두께가 얉긴 했지만,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정도는 됐어.'


그럼 민간용 그라슈를 선수용에 맞게 개조한 건가? 그게 가능해?


"아, 이거...? 계속 이 그라슈를 신경쓰고 있는 거였어? 이거 내가 하야토 형아에게 부탁해서 개조받은 거야."


"어라? 마사야, 내 생각을 알고 있었어?"


"응, 솔직히 비연 2호를 받을 때부터 의아해하는 표정이 얼굴에 드러나더라고. 뭐, 나라도 네가 그 다음날부터 민간용 그라슈 신고 나와서 연습하자고 말하면 신경이 안 쓰일 수밖에 없겠지."


"그럼 말해줘. 왜 갑자기 민간용 그라슈를 개조해서 FC를 하게 된 거야?"


"......뭔가 나 자신이 이상해서 그래. 요즘 실력향상이 비정상적으로 향상돼서, 뭔가 위험할까 싶어서, 그렇기에 선수용 그라슈는 쓰면 안 될거 같아서 나 자신 스스로 봉인했어."


"그, 그런... 역시 더 강해진 건 사실이었어...?"


"어? 토비사와도 느낀 거야?"


"응, 처음 붙어봤을 때와는 실력이 아예 딴 판이었거든. 솔직히... 방금의 마사야가 괴물이라고까지 생각했어."


"괴, 괴물이라니... 사실 방금의 연습시합 때 나는 전혀 제 실력을 발휘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그냥 대충했거든."


"대, 대충!? 대충한 게 그 정도라는 얘기야!!?"


나는 마사야의 말에 놀라 얼른 얼굴을 가까이 한 채 그의 옷깃을 꽉 붙잡았다.


"으악, 가, 가깝다고! 좀 떨어져!"


"아, 미안... 그래서, 일종의 파워업을 했다는 거? 그, 그게 가능한 거야?"


"...나도 모르겠어. 대체 뭐가 원인인지. 그냥 그 동안의 불안감이 없어져서 본 실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나는 현재 그렇게 보고 있어."


"그런가...? 영문을 모르겠다냐~"


.

.

.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고, 나는 현재 내가 거주하는 집인 할머니 댁으로 그를 초대했다.


솔직히 갈아입는 건 조금 귀찮긴 했지만, 왠지 오늘은 좀 더 귀여운 옷으로 이미지 체인지하고 싶었기에 도중에 집에 들렀다. 내친김에 갈아입고 나서 마사야를 데리고 상점가에라도 가서 재미있는 걸 즐기지 뭐~!


"우와, 참으로 넓은 집이네? 내 집은 이렇게까지 넓지 않아."


"쓸데없이 넓기만 한 집이라서 별 거 없어. 그러니 사양하지 않고 들어와도 돼."


원래라면 한두 번 머물고 큐슈에 있는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그런 일을 겪은 후 여기에 머물기로 결정한 뒤로는 아예 내 집이 돼버렸다. 그래, 시토는 이제 내 집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 마사야와 함께 하게 되겠지. 뭐, 마사야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도 생기면 재미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인연이 닿을만한 사람이 아직은 없다.


웬일인지 할머니도 계셨다. 할머니치고는 생각보다 젊으신 분이라 나름 개방적인 말씀을 하곤 하는데, 때마침 마사야를 보자마자 남자친구가 생겼냐면서 들이대셨다. 나참, 그게 아니라니까! 그냥 친구라고오~! 친구가 된 지 아직 한 달도 안 됐다냐! 그러니 제발 그만 달라붙어줘!


"하아아~ 간섭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매우 활기찬 할머니네."


"아직 젊으셔서 그래. 옛날에는 잘 나가는 미인이셨다는 얘기도 있고. 그나저나 민간용 그라슈를 선수용으로 개조한다니 그게 가능한 거야?"


"...아, 그 얘긴가? 개조는 하야토 형아가 해줬기에 나는 잘 몰라. 하지만 어떻게 하는지는 배우고 싶어."


"배우고 싶다고? 그럼 그라슈 장인이라도 되고 싶은 거야?"


"응, 만약 선수를 더 못 해먹을 때가 온다면 그쪽으로 선회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실력을 키우고 싶거든."


"우와... 아직 우리 초등학교 6학년밖에 안 됐다구? 너무 빨리 진로를 생각하는 거 아니야? 이 미사키쨩은 마사야가 너무 멀리 나가버려서 좀 서럽다냐~♪"


"서러울 것까지야... 아무튼 갈아입는댔지? 그럼 잠시 나가있을게."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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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 전에 입었던 프릴 원피스를 걸친 후 마사야와 함께 놀러 상점가에 왔다. 역시 이런 복장이 하늘하늘해서 기분 좋다니까~ 게다가 겨우 내 옷을 입은 느낌이 나니 날아갈 것만 것다냐~ 바지와는 달리 다리 관절을 움직이는 데 제약이 거의 없으니 편하기도 하고. 다만, 노출에 좀 더 신경써야 하는 건 익숙해지지 않는달까? 뭐, 나를 포함해서 모든 여성들이 겪는 문제이니 이런 자잘한 건 신경쓰지 않기로 하고.


여기는 역시 활기차다. 장을 보러 온 주부들은 좀 더 맛있는 식사를 만들기 위해 질 좋은 재료를 찾아나서고 있고, 이제 하교하는 중고생들은 학교에서 시달렸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오락 및 레저시설로 몰려간다. 이런 광경은 정말 값진 것이다. 내가 살던 큐슈의 동네도 이렇긴 했지만, 여긴 그보다 더욱 번화해 보인다.


저 멀리 장바구니를 두 손에 들고 하늘로 날아가는 아주머니 한 명이 보인다. 역시 시토다. 안티 그래비티 슈즈가 일상화된 환상적인 곳이다.


아직 그라슈가 표준화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FC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마저도 그라슈를 신고 하늘을 유영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한 동네이다.


하늘에 닿는 기쁨을 알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도시. 이곳이 지금부터 내가 살아갈 곳이다.


"지금부터 뭐하고 놀래, 마사야?"


"...아, 일단 오락실에서 스트레스 좀 확 풀어야겠지? 왠지 땡기거든. 그런데..."


"응? 뭐 하고 싶은 말 있어? 말해봐 말해봐~♪"


과연 그는 대체 무엇이 신경쓰이는 것일까? 참으로 궁금하다.


"토비사와 너 말이야. 입고 있는 옷은 무지 귀여운데, 머리부분은 좀 수수하달까... 그나마 머리카락이 길었다면 봐줄만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짧은 머리잖아? 뭔가, 완벽하게 보이지 않는단 말이지."


"......즉, 여자애같이 안 보인다는 거야? 윽, 나 쇼크먹었어!"


"불완전하다는 얘기야. 따라서 그걸 보완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아이템이 필요해."


"아이템? 게임 얘기하는 거야? 왠지 두근거리는걸?"


"그래서 말인데, 오락실 가기 전에 너한테 어울리는 리본을 사러 가자. 머리 양측에 하나씩 장비하면 왠지 완벽해질 거 같거든?"


"리본? 그런 걸 왜? 조... 좀 부끄러울 거 같은데..."


"한 번 해봐. 여자애잖아? 꽤 잘 어울릴걸?"


"그렇게 말한다면야..."


마사야가 말한 대로 나는 나만의 전용템을 찾기 위해 액세서리숍으로 향했다. 근데, 도무지 뭐가 어울리는지 나 자신으로서는 알 수가 없어서 그에게 선별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근처에 거울이 없는 게 너무 아쉽다. 만약 있었다면 몇 개 골라서 달아보고 스스로 관찰해보는 것도 가능했을 텐데.


"에이, 여기는 네게 어울리는 게 하나도 없네. 저기 백화점에 가자. 저기 안에 따로 액세서리숍이 있거든. 거기 가면 아마 구할 수 있을 거야."


어쩔 수 없이 전용템을 찾아 발품을 더 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별로 안 걸었기 때문인지 발이 아프지는 않았다. 그라슈로 날면 되긴 하지만 왠지 FC 연습을 한 것 때문에 오늘은 더 이상 하늘을 날고 싶지 않았다.


역시 땅에 발을 붙이고 걷는 건 또다른 매력이 있다. 이래서 전략 시뮬레이션 게이머들은 지상유닛도 쓰는구나.


암튼 백화점 내부에는 온갖 금품들과 생필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의류 및 신발 천지였다. 여기서 몇 층 정도 올라가면 액세서리가 가득한 곳이 나온다. 아, 저기는 란제리숍이네? 나는... 아직 이른가?


그렇게 백화점의 액세서리숍에서 나한테 어울리는 리본을 찾기 시작했다. 예상외로 길거리의 숍에 있던 것보다 귀여운 디자인이 꽤나 많았다.


"아, 이거 좋겠네. 어떻게 생각해, 토비사와?"


"이 레이스가 달린 검은 리본세트 말하는 거야? 흠, 이거 내 머리색과 비슷해서 오히려 돋보이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거울로 너의 머리카락색을 봐봐. 네 머리칼은 옅은 흑발이라서 이런 짙은 다크그레이 색과 연계하면 참으로 멋있다구! 장비해줄 테니 어디 저기 거울로 가서 구경해보셔!"


그의 주장도 일리가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리본을 억지로 장비당한 채 거울 앞에 섰다. 왠지 부끄러워서 리본을 빼고 싶어도 마사야의 성의를 무시할 순 없었다. 이 장비템은 일종의 커스드 아이템인 거냐!? 마사야의 농간인 거냐아!


"......"


하지만, 리본을 단 내 모습을 보자 그런 생각들이 싹 사라졌다.


"......이게...... 나?"


거기에는 보이쉬한 복장으로 내면의 부끄럼을 감춘 소심한 소녀는 없었다.


큰 모자로 머리를 푹 눌러 쓴 허세투성이인 여자애는 더욱 없었다.


...오히려 거기에는, 머리 양측에 검은 레이스 리본을 달고 프릴 원피스로 치장한 귀여운 소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