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saki


"...이제야 좀 봐줄만하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내가 리본과 원피스로 치장한 자신의 모습에 넋이 나가있을 동안, 갑자기 뒤에서 마사야의 목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정말로 그가 있었다. 근데 여긴 탈의실 안인데!


"앗, 이봐 왜 멋대로 탈의실 안으로 들어오는 거야? 서, 설마 마사야는 엿보는 게 취미!?"


"멋대로 나를 엿보기범으로 취급하지 말아줄래? 고작 리본 하나 달러간 주제에 엿볼 게 뭐가 있다고 그래?"


"그, 그건 그렇지만..."


"아무튼 어떻게 생각해 내 선별은? 제법 마음에 들지?"


"......괜찮다고, 생각...해..."


"헤헷, 역시 내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니까?"


이거 비주얼이 정말 마음에 든다. 아직 숏컷인 나라도 충분히 내 성별에 맞는 어필이 가능할 정도로 좋은 물건이다. '전용템'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건 보이쉬한 복장과 함께 착용할 수는 없겠지. 왜냐면 전혀 안 어울리니까.


.

.

.


쇼핑이 끝난 후 나는 그와 함께 오락실에서 신나게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난 평소에 하던 단레보(ダンレボ / DDR / 댄스댄스 레볼루션)을 했는데, 득점이 평소보다 잘 안 나왔다.


왜냐면 지금 내가 착용 중인 복장이 매우 신경쓰였기 때문에. 바지를 입고 있을 땐 노출을 전혀 신경 안 써도 됐기에 이리저리 마구 밟을 수 있었지만 이런 차림이니 차칫 잘못하면 보일까봐 전전긍긍했기 때문이다.


"...이럴 거면 그냥 오자고 할걸. 미리 안 말해서 미안..."


"됐어. 갈아입겠다고 한 건 바로 나였는걸. 고작 이런 게임의 점수가 평소보다 잘 안 나온다고 해서 별로 실망하지 않았다구. 그나저나 마사야도 해볼래? 엄청 재밌다구~"


"처음이긴 하지만, 한 번 해볼까? 방법은... 하는 걸 보긴 했으니 괜찮겠지? 아, 이 뒤에 인형뽑기도 할래?"


"뽑고 싶은 거라도 있어?"


"아직 정해놓은 건 없지만, 딱 보고 가장 멋있는 걸 뽑으면 되지 않을까?"


그는 역시 처음인 만큼 단레보의 점수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충분히 즐거워보이니 마음이 놓였다. 도중에 내가 하는 법을 지도해줬지만 역시 단시간에 실력이 늘지는 않았다. 아, 처음 단레보했을 때가 기억나네.


그 후 인형뽑기까지 도전해봤는데, 생각만큼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우리보다 좀 더 나이많은 오빠 언니들이나 다른 어른들은 잘만 뽑던데, 왜 우리 둘 다 실패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이거 무슨 요령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결국 이리저리 시도해봤지만 동전만 허비했다. 아, 아까운 짤랑이들... 주머니 무거운 걸 감수하고 겨우 가져왔다만 여기서 다 잃다니 이게 뭐다냐!


딴 인형들도 무지하게 귀여웠지만 지금 뽑기 실력으로는 저기 널리고 널린 주황색 인형인 시토 군도 못 건진다. 어쩔 수 없이 패배의 쓴 맛을 보는 수밖에 없다.


"아, 먹방 탐방을 깜빡했다. 저기, 마사야. 여기 맛있는 거 뭐 있는지 알아? 여기 토박이잖아?"


"글쎄...? 난 미식 취미는 딱히 없어서 여기에 무슨 맛집이 있는지 잘 모르는데?"


"에? 여기 토박이면서 이 좁은 섬에 대해 그렇게나 모를 수가 있어? 마사야는 이상한 점에서 어리숙하다냐~♪"


"시, 시끄러! 뭐, 좋은 기회겠다...좋은 식당을 찾아서 이 섬 곳곳을 둘러보는 게 어때?"


"다리 좀 아플 거 같지만 상점가는 그리 넓지 않을 거고... 좋아."


또 숨겨진 보석을 찾기 위해서 발품을 파는 것인가? 뭔가 모험 같아서 두근두근거린다. 뭐어, 이번엔 보석이 아니라 좋은 명당을 찾는 거지만 그게 그거지. 아무튼 또다른 모험을 하러 가 보실까나?


▷ Mashiro


"아와와와와─! 이게뭐야이게뭐야이게뭐야! 꺄아아앗!!"


돈다. 빙글빙글 돈다. 세상이!


그와 동시에 내 몸도 공중에서 이리저리 돌고 있다. 


이럴 거면 엄마한테 졸라서 그라슈 사달라고 하는 게 아니었어 으아아아아!!


나는 그렇게 정신없이 길가의 공중에서 이리 멤돌고 저리 멤돌았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파악이 안 됐다. 이러면 안 되는 건 아는데 잘못하면 누구와 부딪쳐 사고라도 날지도 모르는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이제와서 어떻게 하라고 으아아악!!!


갑자기 내 몸의 회전속도가 빨라지더니 순간 한쪽 방향으로 크게 쏠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이거 뭔가 위험한데!? 으어어어─ 부, 부딪칠 거 같아아!


─덥썩!


"꺄앗-!!"


"후, 아슬아슬했다..."


그런데, 무언가가 그런 나를 받아들었다. 내가 착용한 숏팬츠 부분에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졌다. 덕분에 아무래도 위험에서 벗어난 거 같았다.


'.......어? 어? 대체...!?'


헌데, 무언가 이상했다. 정신차리고 보니 나는 누군가에게 의해 일명 공주님 안기 자세로 안겨 있었다.


부, 부끄러! 여기는 길가라서 사람들 다 보고 있을 텐데 이런 부끄러운 모습으로......으으!


"저기... 괜찮아?"


"아, 그게..."


날 받아든 그 누군가는 공중에 있는 모양인지 지상으로 점점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저나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남자애 같다.


그, 그럼 난 남자에게 부끄러운 모습으로 안겨져 있는 거야!?


"끼야아아아─!!"


"자, 잠깐! 갑자기 날뛰지 마앗!"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팔다리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이에 따라 덩달아 그의 몸도 흔들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미 지상에 도달했기에 더 이상은 위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아둥바둥 날뛰는 나를 쩔쩔매하며 내려주었고, 덕분에 나는 무사히 땅을 밟을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저기, 오, 오빠는 누구..야?"


나는 구해준 그에게 힘겹게 말을 걸었다. 평소에 같은 반 친구들과 교류를 전혀 해보지 않았기에 입을 떼는 게 보통 쉬운 게 아니었다.


근데 아차! 구해준 은인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게 먼저인데! 이런 내 정신머리!


"나? 난 그저 지나가던......이런, 이 메타는 요즘 안 먹히지? 그냥 FC 선수 나부랭이라고 기억해줘. 그럼..."


"FC? 그게 뭐야?"


처음 들어보는 단어다. 대체 무슨 뜻일까?


암튼 그는 약간 긴 갈색 머리카락 덕분에 잘못 보면 여자아이로 착각할 것만 같은 남자아이였다. 근데 느껴지는 품격으로 보건데 나보다 나이가 약간 많은 것 같았다.


"마사야, 갑자기 왜 뛰어나간 거야? 엣─?"


그런데 저편에서 웬 여자아이가 이쪽으로 뛰어나왔다. 원피스 차림에 검은 리본을 단 여자애였는데, 이쪽도 왠지 연상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 이 짧은 트윈테일 애는 대체 누구야?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저기, 설명 좀 해줘."


"멀리 공중에서 누군가가 아둥바둥하고 있는 게 보여서 얼른 튀어갔지. 그랬더니 얘가 근처 건물 벽에 부딪치기 직전이었던 거 있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구해버렸다는......스토리인데......어이, 왜 그렇게 눈을 빛내고 있어? 내가 마치 스펙터클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잖아? 이거 실화라고?"


"이야~ 마사야의 인생은 정말 파란만장하게 흘러가는 거 같다냐~ 나까지 모자라서 이젠 이런 작은 여자애까지 구하고. 무슨 라노벨의 남자 주인공도 아니고."


"절대 아니거든!"


날 구해낸 남자애와 갑자기 튀어나온 여자애는 꽤 친한 것 같았다. 서로 얘기하는 모습이 매우 활기찼다.


좋겠다, 나도... 저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그래서, 언니와 오빠들은 대체... 누구?"


나는 결국 궁금증을 못 이기고 입을 열었다. 이런 화기애애한 대화가 부럽기도 했지만 그 사이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고 싶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별로 화제라 할만한 게 없네? 이거 어떡하지? 지난 몇 년 동안 친구를 사귄 경험이 거의 없었다고나 할까 이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졌다고나 할까 정말 마시로 한심하네!


어렸을 때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분명 친하게 지내는 애들이 있긴 했지만, 관심사와 취미가 점차 엇갈리기 시작하더니 불과 몇 년 전에 있었던 따돌림 사건에 크게 데인 후로는 정말로 혼자가 돼버렸으니 지금의 자극은 정말로 컸다.


"안녕~ 나는 토비사와 미사키, 미사키쨩이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다냐~ 그러는 거기 귀여운 미소녀 씨는 누군지 소개해줄래?"


"나, 난... 마시로... 아리사카 마시로...라고 해..."


"아아, 마시로쨩인가? 저기, 실례지만 뭔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대답해줄 수 있을까나?"


"궁금한 거라도 있어..?"


-꼬르륵!


그 순간, 그녀의 배에서 뭔가 부끄러울 것만 같은 소리가 났다. 아하, 그런 건가.


"윽, 내 뱃속의 알람시계가... 소문 안 낼거지?"


끄덕끄덕-! 나는 말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수긍했다.


"혹시, 배가 고픈...거야?"


"시간이 좀 지났기에 출출해져서 음식점을 찾고 있었어. 어디 맛있는 데 아는 곳 있어?"


"그럼... 혹시 우동 좋아해?"


나는 내 가게 홍보도 할겸, 이 시토에서 가장 맛있는 식당을 소개해주기로 했다.


.

.

.


"내 집 근처에 이런 맛있는 우동집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남자애는 젓가락으로 면을 집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나저나 맛은 어떻게 평가해줄까? 우리집 우동이 제법 맛있는 건 아는데 아직 가게를 연 지 몇 년 지나지 않았기에 자신이 없다. 부모님 실력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또래 아이들에게 평가되는 건 조금 불안하다고나 할까?


"...맛은 어때, 오빠?"


"응? 국물 좋고, 면 쫄깃하고, 제법 맛있어. 근데... 왜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는 거야?"


"저, 정말? 맛있어? 맛있는 거지!? 헤헷...♪"


마, 맛있다고 해줬어! 비록 내가 만든 건 아니지만 부모님이 만든 우동이 좋은 평가를 받은 건 정말 기쁘다.


"정말 눈치가 없구나, 마사야. 이 우동 이름이 뭔지 한 번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잖아?"


"......앗! 그러고 보니..!!"


그렇다. [마시로 우동].


나의 집인 우동가게가 메인 요리로 밀고 나가는 게 바로 이 마시로 우동이다.


게다가 이 메뉴는 아예 자녀인 내 이름을 박아넣었기에 이 요리 자체가 나 자신의 가치가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 부모님이 나를 얼마나 끔찍하게 여기시는지 잘 알 수 있는 지표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이 요리에 크나큰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아참, 내 소개를 안 했네? 나는 히나타 마사야. 애초에 시토 토박이고 쿠나하마 초등부에 다녀. 6학년이지."


"아, 난 아까도 소개했지만 아리사카 마시로야. 오빠하고 같은 초등부고... 1년 아래 후배입니다. 잘 부탁해...요..."


아... 1년 오빠였구나. 게다가 여기 토박이였고 우리 가게 가까운 데에 집이 있었구나. 뭔가 엄청 반가워진다.


"아니아니, 갑자기 왜 경어야? 그냥 아까처럼 편하게 불러? 나는 불편한 거 싫거든."


"응, 그럼 마음대로 부를게, 마사야 오빠. 아, 그럼 언니는? 토비사와 미사키...씨...였던가? 그쪽도 6학년? 그럼 토비사와 씨라고 불러야 하나요?"


"에에? 나도 딱딱하게 불리는 거 별로다냥! 아예 미사키쨩~하고 불러봐~"


"에......처음 보는 사이에 그건 좀..."


"그러면 내가 섭해... 내가 싫어하는 게 어색한 분위기, 딱딱하고 경직된 공기... 이런 거거든! 그러니깐 활기차게 편안하게 미사키쨩~하고! 아니면 정녕 부담스럽거든 미사키 언니~하고 불러봐~"


이 사람 너무 붙임성 좋아! 커뮤력도 뭔가 쩔고!


이에 덩달아 나 자신도 박자맞춰 삼만리가 될 거 같아! 으아아, 마시로 살려!


이 토비사와 미사키 씨는 부디 절친처럼 불러달라고 나를 붙잡고 있다. 아니, 정정할게. 그녀는 아예 날 안고 있다. 포옹하고 있다. 마치 친언니처럼! 숨막혀, 괴로워! 따뜻함이 가슴을 메우기 시작했어! 사랑이 무거워!! 어떻게, 어떻게 초면인 사람에게 이런 상냥함을 보일 수가 있지? 그녀는 천사인가?


"으아아! 둘 다 나한텐 벅찬 선택지야! 그, 그냥 내가 연하니까 미, 미사키 언니라고 부를게ㅇ... 아니, 부를게에! 으앙, 그러니까 나 좀 그만 놔줘어어!"


따라서 딱딱한 호칭, 초면에 잘 쓰는 경어도 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 지금 이 순간, 평생 친구를 둘 얻은 듯한 느낌이 든 건 착각인 것일까?


"어머 마시로쨩, 벌써 얘네들하고 친구가 되어가는 거니?"


"엄마!"


그런데 엄마가 저편에서 서빙을 하던 중 잠깐 여유시간이 되었는지 이쪽에 간섭을 해왔다. 무척 밝게 웃는 미소로 나를 따뜻하게 내려다보면서 말이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히나타 마사야라고 해요. 여기 우동 정말 맛있네요? 앞으로 자주 먹으러 와야겠어요."


"우리집 간판메뉴를 그렇게 칭찬해주다니 정말 고마워. 그나저나 자주 오겠다니, 혹시 여기 근처에 사니?"


"네, 여기서 5분도 안 걸려요. 아, 그리고 이쪽은 토비사와 미사키라고 하는 친구인데, 일주일 전에 시토에 살게 됐어요. 야, 근데 토비사와. 너는 이 우동 맛이 어때?"


"음, 나 실은 우동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우동만큼은 예외로 칠래. 국물의 감칠맛이 끝내주고, 또......"


"또...?"


"면이 뭔가 특별해. 시판되는 보통 면이 아닌 거 같은 느낌이 들어. 혹시 수제인가요?"


"응, 남편이 특별한 제조법으로 만든 면이거든. 아, 만드는 법은 기업비밀이라서 알려줄 순 없단다~"


아빠만이 제대로 알고 있는 비법 중의 비법이다. 비밀로 하는 건 당연하다.


"그나저나 시로, 길가 가장자리에서 민간용 그라슈로 날다가 공중에서 이리저리 멤돌던데, 왜 그러고 있었던 거야?"


에? 마사야 오빠, 갑자기 날 부르는 방식이 급변했는데? '시로'라고?


"마사야 오빠, '시로'라니? 갑자기 왜...?"


"내 질문보다 우선 그걸로 걸고 넘어지는 거야? 뭐, 마시로라고 부르는 것보다 더 친근할 거 같아서 이렇게 부르기로 결정했어. 아, 이의는 받지 않을 거니까 참고해줬으면 좋겠어."


"에~? 마사야, 치사해! 마시로쨩만 애칭으로 부르다니, 정말 그러기야? 그럼 나도 미사키쨩~이라고 불러줘어!"


"허나, 거절한다. 넌 앞으로도 성으로만 부르면서 경과를 지켜볼 거야. 요비스테할 시기는 내 스스로 정할 테니까 그리 알아두도록!"


"하, 하하하핫! 뭐야 정말...! 둘 다 이상해...! 괴짜도 아니고...크...크크큭! 마사야 오빠와 미사키 언니 둘 다 괴짜잖아?"


신기했다. 이 둘이라는 존재가.


내 주변에 이런 또래 아이들은 없었다.


취미가 안 맞으면 버리고, 관심사가 자기네들과 동떨어지면 소외시키고... 결국 그렇게 다들 멀어져 갔다.


주위의 아이들이, 다들 그런 식이었다. 따라서 나는 자연스레 고립되어 버렸다.


고독했다.


외로웠다.


그리고, 혼자라서 울고 싶어질 만큼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늘, 취미나 관심사라는 하찮은 연결고리가 없어도 가까워질 수 있는 존재들이 내 앞에 뚝 떨어졌다.


이건 뭔가? 하늘이 날 불쌍히 여기시어 나에게 내리신 선물인가? 이 둘과 친구가 되어 내 마음을 치유하라고 내려보내신 거야?


근데, 괴짜였다. 둘 다.


너무 괴상해서, 머리가 이상해질 거 같다. 이 둘을 따라가면 언젠가, 내 손이 오그라들 것만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재밌다.


난 이런 친구들을, 동료들을 원했고 함께하고 싶었나보다.


느낄 수 있다. 이 둘과 계속될 질긴 인연을 말이다. 이 둘과의 관계는 겨우 5년이나 10년 지속될 사이가 아닐 게 분명하다. 이건 평생 친구다!


"그래, 말해줄게. 내가 왜 거기서 그라슈를 타다가 사고날 뻔했는지."


"어머, 마시로. 제대로 강사로부터 나는 법을 배우기 전까지는 그라슈 신지 말라고 말한 거 잊었니?"


"......그래도 클래스메이트 애들이 다 날아다니는데 나만 땅 밟고 있는 게 부끄러워서... 아아, 일단 마사야 오빠의 질문에 대답해야 하니 엄마는 좀 가만히 있어!"


고마워. 내 앞에 나타나줘서.


그리고 고마워, 마사야 오빠.


덕분에 안 다치고 끝났어. 몸 건강히 엄마 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어.


그러니, 둘 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소꿉친구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