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saya


누나는 내가 내뿜은 미약한 『힘』의 기운에 의해 쓰러졌다. 하지만, 내가 낸 『힘』의 출력은 전체의 1할도 안 된다.


수치상으로 따진다면 10% 미만, 실질적으로는 5%도 안 되는 미약한 여력만으로도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왔다.


그것도 무려 플라잉 서커스 세계최강을 갖고 놀았다는, 어떤 미치광이의 망상 속에서나 벌어질 법한 해프닝이 지금 이 한밤중에 벌어진 것이다.


이것으로 결론이 났다.


......역시 나는, 이 힘을 극한까지 억제해야 한다.


동시에 이 힘을 컨트롤할 수 있는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


난 방금 전에 누나와 겨룬 걸로 이 힘의 제어법을 약간이나마 익힐 수 있었다.


덕분에 동작 마디 하나하나마다 얼마만큼의 『힘』의 기운을 섞어야 하는지 대강이나마 알 것 같다.


이게 좀 더 능숙해진다면 상대방의 실력을 기준으로 '내 표면적인 실력'을 살짝 격상(格上)이나 격하(格下)로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가 만족할 만한 '이상적인 경기'를 벌일 수가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FC 선수로 계속 남아있을 수 있고, 동시에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다.


아무튼 난 두 손으로 받아든 누나를 지상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그녀는 지금 격렬한 체력소모로 정신을 놓은 상황. 이대로 둔다면 아마 곤란하겠지.


'어쩔 수 없나...'


오늘도 평일이고, 내일도 평일이다. 누나는 다음 날도 제대로 등교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렇게 놔둘 순 없다.


"읏...차..."


그래서 난 아오 누나의 몸을 일으켜서 그녀의 팔을 내 뒷목과 어깨에 둘렀다. 그렇게 한 뒤 곧바로 Turn On을 외치고 날았다.


뭐, 『힘』을 통한 좀 더 유연한 비행도 가능했으나 겨우 지인을 집으로 데려다주는 간단한 일이다. 그런 일에 굳이 그런 분에 넘치는 힘을 사용할 필요는 없겠지.


내가 어려서 키가 작았기에 어깨동무하듯 팔이 걸린 누나는 두 무릎이 지상에 닿았는데, 내가 공중으로 날아오르고서야 겨우 온전히 서있는 듯한 자세가 되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라슈로 날아 누나의 집으로 갔다.


...

..

.


누나의 집은 어떤 멘션에 있는 다소 검소한 단칸방이라 혼자서 살기에는 딱 좋다.


처음에는 월세로 집세를 충당했지만 이후 누나가 FC에 두각을 드러내고 온갖 대회를 휩쓸며 돈을 쓸어담기 시작했을 땐 아예 이 집은 누나 명의의 소유가 돼 있었다.


그렇다, 누나가 아예 여기를 돈으로 매입해버린 것.


"읏차... 역시 여기엔 아무도 없네."


어두웠다.


그렇겠지. 15세 고교 1학년 여고생 혼자서 사는 초라한 단칸방이니까.


뭐, 아오 누나가 제법 글래머라서 어떤 변태 아저씨들이 눈길을 준 적도 가끔 있었으나, 내가 이를 누나한테 알리자 금세 그런 기색이 사라졌었다.


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역시 누나는 수완이 좋다니까?


아니면 그냥 단순하게 경찰의 힘을 빌렸다거나...? 뭐, 아닐지도 모르지만...


나는 누나를 이부자리가 깔린 매트에 눕혔다.


그러자 끄응~하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약간 몸부림쳤다. 뭐지? 뭔가 안 좋은 악몽이라도 꾸는 건가?


뭐어, 무리도 아닐 것이다. 왜냐면 방금 전에 신나게 나에게 깨졌으니까.


명색이 플라잉 서커스 세계최강 챔피언인데, 고작 FC를 몇 년 배웠을 뿐인 3~4살 연하의 꼬맹이 제자한테 영혼까지 털릴 정도로 발렸으니...


'하지만, 이건 내 '인간으로서'의 실력으로 이긴 게 아니야.'


이 한밤 중의 시합은, 속 좁은 자해행위 때문에 벌어진 유발사고로 인해 '운 나쁘게' 얻은 『힘』으로 요행스럽게 이겨버린 더티 플레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건 절대 내 실력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이제 나는 두번 다시 제 실력을 내지 못한다. 즉, 나의 '인간으로서'의 실력은 영원히 봉인당한 거나 마찬가지다.


다만, 이를 재현은 가능하다. 아까도 말했듯이 『힘』을 억제하는 것으로 내 움직임의 출력을 극한까지 끌어내린다면 최하 평균 상위권 선수 수준까지는 약화시킬 수 있다. 다만, 세계대회 기준이긴 하지만...


"후... 나도 여기서 잘까?"


누나는 이미 에너지가 전부 방전되어 꿈나라에 간 지 오래다. 내가 이불을 잘 덮어준 덕분에 잘 자고 있긴 하다만...


이미 새벽 1시가 넘을 정도로 늦었기에 집에 돌아가기도 좀 그렇고, 이렇게 돼 버린 누나에게는 내 책임도 있으니깐 어쩔 수 없이 오늘밤은 그녀 곁에 있어야 하겠지.


따, 딱히 아오 누나가 걱정되는 건 아니니까!


역시 정리정돈은 하고 사는구나...싶었다.


꽃다운 여고생의 방인데 어째서인지 귀여운 인형 하나 없다. 예쁜 장식이라든가 레이스한 벽지라도 상상했다면 큰 오산이다.


누나는 가진 미모에 비해서 정말 주변을 꾸미지 않는다. 입는 옷이나 장식품도, 사는 집도 다 그저 무미건조한 바닐라다.


그녀에게 있어 유일하게 흥분할 만한 복장 차림은 교복 차림. 그것도 현재 재학 중인 쿠나하마 고등부 복장이다.


가끔씩 그 차림으로 나에게 FC를 가르쳐주곤 했었으니까. 게다가 그 차림을 한 채로는 나를 훈련시키는 강도가 평소보다 약하다는 것도 포인트다. 여성스러운 차림이니 다소 위엄이 약해지는 것일까. 물론 지금처럼 보이쉬한 차림이거나 FC 선수복일 때는 악귀차날 저리가라할 정도로 엄한 교관이지만 말이다.


현재 그녀는 3학기 중이다. 나는 얼마 안 있으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말이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시절에 누나와 만나게 됐다. 처음 날개를 보면서, 날개로 창공으로 솟구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동경과 로망을 품었다.


누나는 그 모습을 보고 나에게 말을 걸었고, 그렇게 나의 여정은 시작됐다.


그녀한테 2년 동안 FC 훈련을 받으며 안 사실이 있는데, 그녀는 무려 공부를 못 한다. 성적이 처참할 정도로 말이다.


대신 FC 세계최강이 어디 안 가는지 체육계는 전부 재패다. 역시 그녀는 진학을 선택한다면 체육관련으로 선택할지도? 역시 누나라면 그런 대학의 추천 정도는 따놓고도 당상이겠지. 다만, 그녀는 이제 4월이 되면 고교 2학년이 되므로 아직이겠지만.


나도 에스컬레이터식으로 쿠나하마 중등부로 올라갈 것이다. 왜냐면 가깝고, 아는 녀석들이 거기에 다 있으니.


아마 토비사와도 6학년 전학생으로 잠시 있다가 곧바로 중등부로 직행할 거다. 걔가 사는 곳도 쿠나하마 학원과 지척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거라고 예상한다.


미나모는... 음, 미안하지만 1년만 더 초등부에 둬야겠다. 시로도 역시나 1년만 초등부에서 썩으려무나.


근데 알고보니, 시로의 5학년 반에 미나모가 있었다!


왜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서로 모르고 지냈던 것일까?


뭐, 무리도 아닌가? 나도 여기 토박이면서 이제서야 시로를 알게 됐으니 말 다했잖는가.


시로는 이번에 그라슈에 입문하고, 곧바로 FC에 입문할 예정이다. 왜냐면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지만, 비록 범재(凡才)여도 노력을 끊임없이 들인다면 최대 전국대회 우승 정도는 노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좋겠다. 아니,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시로도, 미나모도.


특히 미나모.


걔는 지금 FC를 하길 기피하고 있다.


그녀의 오빠인 하야토 형아가 계속 살며시 권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넘어오지 않았다.


아오 누나가 온갖 미사여구를 써가며 강하게 권유했어도 결국 넘어오지 않았다.


그애는 워낙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라서 남들 앞에서 공연을 선보이는 플라잉 서커스를 크게 꺼리고 있다.


하지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하늘을 나는 개방감과 창공으로 향하는 그 로망을.


......잘 하면 권유에 성공할지도 모른다. 시로를 성장시켜서 미나모 자신이 경각심을 느낀다면 어쩌면 움직일지도 모른다.


같은 나이, 같은 클래스메이트.


서로 알게 되면서 함께 어울리게 된다면 자연스레 그녀는 시로와 자신을 비교하려 들 테지.


그때가 기회다.


뭐, 사색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지금은 아침을 위해 자 두자.


몇 시간 못 자겠지. 왜냐면 누나의 등교시간은 좀 빠르기 때문에 내가 챙겨주지 않으면 그녀는 못 일어날 테니까.


평소라면 성실하기에 스스로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갔겠지만, 지금은 나 때문에 기력이 간당간당할 테니까 제자인 몸으로서 서포트를 해줘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수마에 빠졌다.


.

.

.


"......설마, 그 사고 때문에 네가 이렇게 됐다는 건가?"


다음날 아침, 난 등교하기 전에 아오 누나와 이야기하는 중이다.


이미 등교 준비는 끝난 상태고, 이제는 집을 나서면 되는 상황.


하지만, 어젯밤 크게 한바탕 벌인 탓에 이야기할 것이 많다는 게 함정이다.


"그렇지. 전의 바보같은 내 자해행위 때문에 몸이 무언가 이상해진 거야."


"믿기지가 않아. 어떻게, 감전사고 한 번으로 실력이 그렇게까지!?"


"응,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그라슈의 파워모듈이 생산하는 전력은 장난이 아니잖아? 그렇다면 난 일종의 낙뢰사고를 당한 거와 같다는 거야."


"흐음, 일설에 의하면 번개를 맞은 사람은 몸에 크나큰 이상이 생긴다고들 하지. 기본적으로는 번개 맞은 부위의 모세혈관이 죄다 비쳐보이게 돼서 피부 일부가 징그럽게 변한다든가. 그리고 어느 한 여성은 번개를 맞은 후 급격히 노화를 겪었다거나 아니면 반대로 젊어졌다고도 하는데..."


"...뭐, 그런 종류의 변화일 게 분명해. 다만, 난 그게 FC쪽으로 변화된 것뿐이고 말이야."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지? 그 상태로 FC를 계속하다간 세계대회고 뭐고 금방 재패할지도 모르는데?"


"그게 고민돼서 누나에게 상담하는 거야. 아오 누나, 누나는 이를 어떻게 생각해?"


"......"


누나는 내 물음에 한참이나 고민했다.


그녀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상에 선 자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살아가는 입장의 심정을.


아아, 누나는 어떻게 대답할까? 역시 나를 경멸하거나 안쓰럽게 바라볼까? 그렇다면 역시 나라는 존재는 FC의 물을 흐리게 하는 이레귤러이기에 일이 커지게 전에 얼른 그만두라고 말하는 것일까?


"......내 생각엔 넌 이대로 FC를 계속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뭐라고?


"에......?  지금 무슨 말을...?"


"그러니까, 난 네가 이런 걸로 FC를 그만두지 않았으면 하는 거다."


"아니... 그럼 어젯밤에 시합하기 전에 나눈 대화는 뭔데? 말했잖아? 내가 타인과 시합을 계속한다면 피해자가 속출한다고. 게다가 실력차가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면 상대방이 강한 거부감을 가진 채 반발할 거라고?"


"4년 전 내가 한창 FC로 성장하던 시절, 난 너를 만났다. 그리고는 너에게 손을 내밀었지. 왜 내밀었을 거 같아? 날 보는 네 눈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날 버리지 않겠다는 말이야? 누나가 말했잖아. 누나는 과거에 정정당당한 방식으로 부정한 짓거리를 하는 선수 놈들을 역관광시켰다고. 그래, 기억났어. 누나가 그런 저질스런 놈들을 쳐부수는 시합을 하는 것을 말야. 누나는 항상 그 녀석들의 더티 플레이를 교묘한 몸놀림으로 회피한 후 곧바로 역공격을 먹여줬지. 그게 래피드 백터치가 됐든 코브라가 됐든 회심의 엔젤릭 헤일로 저지먼트가 됐든 언제나 엄격한 참교육을 시전해 녀석들의 버릇을 고쳐줬잖아."


"잘 아는구나. 게다가 기뻐. 내 과거의 시합들을 기억해줘서 말이다. 암튼, 난 너의 꿈과 로망을 알고 있다. 그런 빛나는 눈으로 당시 모르는 사이였던 나를 올려다보는 것을 내가 눈치 못 챘을거라 생각해? 만약 내가 그대로 모른 척하고 지나갔으면 지금의 너는 없었을지도 몰라."


"그 시절의 나도, 얼마 전까지의 나도 '규격외'는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은? 누가 봐도 '괴물' 그 자체야! 이런 내가 시합을 해서 항상 이겨 승률 100%를 찍는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뭔가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내 생각은 다르다, 마사야. 그렇게 변질된 그것도 난 엄연히 네 '실력'이라고 여기고 있어. 자신의 실력으로 떳떳하게 이겼으니 잘못된 게 아니라고 나는 보고 있어. 그러니 그렇게까지 내적갈등을 안 했으면 한다만..."


"아니, 난 이게 내 실력이라고 인정 안 해. 이건 절대 내 'FC 실력'이 아니야. 이건... 이것은... 단지 요행일 뿐이야. 부정행위일 뿐이라고. 그래, 일종의 도핑효과가 내 몸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거야. 때문에 나는 힘을 뺀 상태에서도 무의식적으로 반칙을 계속 저지를 수밖에 없어. 그 첫 피해자가 얼마 전의 토비사와였고, 어젯밤은 누나였던 거야. 그래, 누나는 어땠어? 압도적인 실력으로 눌러 으깨진 그 심정은? 너무 갑작스럽지 않았어? 얼마 전까지 자기 아래였던 제자가 단숨에 치고 올라온 것뿐만 아니라 그 제자가 대충하는 경기에 영혼까지 털린 그 느낌은?"


"......확실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 그 때는 마사야 네가 뭔가 수를 쓰지 않았나...하고 생각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도 네가 경기 직전에 회의적인 태도로 내게 그렇게 말해줬기 때문에... 그게 절대로 네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어."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 의사 여부는 관계 없어. 중요한 건 변질된 내가 인간으로서 납득할 수 없는 규격 외의 실력으로 어떤 상대든 손쉽게 이겨버린다는 거지. 그 승리가 한두 번이면 상관 없겠지만, 그게 계속되다 보면 사람들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을 거야."


"그럼 네가 하고 싶은 것은 구체적으로 뭐지?"


"...플랜A는 지금 당장이라도 플라잉 서커스를 때려치우는 거지. 자기 자신의 날개를 꺾고 지상으로 내려가는 거야."


"아까도 말했듯이 그건 반대다. 네 의견은 지당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허무하게 FC를 그만둬 버리면 너무 아깝지 않나? 게다가 나는 아직 너에게 하늘을 나는 즐거움을 깨닫게 만들지 못했어. 그리고 난 확신한다. 아직 너의 안에는, 과거에 품었던 꿈과 로망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역시 언제나 누나는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내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려고 하면 어떻게든 진언해서 바로잡으려고 한다.


그렇기에 나는 함부로 도망치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실은 모든 걸 내려놓고 편해지고 싶은데도 내 주변의 운명이 그걸 허락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내 의사는 존중해줬으면 하는데? 난 세계대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회를 석권하여 실적을 올렸잖아? 그러니 제발, 이제 나 좀 놔주면 안 될까?


"그렇겠지? 역시 지금 당장 때려치우는 건 갑작스럽겠지? 그래서 플랜B, 내가 이 『힘』의 제어법을 익혀서 상대선수의 실력에 맞게 조절하는 거지."


"......접대식 플레이를 하겠다는 건가?"


"쉽게 말하면 그래. 나쁘게 말하자면... '승부조작'이 되는 거려나? 상대의 실력에 맞춰 놀아주다가 언제든 마음이 내키면 약간 출력을 올려서 승부를 끝내는... 그런 식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싶어."


"하지만 그래서는..."


"그렇지. 이런 건 상대에게는 바람직한 시합이 될지 모르지만 나한테는 전혀 아니거든. 이 방식으로는 누나가 그랬듯이 상대를 존중하는 건 가능할지 몰라도 나 자신의 성장에는 별로 도움이 안돼. 게다가 이런 시합을 계속하게 되면..."


"...최소한 FC에 대해 큰 회의감을 가지게 되거나, 최악일 경우 싫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겠네."


"그래서 누나, 이건 계속하는 건 가능하지만 그 끝이 별로 재미있지 않아. 다만, 내 실력은 이미 정점의 극한에 도달한 상태니 더 이상 성장할 필요는 없겠지만..."


"확실히 단점이 많고 계속하게 됐을 때 생기는 이점도 매우 적다. 하지만, 그럼에도 넌 한 번 정도는 플라잉 서커스에서 정점을 찍고 내려와야 해."


"그 이유는?"


"첫 번째는, 아까도 말했듯이 마사야 과거의 네 자신을 배신하면 안 된다는 거다. 넌 지금까지 꿈을 쫓아 여기까지 왔잖나. 그런데 여기서 이렇게 관두게 된다면 분명 언젠가는 후회할 날이 올지도 몰라. 두 번째는 잃어버릴 게 너무 많다는 점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라든가 네 자신의 성장과 비전... 이런 정서적인 거 말고, 물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말하는 거야. 쉽게 말하면 돈과 명예라는 거지. 뭐, 명예는 너에게 있어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돈은 약간 얘기가 다르다."


"...그건 그래. 세상살이는 거의 95%가 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우 중요하지. 설마... 이런 나이에 벌써 어른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아오 누나."


"매우 안됐구나, 마사야. 나도 그렇다. 나도 네 나이쯤에 현실을 깨닫고 머리를 부여잡았었지."


그럼 어쩔 수 없다. 해야 한다.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걸로 자금을 벌어놔야 한다. 그래야 다음이 있다.


게다가 명예, 즉 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여 놓으면 나중에 손해볼 게 없다.


돈과 명예, 둘 다 이뤄놓으면 나중에 훌륭한 장기말로 쓸 수 있다.


......역시 세상은 썩었구만. 『힘』이 생겼다고 다 된 건 줄 알았건만 별다른 '힘'도 필요하다니.


"마사야, 최소한 3번은 세계대회에서 챔피언을 해야 해."


"3번? 그렇게나 많이? 대체 왜?"


"첫 번째는 바로 네가 며칠 뒤에 나가게 될 주니어부에서 우승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청소년부,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성인부를 제패하는 거지."


"우와, 아예 모든 영역을 휩쓸라는 거잖아? 혹시 그래야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거야? 그런데 성인부는 나한테 무리지 않아? 청소년부는 몇 달 뒤 중학교 들어가면 어찌어찌 가능해진다고 해도, 성인부는 시간상 지금 당장은 불가능할 거 같은데?"


"...걱정 마, 내게 생각이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누나는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나도 이미 등교 준비는 끝난 상태였으니 같이 나가기 위해 천천히 일어섰다. 아마 같이 등교하다가 학교가 다르니 중간에 헤어지게 되겠지.


그나저나 누나는 무슨 생각일까? 성인부까지 석권하라니? 대체 무슨 수로?


...아무튼 이걸로 나는 FC를 계속하게 되었다.


이전에 가슴에 품었던 꿈과 로망? 그것은 옛날의 나 자신과 함께 추억 속에 묻혔다.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그저 현실을 위해, 그리고 앞으로 찾아올 냉정한 미래를 위해 뛰는 것에 불과하다.


누나 때문에 현실을 직시해버렸기 때문에, 그리고 도망쳤을 시 눈앞에 벌어지는 참담한 미래가 두려워졌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나는 것을 멈추지 못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