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어른은 한 때 아이였다.
아이란 한없이 높은 꿈을 꾸는 존재이기에,
모든 어른의 마음 속에는, 먼지로 가득 뒤덮힌 이루어지지 못한 소망이 담겨 있다.
무협 세계관에 전생했음을 깨달은 내가 가장 처음 목표로 잡은 건,
그 소망에 쌓인 묵은 먼지를 닦아내는, 정신에 간섭하는 심법.
비록 상대가 스스로를 허락하지 않으면,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귀우다! 귀우가 나타났다!"
뭐 남궁세가의 차녀나 사천당가의 여가주를 본 정파와 사파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나보다.
그렇기에 얻은 별호, 귀우.
사람을 홀리는 사특한 무술이기에, 귀(鬼)
하늘을 날아다니는 특별한 경공에, 우(羽)
"난 정의의 편이지만, 아무래도 정의는 나의 편이 아닌 것 같군."
그렇기에 첩첩산중에 살며
때때로 나의 취미를 즐기면서 여생을 살아가려고 했다.
가끔씩 찾아오는 차녀와 여가주, 둘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면서 말이지.
강가에 아리따운 여성이 한 명이 흘러내려왔다.
머리가 제대로 망가진 듯, 밥을 먹는 법조차 까먹은 여인.
그렇기에 내 무술이 저항도 없이 제대로 통했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의 사랑이 부족했는지,
잔뜩 안겨오는 그녀를 마구 쓰다듬어주고 뽀뽀해줬지.
나는 그 이전에 떠올렸어야 했다.
한 달 전, 남궁세가의 차녀가 내게 전해준 소식.
정파와 사파가 힘을 합쳐서 마교를 멸문시키기로 했다는 그 내용을.
내가 그녀를 마구 예뻐해주고 있던 무렵,
갑자기 정파의 병졸들이 내 집으로 쳐들어왔다.
"귀우가 천마를 지켜주고 있었다!"
그 말에 깜짝 놀란 그녀의 손에서 펼쳐지는 살법,
이대로 가다간 그녀가 누군가를 죽이게 된다,
그렇기에 난 내 심법으로 그녀의 살의를 강제로 차단했다.
"도망쳐! 이 사실을 살아서 알려야 해!"
빠르게 도망가는 정파의 병졸을 바라보며,
천마라 불린 여자는 입을 열었다.
"왜 막은 건가요. 저치들이 그 말을 퍼뜨린다면, 이 소중한 생활을 이어나가긴 힘들 터인데."
"딸의 손에 물 한 방울, 피 한 방울 묻히고 싶어하는 아빠가 어디 있겠냐. 내가 좀 힘들고 말지, 두 눈 뜨고 그런 꼴은 못 본다."
"진짜 아버지도 아닌 주제에 그런 말을 하시는군요."
"난 아버지가 아니야. 아빠지."
"제 아버지는 전대 천마셨습니다. 아버지의 명에 따라 저는 6살 떄부터 제 부하를 직접 두 손으로 죽였죠. 지금껏 이미 수많은 사람을 죽였으니까, 그게 한 두 명 는다고 해도 전 상관없습니다."
"그러면 아빠의 명령이다. 우리 딸, 사람 죽이는 거 금지."
"논리에서 이기지 못하니 권위를 들먹이시는군요. 아빠의 수준, 잘 알겠습니다."
쿡쿡, 날 놀리는 게 재미있는 듯 이 쪽을 보면서 웃는 천마를 바라본다.
이렇게 웃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그래서 우리 딸은 언제 기억을 찾고도 이렇게 계속 아빠한테 매달렸을까."
"그, 오늘 생각난 겁니다. 저 보고 천마라고 하니까, 갑자기 떠올라서,"
"보름 전이 아니고?"
"그 그걸 어떻게."
"아비로서 딸이 숨기고 있는 건 바로 알아챌 수 있지. 그때 번민하는 게 얼마나 뻔히 보였는지."
"으으, 놀리지 마십시오!"
나중에 찾아온 당가주와 남궁차녀한테 잔뜩 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