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하차할 수 있다고 착각한 거지?]



빙의당했다.


전개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하렘에서 탈락한 수수한 소꿉친구로.


그리고, 내게 남자친구가 있었다는 존재하지 않는 기억이 끊임없이 머리를 잠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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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분양을 등장인물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좀 무섭지 않음?


분명 주인공을 사랑했고 그래서 마지막에 선택받지 못해서 분하고 슬펐음


근데 정신 차려보니까 하루아침에 잘 알지도 못하던 남자한테 안겨서 행복해하고 있음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의문이 살짝 들고, 뭔가 아닌 거 같아서 혼란스러워하다가 정신 차려보면 이미 또 몇 시간 지나있음

몸은 욱신거리고 다리 사이엔 정액이 흘러나오고


자신의 인식이 실시간으로 조작당하고 있다는 공포를 느끼기가 무섭게 또 조작당해서 전부 까먹고



주변에서 볼 때도 그럼


실연당하자마자 새 남자 찾아서 연애한다는데 누가 봐도 히로인의 주인공에 대한 감정은 그렇게 가벼운 게 아니었음


거기에 새 남자는 생전 만나본 적도 없던 데다가 인성 면에서 0.001주인공은 될까 싶은 사람


날마다 상처가 늘고 안색이 나빠지니까 주변에서 괜찮냐고, 혹시 협박당해서 사귀는 거 아니냐고 물으면 자기는 행복하다면서 자기 남친 욕하지 말라고 그러고



한편 빙의자 입장에서도 미쳐버릴 것 같음


좋아하던 히로인들이 망가져가고

호감갔던 주인공은 그동안의 감정 다 쓰레기통에 갖다버리고 정실만 보며 헤헤거리는 게 호1감가고

정실도 친구들이 어찌 되든 헤헤 주인공 져아~ 이러고 있으니 한 대 패고 싶고


그 와중에 자신도 계속 인식개변돼서 나는 작품 등장인물이고 남자친구가 있고 약속이 있고...

으아악 아니야 난 남자라고!!! 이러면서 잠시 밀어내도 잠시 정신 놓으면 금방 맛이 가버리는 거임


그러다가 그 남자친구가 실제로 자신 앞에 나타나고, 남자친구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웃으며 애교를 부린 사실에 소름이 돋아버리는 거임


자신이 자신으로 남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공포에 질린 빙의지

정신을 다잡고 남자친구를 떨쳐내고 도망가려는데, 잘 보니 떠밀린 남자친구가 어디 잘못 박고 머리가 깨져있음



첫 살인에 당황하던 것도 잠시, 이미 피폐해진 정신은 곧 극단적인 결론을 내림


자아를 유지하든 못 하든 어차피 감방 가는 건 똑같음

근데 자아 유지하면 그냥 감방생활 하는 거고

자아 먹히면 흑흑 내가 남친을 왜 죽였지...? 이러면서 감방생활 하는 거임

어차피 좆됨


그렇게 되느니 차라리 이렇게 된 김에 내가 히로인들이라도 구하고 뛰어내려야겠다!!



그렇게 히로인들 집에 차례로 찾아가서 금태양 배때지에 칼침을 놓고, 교배아저씨 머리를 망치로 두들기고, 누군지도 모르던 동급생 고추 쌍검으로 만들고.


기습이니까 어찌저찌 다 죽이긴 했지만 식칼 제대로 쥘 줄 몰라서 다치고, 두들겨맞아서 멍들고, 그런 상태에서 남친 왜 죽였냐고 울면서 따지는, 근데 너무 많이 망가져서 지친 빙의자한테도 제대로 반항도 못하는 히로인들 껴안고 같이 울면서 제발 정신 차리라고, 거을 좀 보라고 그러고.


그럼에도 히로인들의 정신은 되돌아오지 않았고, 빙의자는 계획대로 자살하러 다리에 올라갔다가 마침 데이트하고 귀가하던 주인공 커플과 마주침



빙의하기 전부터, 그리고 빙의한 뒤에도 한이 맺혔던 빙의자는 주인공에게 두서없이 말을 늘어놓음

지멋대로 여럿한테 마음 줬다가 하나 마음에 드니까 나머지 한순간에 버리는 게 사랑이냐, 히로인들 저리 망가지는데 어째 신경 한 번을 안 쓰냐, 니가 사람새끼냐


피칠갑하고 식칼과 망치를 쥔 빙의자한테 기가 눌린 주인공은 그럼에도 아주 조심스레 히로인들이 하자 많은 남자 만나서 망가진 게 딱하긴 해도 내 잘못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고


빙의자는 그래도 시발 한때 그렇게 좋아했던 여자들이면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제 안 좋아하니까 신경 끄는 게 사람새끼냐고 그러고


정실도 한때 친구였던 애들 신경 안 썼다고 욕먹고


빙의자의 광기에 눌린 둘이 주춤거리며 물러설 때, 빙의자는 식칼이며 망치며 다 내려놓고 그냥 뛰어내림


그 이후 주인공이 빙의자의 연쇄살인 소식을 알게 되고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모두 행복할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중얼거림



그 직후, 주인공과 히로인 등의 기억이 유지된 채로 시간이 되돌아감


상식 중의 상식이지만 작가들에겐 독자를 빙의시켜서 창작의 아이디어를 얻는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음


해당 작품의 작가도 독자 하나 건수 잡아서 빙의시켜서 아이디어나 얻을까 했는데, 빙의자가 만든 전개가 생각보다 훨씬 마음에 들어서 빙의자 메인으로 2부 쓰려고 회귀시킨 것



회귀와 동시에 모두에게 걸린 인식개변이 풀림


빙의자 입장에서는 죽자마자 갑자기 원작 시작 시점으로 되돌아가서 ??? 거리는데 모든 등장인물이 갑자기 빙의자한테 들러붙음



인식개변이 풀리며 다시 원래의 감정을 되찾고, 자신의 감정에 책임을 지기로 결심한 주인공

사회적 시선이야 어쨌든 간에 모든 히로인을 하렘에 품기로 결심함...

마지막 순간, 사랑에 대해 열변하는 모습에 반해버린 탓에 빙의자도 포함



회귀 후 인식이 정상으로 돌아온 히로인들

친구지만 동시에 연적이었던 자신들을 구하려고 다치고 피칠갑을 해가며 날뛴 빙의자에 대한 호감, 자신들이 그 지경이 될 때까지 신경쓰지도 않던 주인공에 대한 호1감

그로 인해 주인공이 뭐라고 하든 무시하고 빙의자에게만 집중하게 됨



작중에 묘사되지 않았던, 하지만 진짜 진짜였던 남자친구

히로인 탈락 시기가 빨랐던 만큼 작품 후반부쯤엔 감정 정리하고 어찌저찌 좋은 사람 만났던 것

남친 입장에선 갑자기 여친한테 살해당하고 회귀당한 것

하지만 정말 사랑했기에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어도 다시 만나려고 함



주인공을 정말 좋아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친구들을 버릴 정도는 아니었던 정실.

의도치 않았지만 인식개변으로 친구들을 방치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끝에 주인공에 대한 사랑은 포기하지만 빙의자와 다른 히로인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주려고 함



이 모든 이들이 빙의자에게 집착함

갑자기 피폐물에서 집착 나데나데물이 되어버린 상황

빙의자는 당장 좋긴 한데 이거 또 나중에 인식개변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함



작가가 대충 독자 건수 잡아서 빙의시키려고 대충 분양했는데

이렇게 2부로 가버리면 애초에 회귀는 왜 했고 인식개변은 왜 됐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아버림


그걸 설명하기 위해 작가는 도시의 이면에 초능력자들의 집단들이 숨어있었다는 어반판타지 드리프트를 시도함


주인공을 질투하던 최면술사에 의한 관계의 파탄...!

감이 좋고 일찍 히로인에서 탈락해서 최면 대상이 되지 않아 이상함을 눈치챈 킹꿉친구...!

모든 것이 이미 망가져버린 상황에서 후회로 인해 각성한 주인공의 동반회귀 능력...!


대충 이런 느낌으로




히로인 분양...! 인식개변...! 아 너무 무섭다!

이런 생각에서 여기까지 오긴 했는데 이 뒤에 어케 풀어나갈지 잘 몰?루

초반은 인식개변물 야설

중반은 나데나데물

후반은 어반판타지 배틀물...?



일단 확실한 건 빙의자

아니 소꿉친구는 자신을 얽매던 '한때 다른 세계의 남자였다'는 인식개변(아님)에서 벗어나 백합하렘을 차리든 남친과 다시 잘 되든 해야 할 것 같음...

뭔가 그래야 할 것 같은 느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