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정情은 각자의 독을 가지고 있다
느끼는 것은 하나의 고독蠱毒이다
나는 그때마다의 정을 항아리 안에 던져 넣고
마침내 깨고 나오는 그 정釘은 가슴께를 꿰뚫는다
아, 강렬하고도 허무한 고독孤獨이여!
<돌아보며>
하나뿐인 아는 이름을 되뇌이며,
나는 경편한 마음으로..
고매한 지칭이 재귀하지 아니함은,
그 명징함을 재차 확고히 한다.
너는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반反하는 나의 모습은 비치며,
동경을 애써 실소로 포장하여..
매어 던져라-닻이여,
정박은 더는 출항의 전조가 아니니.
그러나 결코 표출하지 못할,
침전.
<피상>
다들
그렇게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억지로
욱여넣는다.
나는, 너는,
시선이 맞닿고,
실소는-나만,
무의미하게
던져진다.
툭, 하고 던져진 것들 또한 짓밟는 이처럼 나였다만-그 누가 속살을 뜯고 탈피하냐는 의문은 합당하다.
고요는,
마침내,
찾아왔다.
<유가치한 것들의 불쾌한 찌꺼기에 대하여>
갈아낸 톱밥이, 분진이 휘날려 대기를 가득 채우고 그래 자리에 무엇도 남지 않았다
뇌리에 박히는 텁텁함과 사이에 서서 그대로 있는 것은 그다지도 강인하고자 바라되
그 분진을 뒤집어쓰고도 그다지도 강인하고자 바라되 무엇을 남겨 대기에 허망을 날리리라
새벽 너머의 하늘이 푸름은 다만 가리던 어둠이 바라던 반만의 역할도 하지 못함이요
마침내 또 무엇을 바라고 아직 남아 있는가 물음을 던지고 금세 먼지를 털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