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인간이 희귀종인 세상에서

금향의 카페로 걸어가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면 아직까지는 가을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풍경이 눈에 보였다.


새빨간 낙엽이 달린 나무들의 모습이라던가, 이름도 모르겠고 뭔 지도 모르겠지만 예쁜 색감을 뽐내고 있는 꽃들이라던가.


그리고, 전과는 다른 냄새가 풍겼지만 여전히 좋은 냄새를 풍겨오는 나무라던가.


저 나무가 뭔지를 모르겠다. 근처에 간 것도 아닌데 이렇게나 좋은 냄새를 풍겨오는 게 참으로 신기했지만, 그렇다고 나무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는 취미는 없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아지는 냄새였으니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갈 정도였다.


형형색색의 꽃들과 나무에게서 풍겨져오는 냄새에 취하니 인생이란 게 이렇게나 살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지나가는 종족들도 한번씩 봐주면서 카페로 향했다.


머리에 뿔이 달린 종족도 보였고, 귀와 꼬리가 아래로 내려가있다가 나를 보고는 위로 솟는 종족도 보였다.


나를 보자마자 꼬리에 담긴 감정이 어떤 것인지 눈치챌 정도로 흔들면서 걸어가는 종족도 보였지만.


…너무 얼굴에 티를 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는 다른 종족이 다가올 지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이미 볼 종족들은 다 본 것 같았지만.


"그러니까, 주술보다는 마법이 더 실생활에 좋다니까!"


"주술도 나름대로 편리한 부분이 있느니라! 내 부적을 순순히 가져간 것을 보면, 주빈도 주술에 관심이 있는 게 틀림없다!"


"부적이야 나도 쓰지만, 과정이 귀찮잖아!"


"마력이 없는 인간에게 마법을 쓰게 하는 것도 과정이 귀찮지 않느냐!"


이어폰을 꽂은 귀에 들리는 둘의 목소리는 여전히,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은 주제로 계속되고 있었다.


마법이 낫니, 주술이 낫니. 솔직히 말하자면, 둘 다 귀찮았다.


정확히는 금향과 청하가.


둘 다 내게 있어서 나름대로 편리한 부분도 있었고, 귀찮은 부분도 있었다. 일장일단이라는 가장 어울리는 말이었다.


마법은 마력이 없으면 쓸 수 없었고, 주술은… 써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르겠지만, 청하가 쓰는 것을 보면 부적이나 다른 도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고보니 복주머니를 챙겨서 왔던가.


스마트폰을 잡지 않은 손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렸지만, 손 끝에 아무 것도 걸리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면서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제외한 나머지는 챙겨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았지만, 별다른 감정은 들지 않았다.


그저, 그렇구나. 하는 감상이 떠올랐을 뿐이었다.


어차피 뭘 사갈 생각도 없었고, 집에서 할 게 없었으니 밖으로 나온 것에 불과했다.


금향의 카페에 오는 것도 아침을 먹겠냐는 말에 온 것 뿐이었고.


시간을 적당히 보내다가 공원 벤치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도 상관 없었다.


신분증이나 돈이 필요한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닐 테고.


"…주빈의 생각은 어떤가!"


"그렇네, 주빈에게 물어보면 되겠네!"


"…예?"


난데없이 내게 물어오는 둘의 말에 나도 모르게 되물어봤지만, 둘은 뭐가 더 낫냐는 주제로 내게 질문을 던져왔다.


둘 중에 뭐가 낫냐고 물어본들, 내가 마법이나 주술에 대해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고, 아는 게 많은 것도 아닌데 뭐가 더 낫나 아니다를 구분할 수 있을 리가.


그걸 둘이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아니. 모를 수도 있겠다.


둘의 사람에 대한 평가는 낮은 것 같으면서도 높았던 것 같았기에.


어쩌다가 저런 편견 비슷한 것을 가지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서는 귀찮은 일이었다.


그러니 솔직하게 답하는 게 낫겠지.


"모릅니다."


""에?""


"제가 뭐, 마법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주술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닌데 뭐가 낫다, 나쁘다를 어떻게 단정지어 말할 수 있습니까."


"그건… 그것도, 그렇구나."


"…미안하느니라."


"알면 다음부터 그런 질문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제게 물어봐도, 저만 난처해집니다."


둘 다 시무룩해진 게 보일 정도로 잠깐이었지만, 귀에 꽂힌 이어폰으로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내 누구의 밥이 더 낫냐는 물음이 들려왔지만.


누가 더 낫냐는 질문을 하지 말라고 했더니 금방 이런 질문이 돌아온 것에 한숨이 절로 흘러나온다.


"하아…."


"그러니까, 아침은 빵이라니까!"


"아침으로는 밥이 낫느니라!"


밥이 낫니 빵이 낫니, 서로 빼애액 거리는 금향과 청하의 말에 잠깐이지만 카페에 가는 것을 멈추고 공원 벤치에 앉아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히, 스마트폰의 전화를 끊고 이어폰을 귀에서 빼서 겉옷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저 둘의 상태를 보아서는 전화를 끊었다는 사실도 모르는 채 내게 말을 걸고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리고, 말이 안 들려와도 그러려니 하며 넘겨버리는 성격이라는 것도 나는 알고 있었다.


답 하기 곤란하니까 답 안 하는 거겠지! 하며 숨소리도 안 들려오는 걸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고.


생각보다 그렇게 춥지 않은 바람과, 포근하게 느껴지는 햇살에 손을 꺼내놓아도 괜찮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바람이 닿을 때마다 손이 시려왔기에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으려고 했지만, 진동을 울리는 것에 화면을 켰다.


전화가 끊어진 것을 알고는 다시 전화를 걸어왔나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아리센이 내일 저녁에 찾아오겠다는 문자를 보내온 것이었다.


해결되었다고 말하는 게 낫나, 아니면 내일 저녁에 만나는 게 낫나 고민이 들었지만, 알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어차피 필리아도 만나서 이야기할 필요도 있었으니 필리아에게도 내일 저녁에 아리센이 찾아오겠다는 말을 보냈다고 문자를 보냈다.


지금이라면 자고 있을 시간이었으니 잠에서 깨어나면 내게 문자를 보내주거나 전화를 걸겠지.


…아니, 전화는 안 걸었으면 좋겠다.


내가 저녁까지 금향과 청하와 함께 카페에 있을 가능성이 있었으니, 전화보다는 문자가 나을 것 같았다.


되도록이면 문자로 보내달라는 것도 추가로 보낸 뒤, 스마트폰을 겉옷 주머니에 집어넣고 주변의 풍경을 보며 카페로 향했다.


걸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보이기 시작한 카페의 출입문이 보였고, 그 뒤로 서로 대치중인 둘의 모습이 보였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인건지, 벌써부터 한숨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기에 속으로 참아내며 출입문에 다가가니, 금향의 전화기를 서로의 사이에 띄워놓은 모습이 보였다.


저건 또 뭐하는 거람.


머리가 아파왔지만, 가만히 냅뒀다가는 귀찮은 일에 휘말린 것이 뻔했기에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 주빈! 마침 잘 왔어요!"


"잘 왔느니라, 주빈!"


둘은 내 모습을 보며 격하게 반겼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몸은 여전히 대치를 멈추지 않은 채였다.


"그래서, 어느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느냐!"


"어느 게 더 낫다고 생각하나요!?"


그렇게 물어오는 둘에게, 당연히 뭘 물어오는 건지 알 수 없었던 나는 참았던 한숨을 내쉬었다.


"…모릅니다."


"뭣?!"


"네?!"


"중간부터 귀가 아파와서 전화를 끊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계속, 제게 말을 걸고 계셨습니까?"


금향의 전화기를 손으로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니 둘의 동공이 눈에 띄일 정도로 지진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서로 뻘줌해진 채로 대치를 풀고는 사이에 둥 둥 떠있는 전화기로 다가가 전원을 키고는, 전화가 끊어졌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는 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둘 다 얼굴이 사과마냥, 아니. 사과보다 더 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오면서도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했다.


내가 전화를 끊었다는 것도 모른 채로 내게 말을 걸었다는 것 아닌가.


"왜, 왜 전화를 끊은겐가!"


"방금 말했다싶이, 귀가 아픕니다."


"그, 그 정도로 시끄러웠나요?"


"예. 가장 작게 들리도록 설정을 했는데도 시끄러운 게 용이랑 드래곤은 목청마저도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말을 들은 금향과 청하는 시무룩해져서는, 바닥에 꼬리가 닿을 정도로 몸이 늘어지는 게 보였다.


"미안하구나. 내, 다음부터는 조심하겠네."


"저, 저도 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 그러니까, 전화를 안 받아주시는 건 아니…시죠?"


"아닙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 그럼 내 전화도 받아주는게냐!?"


"…왜 거절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진짜로,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지 이해가 가지를 않는다.


용건이 있으니 전화를 걸었을 텐데, 당연히 받아야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물론, 단순히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전화를 거는 경우도 있기야 하겠지만, 그런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게까지 안 친한 것도 아니었다.


당연히 전화를 걸어주면 받아줄 텐데, 그런 내 말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놀라는 둘이 보였다.


"그, 그럼 다음에는 아침을 먹으러 도서관에 오거라!"


"알겠습니다."


"…그러고보니, 밥은 안 하고 뭐하는 거야, 청하!"


"뭣! …아, 생각해보니 내가 이겼군."


"당장 준비하러 안 가!?"


청하에게 아침도 안 하고 뭐하냐고 화를 내던 금향은, 청하가 카운터 뒤쪽으로 뛰듯이 넘어가고 나서야 나를 돌아봤다.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목소리가 클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아, 그게 아니라 아까부터 그…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들을 해서요."


"그건…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아까부터 마법이 낫다던가 주술이 낫다던가 하는 질문은 좀…."


머리를 매만지며 그렇게 말하니, 금향의 미안함이 한 가득 담긴 표정이 보였다.


아. 그러고보니 청하에게 머리카락에 쓸 부적을 달라고 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지금이라도 불러야하나 싶었지만,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는 뒷모습이 보이기도 했고, 이제와서 달라고 하는 것도 염치가 없었기에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는 참이었다.


금향이 그런 내 모습을 빤히 보더니 내 머리카락으로 손을 뻗었다.


"…뭐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앗, 아뇨, 그게… 오늘따라 머리카락의 상태가 안 좋아보여서…."


뻗은 손을 다시 되돌리려는 금향의 모습에, 금향은 머리카락을 마법으로 관리하는 건가 싶었다.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정말요!?"


눈동자를 빛내며 좋아하는 금향의 등 뒤로, 천장을 향해 솟은 꼬리가 보였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금향이 다시 내 머리카락에 손을 닿은 것을 보고, 마법으로 어떻게 하는 건지 기대감을 품고 살펴봤다.


…대체적으로는 부적과 비슷한 과정이었지만, 부적과는 다르게 머리카락을 천천히 젖게 하는 게 아니라 마법으로 순식간에 젖게 만들고는, 순식간에 말리는 방식이었다.


오… 하면서 젖었다가 마른 머리카락을 만져보니 적어도, 내가 머리를 감고 나서 말렸을 때보다는 훨씬 좋은 촉감이라서 나도 모르게 계속 만질 정도였다.


금향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헤헤, 하고 뒤통수를 매만지며 웃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아뇨, 오히려 제가 감사한걸요."


내 머리카락을 만졌던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뭐가 그렇게 좋은 건지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안 하는 금향의 얼굴을 보다가 카운터 뒤쪽에 있을 청하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뿌우 하고 어린애도 아니면서 볼을 부풀린 채로 이쪽을 쳐다보는 청하가 보였다.


…뒤쪽에서 뭔가, 검은 연기같은 게 풀풀 피어나는 느낌이었지만.


"청하."


"뭔가!"


"저거, 괜찮은 겁니까?"


손가락으로 청하의 뒤를 가리키니 핫! 하고 그제서야 급하게 달려간 청하를 보며, 오늘은 탄 음식을 먹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금향은 그런 청하의 모습에 쯧 쯧 하고 혀를 차고는 나를 잠깐 바라보더니 카운터 뒤쪽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요리를 할 때 한눈을 팔면 안 되지!"


"둘이서 사이좋게 있는 모습을 보니 질투가 났느니라!"


"…탄 부분은 어떻게 해줄 테니까, 요리에 집중이나 하시지."


"…알겠느니라."


꼬리가 바닥을 쓸 정도로 내려간 청하와는 반대로, 천장을 향해 솟은 금향의 꼬리를 보고 있자니 둘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잘 알 수 있었다.


…내 머리카락을 만지는 게 뭐가 어떻다고 저러는 건지.


아직까지도 금향과 청하의 사람에 대한 관심이 왜 저렇게 많은 건지 이해를 못하겠다.


내가 사람인 이상 영원히 이해할 방법도 없겠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둘이 사이좋게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