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의-사서 쌤의 말에 따르면 프러시안 블루의- 이 금속제 도서 반납함은 10시부터 7시까지인 도서관의 개방 시간의 빈틈을 메우고자 이번 해부터 도입한 물건이다.

 

최근에 생긴 시스템이기에 도서부장인 나도 가끔 체크를 하지 않고 납두다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서야 한꺼번에 처리하곤 한다.

덕분에 반납을 했음에도 도서 연체 처리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학생들의 항의를 받기도 하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

 

반납함의 열쇠는 교복 마의 주머니 안에 있다. 물이 찰랑거리는 포트를 조심스럽게 반납함 위에 올려놓고 열쇠를 돌렸다.

의외로 안에는 책 한권만이 들어있다.

평상시에는 적어도 세네 권은 들어있는데.

 

책을 손에 들곤 제목을 살펴본다.

 

[만약 대마법사가 SF를 읽는다면 : 7]

 

, 이 책 본 적이 있다. 사서 쌤이 읽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는 소설 시리즈다. 그러고 보니 어느 판타지 세계에 살고 있는 대마법사가 갑자기 허공에서 떨어진 아이작 아시모프의 SF전집을 읽고 난 후 벌이는 좌충우돌 활극 뭐시기라고 사서 쌤이 설명해 준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류의 장르 소설보다는 실마릴리온 같은 정통 판타지 쪽을 좋아하기에 이런 책도 있구나 정도로 넘어갔지만 사서 쌤은 꽤나 팬인 모양.

 

겉표지는 매우 깨끗했다. 일련번호 스티커도 방금 붙인 것 같고. 아무래도 사흘 전에 들어온 신간도서 중 하나인 듯하다.

 

오른손엔 물이 가득 든 포트를 들고, 왼손으론 책을 들자니 문을 열 손이 없다. 책을 겨드랑이 사이에 끼워 넣고는 문을 열었다. 슬리퍼는 아무렇게나 벗어던지며 우리 도서실의 명물인 괘종시계를 힐끗 보았다.

 

저녁 841.

 

1면학 시간이 끝나려면 아직도 20분가량 남았다. 그 아득함에 한숨을 쉬며 열람실로 귀환했다. 사서 쌤은 내 자리 위에 허리를 약간 굽히고 서서 진지하게 A4용지에다가 무언가를 휘갈기고 있다.

 

수련이 부족하시군요, 선생님. 수학 같이 부정한 것을 머릿속에 아직도 담고 계시다니.”

 

열중해 있었는지 말을 걸고 나서야 내가 온 것을 눈치 챈 사서 쌤은 멋쩍은 표정이다.

 

그래도 정말 다 까먹었겠어 했는데 진짜 다 까먹었더라. 내 두뇌의 망각능력에 내 자신이 놀랐어.”

 

나는 A4용지를 힐끗 보았다.

 

그런 것 치곤 뭔가 쓴 게 많으신데요?”

 

심화 문제 한번 도전해 봤는데 바로 항복하고 기본 문제 풀어보고 있었어. 기본 문제는 그럭저럭 풀리더라.”

 

사서 쌤의 좌뇌를 이식받고 싶다는 망상을 하다가 겨드랑이 사이에 끼어있는 책에 생각이 미쳤다.

 

, 쌤 도서 반납함에 책 있더라구요.”

 

테이블 한켠에 커피포트를 내려놓으며 말을 던졌다.

 

이거 대마법사 뭐시기 하는 거 쌤이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책상 위에 놓은 책을 보는 사서 쌤의 눈이 다양한 패턴으로 변화하다가, ‘흥미로움에 고정됐다. 생각했던 반응과는 좀 다른데?

 

으음 이거 재밌게 됐네.”

 

커피를 한 모금 더 들이킨 사서 쌤이 말을 이었다.

 

이거, 어제 도둑맞았던 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