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나 이제 알아요.

사랑은 별로 숭고하지 않다는걸

어느새부터 내 시선도 깨끗하지 않아요


그대여, 나 이제 알아요

어른들의 칭찬은 빈말일 뿐이라는걸

그 칭찬에 딛었던 발이 부러지고 나서

알게 됐어요


그대여, 나 이제 알아요

이세상에 나는 70억명이 있다는걸

근데 나는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대여, 나 태양을 삼킬래요

어느 여름 저녁, 먹기 좋게 익은 태양을 따서요

신 기운이라곤 없는 달달한 그 태양을 그대와 함께요


태양이 없는 곳엔 오직 우리 둘만이 있었으니까

이제 나를 봐줘요


그대여, 나 이제 알아요

사실 그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걸

이젠 나를 견딜 수 없다는걸


그대여, 나 이제 알아요

비오는 날에 공중전화부스 안은 꽤 춥다는걸

집전화까지 차단한 그대에게

할 말이 있었거든요


그대여, 이제 나와 구름 위를 걸어요

발 아래서 비가 내리는걸 구경해요

구두굽 아래로 번개가 치는 것도요

잠시 밖으로 나와 지평선까지 한 바퀴 돌까요

이제 나를 봐줘요


그대여, 이제 나는 더이상 사랑하고 싶지 않아요


그대여, 이제 그만 나는 사랑받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