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같으면 에러 생겼을 때 그냥 그 에러만 잡고 그냥 일단 쏘자. 폭발하면 보험금이나 타먹어야지 하는 마인드로 발사를 할 수가 있는데 유인 미션 관련은 좀 여러가지로 빡셈.


일단 스엑도 초반에 설계나 부품 테스트나 이런 단계에서는 좀 웃음벨이었는데 실제 발사단계까지 가니까 일사천리로 성공한건 사실 드래곤 화물선으로 미리 튜토리얼을 해본게 영향이 없다고 할 수가 없음. 화물이니까 큰 부담도 없고 도킹도 처음에는 캐나다암으로 해도 되는 널널한 조건이었고 여러가지로 연습을 많이 해볼 수 있는 상태에서 해볼 수 있는건 다 해봤고 팰컨9도 계속 업데이트 해서 그 안에 사람만 태우고 쏘면 될 정도까지 준비를 다 하고 들어간게 스엑이었음.


근데 보잉은 (우주왕복선 이후로) ISS 택배 미션을 해본 적이 없음. 시그너스는 노스롭이 하는거니깐 보잉이랑은 관계가 없고. 개비싼 유인캡슐로만 실전에 가까운 테스트를 빡세게 해야 되는 왕귀형 한방메타를 꾸릴 수 밖에 없었음. 물론 얘네들이 아폴로도 해봤고 셔틀도 해봤고 하니깐 그 까짓거 아폴로 캡슐을 셔틀처럼 갖다 붙이면 되는거 아니냐 하는 자신감도 있었겠지만 필요한 기술이 종류별로 이미 다 있는 것과 그걸 새롭게 다른 용도로 통합하는건 좀 다른 이야기. 심지어 아폴로도 사골 나오도록 여러번 쏘다 보니깐 응용해서 소유즈 도킹 미션이나 스카이랩 같은 것도 할 수 있게 된거지 새턴V랑 아폴로도 처음부터 만능 우주선은 아니었음.


그리고 스엑은 로켓이나 유인 운송 시스템이나 될법한 놈 하나만 잘 찍어서 스탯 몰빵하고 이게 전부 다 셋트로 가야만 작동할 수 있게 컴팩트한 구성을 만드는 애플 같은 놈들이라 설계나 비용이나 굉장히 가성비가 잘 뽐힘. 지금이야 애플이 세계 시총순위에서 챔피언 결정전 벌이고 있지만 20년 전에 완전 개거지였던 시절에도 돈 쓰는거 없이 OS 성능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 안 밀렸던게 딱 이런 방식임. 드래곤은 팰컨9으로만 발사할 수 있고 스타쉽 달 착륙선도 슈퍼헤비 부스터 이외에 다른 발사 옵션 가능성이 아예 없음. 달 착륙선 공모에서 다른 놈들이 혼파망 수준의 물건만 내놓다 망한게 자기네 달 착륙선이 무슨 로켓으로 가는지 그거부터 완전하게 답이 안 나온 상태에서 착륙선 설계부터 하라고 하니 이래저래 생각이 복잡해지는거. 발사 옵션에 SLS부터 시작해서 뉴 글렌, 벌칸 센타우르 등등 별 놈의 로켓 사용 가능성이 다 붙어있는데 이러면 당연히 특정 로켓이 가진 독특한의 장점을 이용해서 달에 가장 효율적으로 진입한다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설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됨. 모든 로켓이 다 가능한 기능 중에서만 선택지가 나오게 되고 그러면 당연히 빡세지지. 그러고도 성능 최적화가 안 되고. 안정성은 더 떨어지고.


스타라이너가 이런 객기를 좀 심하게 부린 놈인데 아마 이거 설계 목표가 미국 로켓 중에서 유인 발사 기준을 충족하기만 하면 어떤 로켓이던 다 붙여서 쏠 수 있게 하겠다는 약팔이를 한 걸로 알고 있음. 심지어 이 새끼들이 무슨 구라를 쳤는가 하면 발사 가능 로켓 중에 팰컨9이 있는건 그냥 농담이라고 쳐도 그 목록에 델타IV가 있는데 델타IV에 쓰이는 RS-68 엔진은 나사가 SLS 후보 엔진 중 하나로 고려하다가 이 엔진 유인미션에 쓰면 사람 다 뒤진다는 보고서까지 나온 적이 있는 물건임.


Boeing's capsule is designed to be compatible with multiple launch vehicles, SpaceX's Falcon 9 among them. But Starliner's first rides to space — including the initial, uncrewed demonstration flight to the ISS, currently scheduled for late 2018 or early 2019 — will take place atop United Launch Alliance Atlas V rockets.

(Crew Dragon and Starliner: A Look at the Upcoming Astronaut Taxis)


이거 마치 차세대 스페이스 셔틀을 만들건데 이 셔틀은 SLS에도 붙여 쏠 수 있고 에네르기아 로켓에도 붙일 수 있고 스타십이랑 예니세이랑 중국의 창정9까지 다 붙여서 쓸 수 있는 물건이다 하는 소리 하는거랑 비슷한 소리 아닌가 싶음. 도대체 그 짓을 왜 해야 되는데.


한 마디로 준비된거 딱히 없는 상황에서 허세와 약팔이로 여기까지 온 사업인건데 스타라이너가 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에 대응할만한 실제 설계가 있어야 되는거고 당연히 복잡해지고 복잡해지는만큼 여러가지로 골치아프고 문제를 해결하면 새로운 문제가 또 생기고 이렇게 되겠지. 우주개발의 티맥스OS 같은 놈이라고 보면 됨. 그래서 당연히 중량이 불어나서 2017년에는 무게를 줄이는 설계 변경을 해야 했음. 근데 그 줄인 무게가 드래곤2의 3배임. 별 쓸모도 없는 목표 설정 때문에 그거 맞춘다고 다 이유가 있으니까 만들어놓은 설계를 무게 줄인다고 또 빼면 그 다음은 이거 또 어떻게 되는건데? 


아무튼  스타라이너의 비용이나 안정성은 기대를 하기가 좀 힘들지 않나 생각을 함.


그래서 유인 발사 이야기로 돌아와보면 챌린저 참사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데 무슨 대통령이 와서 참관한다고 무조건 발사하라는 헬조선식 똥군기로 발사 강행 했다가 한번 크게 좆되어버린 다음에 유인 발사는 기준이 엄청나게 까다로워졌음. 스페이스X 첫 유인 발사도 트럼프가 직접 비행기 타고 와서 구경 왔는데도 날씨가 좀 흐리다고 대통령 체면이고 뭐고 발사 미뤄버리는게 지금의 나사임. 근데 명백한 기능고장인데 일단 이거 대충 고쳐놓고 쏴보자 하는건 당연히 실제 유인 탑승 기준에 준해서 실시하는 시험발사인데 될 리가 있나.


ULA는 그래도 보잉이 자기네 식구라고 날씨가 안 좋아서 전자장비가 조금 컨디션이 안 좋을 수가 있는데 혹시 그거 때문이가 하는 식으로 커버를 쳐줄려고 하는데 무슨 벼락 맞은 것도 아니고 대기 중에서 겨우 그 정도 환경으로 고장나는 기계면 살인적인 우주방사선이 휘몰아치는 수백km 고도에 가서는 뭐 어떻게 하자는 물건인거임. 이거 어디 비바람 좀 불면 보잉이 만든 비행기 무서워서 타겠나.


아마 스타라이너는 싹 분해해서 원인을 발본색원하고 개발팀은 내리갈굼을 한 번 해야지 다시 발표 스케줄이 나오지 않을까 함. 


"Our team has worked diligently to ensure the safety and success of this mission, and we will not launch until our vehicle is performing nominally and our teams are confident it is ready to f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