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도 아리스

키워드텐도 아리스를 구성하는 주요 속성과 내러티브는?

생명애

 아리스는 메인 스토리와 인연 스토리에서 일관적으로 범신론에 기반한 가치관을 보여준다. 특히 메모리얼에서 현실에도 마법이 존재한다는 대사 파트에서 이러한 가치관이 잘 드러나는데,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사건들이 어떠한 '긍정적인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대사를 통해서 나타난다.

사람이 되고싶어

 여느 안드로이드가 그러하듯이, 아리스 역시 본질적으로 인간성을 추구한다. 하지만 아리스가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기존의 다른 안드로이드와는 자뭇 다른데, 기존의 안드로이드 캐릭터는 인류에게 차별받고, 갈등하면서 자아를 찾는다면 아리스는 인류에게 인정받기 위해 별다른 행위를 추가적으로 하지 않았는데도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아리스는 외적 갈등이 아닌 내적 갈등을 중심으로 인간성을 추구하게 되는데, 그 과정은 상당히 부드럽고 절제되어 있다.

겜덕

 아리스에게 자연스러운 언어를 가르쳐주기 위해 게임개발부가 선택한 방법은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때문에 아리스는 게임개발부 부원들처럼 겜덕이 되어버렸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아리스가 인간성을 습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게임을 활용한다는 점인데, 여느 안드로이드들이 고전문학이나 교향곡과 같이 '거창한' 수단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깨닫는 것에 비해, 아리스는 게임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깨닫는다.

동료애

 아리스가 인간성을 습득하는 또다른 방법은 바로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 것이다. 그녀는 게임개발부 및 플레이어와의 동료애를 꾸준히 강조하는 한편, 비단 동료애가 아니더라도 다른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인간적인 관계를 쌓아간다.

순진무구

 언어를 게임으로 배웠다는 점, 실질적으로 가동된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리스는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무구함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녀는 대사 선택이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 게임에서 기반하였기에 독특한 말투와 사고방식을 보유했다.


소비자의 요구텐도 아리스는 소비자의 요구에 어떻게 부응하는가?

로리 캐릭터

 전통적인 서브컬쳐에서 로리 캐릭터는 필수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블루 아카이브에서도 제각기 다양한 매력 포인트를 갖춘 로리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아리스 역시 독특한 속성을 통해 매력을 어필하는 로리 캐릭터이다.

 로리 캐릭터로서 아리스의 최대 매력은 바로 그 순진무구함과 사차원 속성이다. 아리스는 가동된지, 즉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캐릭터이다. 그마저도 전문적으로 인간세계에 적응하는 교육을 받은 것이 아닌, 여고생들이 제멋대로 레트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들어 가정교육을 판타지로 받고 말았다. 그렇기에 아리스는 아직 세상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으며, 알고 있는 부분도 일반인의 상식과는 조금 다르다.

 그렇기에 아리스는 소비자들이 로리 캐릭터에게 기대하는 '가르치고 계도해주는 느낌'을 상당히 흥미로운 방식으로 경험한다. 아리스는 단순히 어리고 미성숙하기에 경험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가정교육을 말 그대로 판타지로 받았기 때문에 같은 나이대의 여고생들이 알법한 상식에도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요소가 단순히 아리스의 미숙함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아리스는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과 달리 게임 속 등장인물처럼 사고하고, 게임 속 영웅의 시선으로 세상을 천진난만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이는 아리스의 로리라는 캐릭터성과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를 유발한다.

매력적인 안드로이드

 '로숨의 유니버셜 로봇'에서 로봇/안드로이드 캐릭터가 정립된 이래로, 인류는 지금까지 다양하고 매력적인 안드로이드 캐릭터를 창조해왔다. 그렇기에 오늘날 소비자는 클리셰를 답습하는 안드로이드 캐릭터 대신, 소비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흥미롭고 재미있는 안드로이드 캐릭터는 요구한다.

 아리스는 두 가지 측면에서 양산형 안드로이드 캐릭터가 아닌 '매력적인 안드로이드'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인간성을 습득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과정이다. 여느 안드로이드 캐릭터와 달리, 키보토스의 학생들은 아리스가 기계라는 이유로 그녀를 차별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미 키보토스의 한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있다.

 이때 여기서 아리스가 인간성을 습득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이미 키보토스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은 상황에서 '모두의 동료'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리스는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사회성을 기르며, 인간성을 습득한다.

 두 번째 과정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다. 인간성이 존재하지 않는 안드로이드, 혹은 괴물 등이 인간이 창작한 위대한 작품을 통하여 인간의 마음을 꺠닫게 된다는 클리셰는 다양한 작품에서 활용되는 감동적인 장치이다. 아리스의 서사에서 아리스가 인간의 마음을 깨닫게 되는 계기는 다름이 아닌 게임인데, 인간성을 습득하기 위한 장치로 게임이 활용되었다는 점은 상당히 새롭고 재미있다.

겜덕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과 동일한 취미를 지니는 것을 선호한다. 남성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스트리머나 버튜버들이 아니메/망가 감상, 서브컬쳐 게임 플레이, 미소녀 피규어 수집과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 설정으로 일관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선호에서 기인한다.

 상기한 맥락에서 살펴본다면, 아리스는 기존 겜덕 유저들에 대한 존중과 찬사로 가득 찬 캐릭터이다. 아리스는 인공지능 안드로이드로 세상에 나오자마자 가정교육을 게임으로, 그중에서도 90년대와 00년대를 풍미한 레트로 게임으로 받은 캐릭터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대사와 사고방식에는 그 시대의 향기가 물씬 풍겨있다.

 따라서 이처럼 사랑스러운 외견을 가진 캐릭터가 그 시절 게임에서 기반한 말투와 가치관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그 시대를 살아갔던 게이머들은 열광한다. 더 나아가서, 블루 아카이브의 기획자들은 아리스라는 캐릭터의 말과 행동, 그리고 내러티브를 빌려 게임 오타쿠들에게 일종의 러브레터를 보낸다. 이를 통해, 게임 오타쿠들은 자신의 게임 플레이 경험, 자신의 취미,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이 긍정받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총평유저들에게 보내는 게임사의 격려와 찬사

 아리스는 게임 개발자들이 게임 오타쿠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볼 수 있다. 아리스는 그 자체로 상당한 고찰과 노력이 담긴 캐릭터이며, 이에 따라 풍부하고 매력적인 속성과 서사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캐릭터성 만큼이나, 아리스라는 캐릭터의 말과 행동, 그리고 서사를 빌려 그들이 게임에 보내는 열정과 사랑을 긍정하는 장치 역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게임이라는 취미가 대중화되는 만큼, 게임에 대한 공격이나 사회적인 멸시 역시 짙어지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아리스를 통해 자신의 취미가 긍정받는 소중한 경험을 습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