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채널
난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학비를 자랑하고 있는 학교를 다니고 있는 형편에서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이 학교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면, 나는 이런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미친놈 중 하나다. 내가 국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내신에 몰빵한다면 서울대는 몰라도 연세대 정도는 갈 자신있다. 등급 안 나오면 정시로 가고, 최소한 재수를 하면 연고대 정도는 갈 자신있다. 선배들도 다들 대학 망했다고 했으면서 서연고 이하로 간 경우는 거의 없다. 있긴 하다. 한림대 '의대', 인제대 '의대', 강원대 '의대'여서 그렇지. 적당히 대학 가고, 인맥 만들고, 대학 졸업해서 아버지 하시는 사업 물려받으면 끝이다. 사업이라는 게 한 치 앞도 모른대지만, 안정권에 들어섰기 때문에 맨땅에 헤딩보단 낫다. 나는 이 기회를 스스로 발로 차버렸다.

국제로 갔다. 대부분 영미권을 원한다. 근데 솔직히, 영미권은 학비가 너무 비싸다. 미국 가면 나야 좋은데, 학비가 걸린다. 그리고 내가 애초에 미국이라는 나라 시스템, 구조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한다. 그냥 내 취향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건 구라파다. 사람이 인생 한번 사는데, 좋아하는거 하고 살아야지. 일단은 러시아고, 핀란드, 독일도 생각중이다. 문제는 언어를 배워야 하지. 일단 내가 러시아어는 할 줄 안다. 독일은...영어 수업 들어야지 갈꺼면.



나는 좀 소득수준이 떨어지는 동네에서 중학교까지를 보냈다. 과장없이, 뒷골목에 쥐가 돌아다니고, 일진이 학교를 꽉 잡고있었다. 선생님들은 그들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도 학생회장 걔네 덕에 됐다. 그런 중학교가 아직도 있냐고? 있지 왜 없어. 여긴 성남이라고. 나랑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 안부를 물어보니 몇몇은 이미 자퇴를 했더라. 학교도 안 다니는데 자취를 하더라. 왜인지는 나는 모르겠다.

그 와중에 모 예술고등학교를 붙은 친구가 있었다. 친하지는 않았는데 그 학교가 들어가기 빡센 학교라는 거 쯤은 알고있었다. 그리고 몇달 뒤 소문이 들려왔다. 학비가 너무 비싸서 그냥 그 친구는 일반고 간다고.



대부분의 특목고, 명문사립대는 학비가 비싸다. 붙었어도 못가는 친구가 많다. 우리 학교의 대부분은 강남, 노원, 목동, 분당 등에 편중되어 있다. 돈은 단순 학비 문제가 아니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특목고와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한 정보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정보로 인한 교육편차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학벌은 필요악이다. 솔직히 기업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배운 사람 뽑지, 그러면 덜 배운 놈 뽑겠냐? 그건 현실이다. 그 소련도 명문대가 있었고, 그 명문대 안 나오면 출세하기 힘들었다. 배울만한 형편이 되는 놈이 노력 안해서 학벌 안 좋아지는 거 옹호할 생각없다. 내가 비록 몇 년 살아보진 않았지만, 경험상 지능은 다 비슷비슷하다. 천재들이나 재능충들은 노력하는 놈들 절대 못이기더라. 제일 무서운게 노력하는 천재고. 그런 얘들 중에 돈 많으면 아이비리그 가는거고 돈 없으면 서울대 가는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노력하는 천재들이 얼마나 될까? 서울대의 1% 정도밖에 안될거다. 그럼 나머지 99%는? 노력한 평범한 학생들이다. 우리 학교도 마찬가지다. 천재가 있긴 있더라. 그런데 대부분은 노력해서 여기 왔다. 초등학교때부터, 늦어도 중학교 1학년때부터 학원이나 과외만 받고, 아니면 책만 보고 산 놈들이다. 세상에 머리 나빠서 서울대 못간 놈 없다. 지능을 탓하지 말고 자신의 게으름을 탓해라.

우리나라 교육이 개시궁창이라는 것은, 이렇게 새빠지게 노력을 해도 정보력이나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서 좋은 학교 못가는 친구들이 지금 이 사회에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학벌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가난한 자들에게도 결과는 공평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제도는 교육이 계급 이동의 수단이 아닌, 계급 유지의 수단으로서 작용하고 있다. 우리 학교 학부모들은 기본이 사짜다. 변호사, 검사, 판사, 의사, 회계사, 세무사, 좀 분야는 다르지만 고위공무원, 대기업 임원, 중견기업 대표. 그냥 사짜도 아니다. 대형로펌 변호사, 검사장급 이상, 부장판사급 이상, 대형병원 의사, 5급 이상 등등. 물론 예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런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학교에 소득하위계층 아이가 낄 수나 있나? 친목질은 둘째치고, 으디 저소득층이 학비 2300짜리 학교를 다녀ㅋ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나서줘야 된다. 민사고같은 학교를 늘려달라. 없앨 것이 아니라. 공교육이 평준화가 아니라, 수준에 맞게 제공해주면 된다. 교육의 다각화다. 각자 자기 적성이 있고, 좋아하는게 있다. 빨리빨리라는 말은 집어치우라. 천천히 해도 좋다.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나가야 한다. 문제집 혼자 풀면 그게 자기주도학습인가? 아니다. 애초에 한국 교육은 내는 문제부터 틀려먹었다. 정해진 답을 찾아나서는게 자기주도학습이 아니라, 답을 자기가 만들어 나가는게 자기주도학습이다. 교육부에 높으신 양반들 허구한 날 북유럽 교육 배우겠다고 출장가던데, 정작 거기 가서 뭘 하고 오는지 모르겠다. 경쟁이 답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학생들이 답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좋아하는 분야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교에 들어가서, 그걸 하면 된다. 그것이 자기만의 브랜드이다. 그리고 그것에 맞춰서 대학을 가면 된다. 사람 개개인이 다 다른데, 그것을 일반화시켜서 모두가 같은 교육을 받게 하는 한국식 교육은 애초에 잘못된 거다. 이건 다른게 아니라 틀린거다. 각자 잘하는 분야를 개발해서 나온다면 기업도 그것에 맞춰서 사람을 뽑으면 된다.

좀 심란해서 글이 두서없는 점은 양해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