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 저승 문지방까지 밟았다가 유턴한 적 있냐
이번에 수능 수학 시간 안배 잘못해서 개판치고
집에 와서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울었거든
그 다음 날 몸살 와서 한숨만 푹푹 쉬면서 누워 있었거든
계속 누워서 죽고싶다 신이 있으면 빨리 데려가지
이런 생각만 하고 있다가
그저께 잠깐 일어나서 방 안에서 왔다갔다 했는데
갑자기 심장이 콱 조이면서 숨이 안 쉬어지는 거야
그러니까 갑자기 아무 것도 안 보이게 됐는데
그러면서도 필사적으로 문고리 있는 데를 잡았거든?
그 순간에 입에서 비명도 안 나오고 그냥
"나 숨이... 나 숨이..." 이 소리만 나오더라
와 이렇게 하찮았던 삶도 끝나는 건가 싶었다
아니 끝이 왜 이러냐
죽음이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는 생각이 들어도
뭐 짧은 시간 안에 파노라마 같이 내 삶을 회고한다...
그런 거 ㅈ도 없음
그냥 "아! ㅈ됐다!" 이 생각만 듦
내가 무신론자인데다가 개독은 진짜 싫어하는데
무의식 중에 '하나님 나 좀 살려주세요' 이 생각만 들었음
왜 하필 부처님도 아니고 하나님이었을까 ㅋㅋㅋㅋ
하여튼 그런 다음에 의식을 잃었는데
병원에 와서 보니까 의사선생님이
그냥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협심증 같은 거라고
며칠 입원해서 안정 취하라고 밖에 안 하더라
깨서 문득 드는 생각이 하나님인지는 모를 어떤 신이 "너 죽고 싶댔지? ㅇㅋ 한 번 죽어봐봐" 이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죽고싶다 죽고싶다 해도 막상 죽음이 다가오면
살려달라고 하는 게 사람인 모양이다
실제로 목 매달고 자살하는 사람들 목을 보면
살려고 손톱으로 미친듯이 긁은 자국이 있대
그런 걸 보면서 구조대원들은
"좀만 더 생각해보지" 이런다고 함
근데 막상 살아나긴 했는데 수능을 망친 건 여전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ㅋㅋㅋ 막막한 건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