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사로 위장한 중국의 정체불명 웹사이트 업체가 친중·반미 여론 조작 기사를 확산시켜 온 사실이 발각되어 충격이다. 국가정보원은 13일, 중국의 언론홍보업체를 가장한 정체불명 기관들이 국내 언론사로 위장한 뉴스 사이트 38개를 개설해 여론 왜곡에 나서고 있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을 비난하는 형식의 기사와 친중 내용 콘텐츠를 국내에 무단 유포해 확산시켜 온 사실이 국가정보원 수사로 드러났다. 한국 내 여론조작을 위해 가짜 뉴스 사이트까지 만들어 선전 선동을 해 온 것이다.

그동안 러시아, 중국이 미국 등 서방 국가를 대상으로 사이버 여론 조작 활동을 벌인 사례가 드러난 바 있으나,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 가짜 뉴스를 활용해 선전 선동을 한다는 사실은 이번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식 확인된 것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들통나면서 중국이 한국의 정치와 선거에도 충분히 개입할 개연성이 있다는 경고가 있어왔다.

올 상반기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기관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은 하루 평균 137만 여건이나 됐다. 이 중 70%는 북한 연계 조직이 공격 주체였고 중국, 러시아 연계 조직이 뒤를 이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의 발달과 함께 언론 보도 형태의 가짜뉴스가 더욱 활개를 치는 양상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중국 언론 홍보 업체 '하이마이'(Haimai)와 '하이준'(Haixun)은 정상적인 국내 언론사 사이트로 위장하기 위해, 언론사명 및 도메인을 한국내의 지방 언론사와 유사하게 제작해 위장해 왔으며, 국내 언론사 기사를 무단 게재하면서 한국 디지털 뉴스 협회 회원사인 것처럼 사칭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의 홍보회사 하이마이는 보도 자료를 배포하면서 ‘타임즈 뉴스와이어’라는 뉴스와이어 플랫폼을 이용하기도 했다. 또한 자체 제작한 한국 언론사 위장 웹사이트 18개를 활용하여, 출처를 알 수 없는 정치·사회적 콘텐츠를 한국 정상 언론 기사와 함께 유포해 신뢰성 있는 기사인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다. 중국의 하이마이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해외 국가에 언론 홍보를 대행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특히 한국의 경우 서울 프레스·충청 타임스·부천테크 등 실제 존재하지 않은 한국 지역 언론사에 보도자료 배포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들 중국이 운용중인 가짜 웹사이트의 내용들은 ‘중국 정부의 코로나 공조 성과’ ‘한국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 득보다 실이 많다’, ‘제주 4.3 사건은 미국의 간악한 탄압의 결과물’ 등 친중·반미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0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는 11월 미국의 중간 선거를 앞두고 중국의 가짜 계정 80여 개를 적발해 삭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댓글 부대는 마치 평범한 미국 시민인 것처럼 위장한 뒤, 총기 소유에 대한 헌법적 권리와 낙태 반대 등을 주장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 확산을 시도했다. 그동안 중국의 댓글 부대는 체코 국내 정치에도 개입하려다가 적발돼 메타 플랫폼에서 퇴출당했다. 

사실 중국은 그동안 외국의 정치에 개입하기 위해 엄청난 인력의 댓글 부대를 운영해 왔다. 이들 위장 매체들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기 위한 댓글 부대를 운영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중 축구전 당시 국내 포털사이트 ‘다음’이 진행한 ‘클릭 응원’에서 92%가 중국을 응원하고 한국 응원은 8%에 그쳤다는 황당한 결과가 나왔다. ‘다음’측이 긴급히 IP주소를 확인한 결과 특정 세력이 해외 IP를 활용해 여론조작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순자가 인위적으로 여론 조작을 시도했고, 그 결과 정반대의 여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클릭응원 결과를 보면 해외 IP를 악용한 출처는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이번에 중국의 위장 한국어 뉴스 웹사이트가 발각된 것은 중국 또는 한국 내에도 댓글 부대가 있으며, 이들 댓글부대들이 이용하는 뉴스의 플랫폼으로 악용되고 있을 개연성을 여실이 보여준 것이다.

위장 기사로 포장하다 보니 여론 조작이 더 용이하다. 여론왜곡 조작으로 교란하고 안보에 위협을 초래할 행위는 정부가 사전에 철저히 색출해 엄단해야 한다. 여론 조작 행위는 민주질서를 위협하는 반국가적 범죄 행위로, 배후세력 규명과 함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국정원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배후세력 규명과 국내 여론 조성에 악용되기 이전에 해당 사이트 엄격처단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총선을 바로 앞둔 시점에서 이번 국가정보원의 중국 가짜언론 운영 뉴스 사이트의 적발은 상당히 큰 성과와 의미가 있다. 중국이 한국의 정치, 특히 총선이나 대선 등 댓글부대 동원으로 선거에 개입할 가능성을 아예 사전에 차단하고, 한국 내 여론 조작을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엄단해 정보통신 안보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최충웅 언론학 박사 주요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고정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https://www.newsfreezo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0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