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수많은 철도가 있고, 국제 철도도 활발히 오가며, 고속철도도 상당히 많다는건 아마 다들 알 것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고속철도라면, 프랑스의 TGV나 독일의 ICE 등이 대표적으로 나온다. 세계적으로 이들은 유명한 고속철도이다. 

그러나 모든 유럽이 이러한 고속철도를 개발하지는 않았고, 심지어 흔히 생각되는 300km/h 이상의 고속철도망이 그만큼 많이 지어지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고속철도망이 많이 보급되는것은 고속철도가 다른 나라까지 운영하는 것도 있지만(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 유로스타/탈리스 등),

최대 8도까지 틸팅기능을 탑재하여 기존선 속도향상과 더불어 최고속도 250km/h라는 스펙을 자랑하는

Pendolino(펜돌리노) 열차의 존재 덕분이기도 하다.

(ETR 450, 1988년 영업에 들어간 첫 펜돌리노 열차)

이탈리아는 숨겨진 유럽 고속철도의 핵심 국가로써, 고속선의 기원이 전간기 무솔리니 시절까지 올라간다. 

1977년 유럽의 첫 고속선인 로마-피렌체간 철도가 개통할 정도로 이탈리아는 고속철도의 리더였지만, 이후 구간의 고속선 공사가 더뎌지자, 틸팅열차 개발을 시도한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도 250km/h까지 밟을 수 있는 틸팅 고속열차를 개발했지만, 영국과 다른 점은 '고속선과 기존선 모두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후 영국 국철의 삽질과 예산부족과... 수많은 지연이 지나면서 영국의 틸팅 고속열차인 APT가 실패작이 되었지만, 이탈리아는 이후 이 기술을 흡수하고 틸팅열차 개발에 성공한다. 

1988년, 최고속도 250km/h까지 올라가는 ETR 450 'Pendolino' 열차가 운영을 시작한다. 고속선에서 빠르게 주행함과 동시에 기존선에서도 속도를 포기하지 않는 이 열차는 가히 성공적이였다. 영국의 APT 실패와, 프랑스 TGV의 성공으로 전용고속선만 이용하는 열차가 이기나 싶던 차에 이 분위기를 뒤집은 것이다. 1988년이면 독일 ICE 개통 전이므로, 이때를 250km/h를 넘기는 고속철도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세계 3번째 고속철도 국가라고 볼수도 있다.


(왼쪽 : ETR 470 'Cisalpino',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오가는 국제열차. 피아트가 생산한 오리지널 펜돌리노 패밀리.)
(오른쪽 : ETR 610 'New Pendolino', 마찬가지로 스위스-이탈리아를 오가는 열차. 알스톰이 생산한 뉴 펜돌리노 패밀리.)

펜돌리노는 크게 두가지로 구분이 가능하다. 좀더 날렵한 쪽이 '뉴 펜돌리노'이다. 완벽한 구분법은 아니지만, 기존 펜돌리노는 이탈리아의 피아트에서 생산했고, 이후 알스톰에 인수된 이후로도 몇가지 버전이 나오다 '뉴 펜돌리노'로 한차례 업그레이드를 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 열차들은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고속열차 등급으로 기존선 혹은 고속선에서 주요 도시들을 훨씬 빠르게 이어주고 있다. 


각각 펜돌리노를 운영하는 국가는:

이탈리아(오리지널/뉴 펜돌리노 두 종류 모두 운영함)

스위스(독일-스위스-이탈리아 국제선에 운용, 두 종류 모두 굴림)

체코(슬로바키아행 국제선 포함, 오리지널 펜돌리노)

포르투갈(리스본-포르토 구간, 광궤열차, 오리지널 펜돌리노)

슬로베니아(3량 미니열차, 오리지널 펜돌리노)

영국(개발 잘할 걸 후회하면서 팔아버렸던 틸팅열차 재도입 9/11량으로 긴편, 오리지널 펜돌리노이나 외관이 좀더 둥글다)

그리스(이탈리아국철의 그리스국철 인수 이후 몇대 보내줌, 오리지널 펜돌리노)

핀란드(러시아와 같이 핀-러 국제열차도 굴렸으나 요즘 상황이 상황이라 운행중지로 보임, 광궤열차, 오리지널 외관이나 뉴 펜돌리노에 해당)

스페인(두 종류 모두, 다만 틸팅기능이 없어 KTX-이음과 비슷함)

폴란드(마찬가지로 틸팅기능 없는 250km/h급 고속열차, 뉴 펜돌리노)

정도이다. 이외에도 중국에 CRH5로 틸팅없는 250km/h급 고속열차로 수출했고, 미국의 아셀라 두 열차 모두 펜돌리노의 틸팅기능을 가진다. 

고속선 없이 기존선만 운영하는 국가에서는 최고속도가 200-230km/h 정도로 팔리는 경우도 있다.



파란색 국가에서 유럽의 펜돌리노를 찾아볼 수 있다. 진한 파랑인 스페인과 폴란드의 열차는 틸팅 기능이 없는 열차, 옥색인 독일, 슬로바키아, 러시아는 타국의 펜돌리노 열차가 들어오는 국가, 연한 회색은 펜돌리노가 아닌 고속철도들이 다니는 지역, 진한 회색은 고속철도가 없는 지역. 

300km/h급 고속전용선 고속철도와 160km/h대의 기존선 열차 사이에서 펜돌리노는 틸팅기능을 통해서 같은 선로에 220~250km/h의 고속철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수많은 유럽 국가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최근은 선로개량과 열차 가감속이 늘어나면서 틸팅열차의 인기가 예전만은 못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알스톰의 250km/h급 열차 브랜드로써 그 이름을 이어가는 듯 하다. 



펜돌리노의 역사를 보다보면, 노태우 정부까지만 하더라도 220km/h밖에 못밟는 신칸센 100계에 비해 분명히 진보한 이탈리아의 펜돌리노가 버려진채 일,불,독 3국만에서 고속철도를 알아본 것이 때로는 당황스럽고 불쌍하다. 한국에서도 분명히 1980년대부터 틸팅열차를 고려한 적이 있는만큼, 펜돌리노를 도입하거나, 최소한 검토는 해볼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비록 지금 한국에서 틸팅열차가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만약 한국 또한 저시기에 통일했다면,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펜돌리노가 도입되었다면 한국에서도 250km/h를 밟는 틸팅 고속열차가 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미 지난 이야기이지만. 

어릴때 TTX를 구경하면서 참 매력적인 열차라고 느꼈던 기억이 펜돌리노에 대한 관심을 올렸을지도 모르겠다. 



100% 정확한 정보만을 적었다고 확신할 수는 없으니, 혹시 유럽 고속철도나 펜돌리노에 대해서 아는 정보가 있다면 알려주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