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28409?sid=104


올여름 미국에 221년 만에 가장 많은 매미 떼가 날아드는 ‘매미 대침공’이 일어날 전망이다. CNN과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이달 말부터 최대 1조 마리의 매미가 미국 중서부와 남동부를 뒤덮게 된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도 해마다 여름이면 매미가 나타나 수컷들은 암컷을 찾아 우렁차게 운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는 그 차원이 달라 하늘과 숲이 매미 떼로 새까맣게 뒤덮이고 동시다발적으로 울어대는 굉음에 사람들이 잠을 설치는 일도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환경 변화에 따른 재앙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생태의 순환이다. 미국 매미 중에는 해마다 모습을 보이는 종류도 있는 반면, 13년 또는 17년에 한 번씩 한꺼번에 등장했다 사라지는 종류도 있다. 이들을 특정 주기마다 출몰한다고 해서 주기매미(periodical cicada)라고 부른다. 주기매미는 매년 나타나는 매미보다 덩치는 작고 새빨간 눈을 하고 있으며, 수컷의 울음소리가 훨씬 우렁차다. 출몰 연도·지역에 따라 열다섯 무리가 있다. 그런데 올해 두 무리가 동시에 ‘출격’을 앞두고 있다.


2011년에 알에서 깨어나 땅속에서 13년 굼벵이 생활을 마무리하고 탈바꿈을 앞두고 있는 ‘브루드19′와 그보다 앞서 2007년부터 17년간 굼벵이 시절을 견뎌낸 ‘브루드13′이다. 이들의 출몰이 예상되는 지역은 미국 동부에서 중서부에 이르는 17개 주다. 이 두 무리가 동시에 나타나는 ‘매미 대침공’은 13과 17의 최소공배수인 221년마다 반복됐을 수 있다. 이들이 외래종이 아니라 과거부터 살아온 북미 토종이라면 직전 출몰 연도는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백악관에 있던 1803년이 된다.


이처럼 긴 매미의 주기는 천적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숫자로 압도해 종족을 보존하려는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매미는 인체에 무해하고 농작물에 병충해도 옮기지 않는 데다 새나 너구리 등 야생동물의 소중한 먹이가 되어준다. 미국 정부 기관들은 매미 떼가 몰려와도 살충제 등으로 죽이지 말고 가만히 두라고 안내하고 있다.


문제는 소음이다. 수천만 마리의 수컷이 내는 울음소리가 100데시벨 이상의 소음을 낸다. 여름이면 도심, 시골 할 것 없이 귀를 따갑게 하는 한국의 참매미(80데시벨)보다도 큰 소리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중서부와 남동부에선 최대 6주까지 ‘윙윙’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곤충들을 그대로 두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