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선생이 아주 어렸을 때... 60년대 초반 이야기라고 함.

 

2. 그 선생네 집은 시골에서 나름 일가 모두 한 동네에 모여 농사짓고 살고 있었음. 아래 나온 이주계획의 규모를 보면 지주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동네에서 기반은 단단했던 모양임.

 

3. 그런데 집안의 청장년들... 그 선생네 아버지 형제 라인에서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함.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시골에서 농사나 짓다가는 평생 농투성이 못 면한다! 미래는 서울(도시)에 있다! 젊은 애들 일자리 구한다고 서울 올라가는거 못 봤느냐! 우리도 늦기 전에 서울로 올라가서 애들도 서울 학교 보내야 제대로 공부해서 좋은 직장도 구하고 출세한다! 뭐 이런 주장이었다고 하네.

 

4. 그래서 형제들끼리 의논한 끝에, 일가(대가족)의 집단 서울 이주라는 웅대한 프로젝트가 시작됨.

 

5. 고향 마을에 있던 땅이며 집이며 재산 다 정리해서 서울에 새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는데... 그래도 당시 도심이던 사대문 안이나 그 주변에 자리잡기는 힘들었다고 함. 특히 평생 농사짓고 살던 사람들이니 서울 올라간다고 다른 직업 구하기도 힘든데, 사대문 안에서 농사짓는다는 건 개그밖에 안 되는 거임.

 

6. 그래서 이 형제들은 발상을 전환함. 꼭 서울 한복판에 들어가야 한다는 법이 있냐, 서울 근처로만 가도 애들은 서울 학교에서 공부시킬 수 있다. 변두리라도 괜찮으니 서울 근처에 일가가 다 자리잡을 만한 곳을 찾아보자 뭐 이런 발상이었다고 함.

 

7. 이런 노력이 헛되지 않아서... 나름 괜찮은 곳을 찾았다고 함. 일가 형제들이 같은 동네에 모여 살 집에 고향에 있던 논밭하곤 비교가 안 되지만 그래도 농사지어서 굶지는 않을만한 농지까지 찾아서 계약금까지 걸었다고...

 

8. 하지만 집안 어른들(이 형제의 부모 라인)은 이 계획을 싫어함. 고향을 버리고 어디 가서 뜨내기 생활하겠다는 거냐는 거임. 그래서 형제들은 나름 머리를 써서 일단 계약금 걸어서 기정사실을 만들어놓고 '다 정해진 일이다. 지금와서 뒤집으면 돈 날린다' 고 밀어붙이리고 했다고 함.

 

9. 하지만 집안 어른들의 반대가 예상보다 훨신 격렬했다고... 특히 집안 할머니(형제들의 어머니=선생의 할머니)가 절대로 안된다고 극구 반대했다고 함. 선산을 버리고 어딜 가느냐, 고향땅 다 팔아버리고 어디 가서 떠돌다가 객사하겠다는 소리냐고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안 된다, 정 가려거든 나는 고향땅에서 죽을테니 선산에다 나를 버리고 가라고 난리 난리 호통을 치셨다고...

 

10. 결국 형제들은 어머니 뜻을 꺾지 못하고 이 계획을 포기함. 물론 계약금은 싹 날림.

 

11. 짐작했겠지만 이 때 일가가 이사하려고 봐뒀던 땅이 지금 강남구 어딘가라고 함.

 

12. 그 날 선생이 내린 결론은 '그래서 제가 지금 여기서 여러분들에게 강의하고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