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금촌시장을 혼자서 가본 것은 아직 찬바람이 쌩쌩 불던 2007년 1월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은 영어학원을 땡땡이 치며 어디서 시간을 죽여볼까? 하는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다. PC방을 가면 되지 않느냐? 차라리 만화방을 가보지. 라는 의아함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 시절 나는 PC방의 P자도 모르는 세상물정 어두운 초딩이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어딘가 돌아다니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금촌시장을 방문하게 된 것은 정말로 우연이었다. 찬바람을 맞으며 흔히 '해방촌'이라 부르는 달동네의 골목길을 따라가다 발견했기 때문이다. 정말 기막힌 인연인 것은 그 날이 마침 5일장이 서는 날이었던 것이다. 아마, 그 날 5일장이 서지 않았다면 나는 금촌시장을 외면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금촌시장은 그동안 봐았던 다른 상설시장과 매우 달랐다.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았고, 상인들이 파는 식자재나 음식은 특이했다.


그 날 수산물 매장의 상인은 어디서 낙찰 받은 건지 잔뜩 배가 부른 어미상어를 식자재로 내놓았다. 나는 처음 보는 상어의 실물에 신기해하였지만, 곧 상인이 어미상어의 배를 가르자 힘없이 미끄러져 나오는 새끼들을 보곤 금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눈길을 이끈 것은 가물치였다. 가물치는 고무대야에 몇 마리가 담겨있었는데 얼마나 힘이 쌔던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옷이나 얼굴에 물이 튀곤 했다. 그래도 어린마음에 가물치를 가까이서 보겠다고 고무대야에 붙어있던 나였다.


시장을 한참 둘러보다보면 각종 군것질거리가 눈을 사로잡기도 하였다. 흔히 볼 수 있는 떡볶이, 순대부터 술 안주에 딱 좋은 메밀전병까지 종류도 다양하였는데, 그 시절 나의 주머니는 가벼웠기 때문에 500원짜리 컵떡볶이만 유일하게 부릴 수 있는 사치였다. 


그렇게 땡땡이를 치고 나면 어느 순간,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집에 돌아갈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장소를 발견했다는 들뜬 기분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고, 집에 돌아가는 발걸음 또한 아쉬었다. 그래서일까, 그 시절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해방촌' 둔턱에서 잠깐 뒤돌며 금촌의 야경을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곤 했다.


+ 파주이야기 이번 주에 업뎃함. 교하주민들의 의견을 적극반영하여 교하/운정/탄현 등 파주 서부동네를 잔뜩 다뤘음.

그럼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