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욕하는게 아님. 동쪽에서 어글끌렸는데 서쪽으로 장판날리는 능지의 글이긴 하지만.




큰북(timpano) 모양으로 만들어서 팀발로(timballo) 혹은 팀파노(timpano)라고 불리는 그것. 빅 나이트(1996)란 영화 소개를 봤을때 주인공 형제의 온갖 정통 이탈리아 메뉴 중에서도 보는 순간 로망과 낭만에 휩쓸려 가슴이 웅장해져버리고 이게 내가 알던 그 파스타 맞냐 눈물이 나버린 하이라이트였음. 사실 어제 잡담으로 쓰던 소재인데 서버 뻑나서 날려버림 앰창;;;


50년대, 뉴저지 해안에서 식당을 차린 두 요리사 형제. 이름한번 진짜 찐하게 묵은 앤초비 국물느낌 나는게 형 이름이 프리모, 둘째 이름이 세콘도임. 그러니까 일드같은걸로 치면 형제 이름이 이치로 지로ㅋㅋㅋㅋㅋ


둘째는 매니저로서 손님을 상대하며, 미국까지 왔으면 어느정도 미국인 입맛과 타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 반면 형은 허브는 무슨 못먹는 풀때기 취급하면서 고기, 케찹, 크림, 치즈나 요구하는, 건더기도 없는게 쌀도 안익은게 무슨 리조또냐며 항의하고 클램차우더 깡통에 개밥말아 풀쑨걸 리조또라고 고집하는 미국인 평균 수듄때문에 암세포들도 진즉에 자살해버린 골수 이탈레반임.


친절하고 손님에게 서비스를 다하려는 매니저와 고향의 향토음식 및 호텔 레시피에도 도통한 주방장. 게다가 형제니 환상의 조합같은데 자고로 가족끼리 일벌리면 더 싸운다는 말이 있듯 식당은 점점 고든 램지가 출동하는 그런 가게들같은 환장할 상황이 되어감. 정작 근처의 '이탈리안' 식당은 이탈레반 형이 보면 이태리 요리에 똥칠한다고 극대노할 수듄인데도 날마다 성업중.


마침내 경영상 막다른 골목에 봉착한 형제는 사람들을 초대하고 도박하는 심정으로다가 가진돈 전부 털어 소문날만한 정통 이탈리아식 만찬을 준비하는데 그 하이라이트가 바로 팀발로, 영화에선 팀파노라고 불린 이 요리였음.


팀발로 혹은 팀파노는 돔형이든 원통형이든 용기에 껍데기를 깔고 재료를 싸서 뭉근히 구워내는 요리로, 그만큼 지역색이 뚜렷하고 대단히 다양한 형태가 있음. 형제의 고향인 아브루초 지방에선 영화처럼 얇은 반죽으로 싸는데 감자, 구운가지, 프로슈토, 쌀, 파스타, 토마토 등 익혀서 형태만 잡을 수 있으면 껍데기도 자유로움. 들어가는 내용물도 천차만별로, 소스는 라구든 베샤멜이든, 미트볼, 고기, 생선, 소시지, 살라미, 계란, 채소, 치즈, 허브 등등 맛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면 세상 맛있는건 다 때려박아 구워내는 무슨 동화책에 나올법한 레시피로 실로 잔치나 명절에 어울리는 빅 푸드임. 사실 틀을 잡아 구워낸단 점에서 뭐 맥앤치즈나 라자냐에 껍데기만 씌우고 팀파노라고 우겨도 딱히 죽탱맞을 일은 없는 요리지만...


팀파노가 유별나게 인상적이었던건 손님들을 위해 정통 방식으로 하자면 손이 끝없이 많이 가는 이 요리를 준비하는 형제의 열정과, 팀파노를 잘라 나누어먹는 손님들의 반응에서 흐르는 흥겨운 음악도 한몫 하지만서도 전혀 다른 문화권에 속하는 관객들에게도 가족들과 모여앉아 특별한 순간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던 기억, 인생의 기념할만한 순간들과 거기에 따른 흥겨운 추억들을 일깨우는 명장면이었기 때문임.


근데 어디서 왜 그렇게 어글을 받았냐면 비프웰링턴은 그렇게 극찬하면서 팀파노는 미련스럽게 무조건 많이 처넣고 구우면 다인 누르렁 잡탕인것처럼 은근히 표현하는 소위 푸드 칼럼니스트를 본거임. 아니 이 씨바련이 팀파노가 만만해뵈나 직접 안해봤음 아가리 싸물어라하고 로그인 요구만 아니었음 쌍욕을 슬고 갔을거임. 은근하게 비프웰링턴에 편향된 느낌에 킹받는것도 있었지만 사실 내가 야매로 팀파노에 도전해보다(작게 만들었지만) 성대하게 폭사한 적 있거든 깔깔깔깔깔!


그만큼 다양한 재료를 쓴 잔치음식으로서의 팀파노는 보기보다 까다로움. 아무거나 넣는게 아니라 맛의 조화를 이룰수 있는 재료를 선정해서, 소스도 직접 만들어야 하고, 다양한 재료를 준비해야 하는데 미트볼같이 그 자체만으로도 손이 가는걸 또 익혀서 넣어야하고, 영화에서도 팀파노를 두들겨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만큼 소스 비율과 구움 정도를 맞추는 것도 보통이 아님. 그걸 진짜 케이크처럼 살짝 식혀서 썰어내는데 이 모든 과정에서 특정 재료 비율에 너무 욕심을 냈다든가 소스 조절에 실패했다든가 성급했다든가 하면 겉은 멀쩡해보여도 칼로 푹찍하는 순간 와르르 무너지며 와갤료리로서의 실체를 드러내버리는 거심. 반대로 태웠으면? 속은 안탔을테니 걍 탄소 피나타 뽀갠다고 생각해야지 뭐ㅋㅋㅋ


프로도 5시간, 심지어 10시간씩 걸릴 수도 있는 잔치요리 팀파노의 단면은 하루의 잔치를 위해 과거 몇날며칠 혹은 그보다 한참 전부터 부엌에서의 중노동으로 보내야 했던, 한 계절을 보내면서 쉼없이 다른 계절을 준비해야 했던 현대화 이전 삶의 단면이기도 하고 음식문화의 정수이기도 하다...는게 내 느낌임. 주방에서의 중노동은 마찬가지지만 재료를 보면 알 수 있듯 비프 웰링턴과는 근본과 발전과정이 다른 음식인데 이걸 그저 크고 미개스럽게 때려박는다고 하는 평이 트루 미개해보임. 꼭 미국이나 유럽 유학 갔다왔다고 말끝마다 학부생들을 미개인 취급하던 강사나 교수놈들 생각나는구만! 저 씨바련은 쇠고기 안심이 아니라 생선쪼가리에 양파쪼가리나 넣는 쓸라빅 푸드라고 꿀레뱌카도 미개 취급하지 않을까 싶은데...


비프웰링턴은 본래 그 기원이 명절이나 동네잔치와는 상관없는게 확실하고 팀파노는 꼭 이태리 시골 할매가 명절에만 만들란 법은 없으니, 둘 다 크리스마스같은 특별한 날에 예약이 많아진다고 함. 너무 손이 많이 가고 까다롭고 평소 먹어보기 힘든 특별한 메뉴니까ㅇㅇ


근데 아무래도 팀파노 예약도 많아진단건 역시 영화 빅나이트의 영향이 컸을거같음. 50년대가 배경인 이 영화에서 이태리 출신인듯한 아재들 빼고 이 요리가 뭔지 알아본 사람들이 없음. 형이 팀파노를 만들자고 할때 처음엔 동생이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이탈리아스러운데다 지역색이 강해서 초대한 미쿡인들이 못 받아들일거라고 반대했거든



쓸라브의 크리스마스 특집 꿀레뱌카는 페이스트리지로 싸서 굽는단 점에서 비프웰링턴과 겉모습은 비슷해보이지만 내용물은 전혀 다른데 특히 절대 육고기를 넣으면 안되고 대신 생선을 넣어야 함. 왜냐면 정교회 성탄절(양력 1월 7일) 전날에는 경건한 마음으로 예수의 탄생을 기다린다는 의미로 금육일이거든. 교회와는 상관없는듯한 보리스 동무도 어쨌든 생선을 넣는거 보면 알 수 있든 바부쉬카의 바부쉬카의 바부쉬카 이전부터 내려온 확고한 로씨야 전통인거지.


글이 좀만 길어지면 결론을 못내리는 고질병때문에ㅇ바로 작성버튼 눌러버릴라캤는데 다행히 제목 생각이 났다;;


혼밥러는 정신병자라는 츄라이츄라이 꼰대새끼들같은 소리 할라는건 아니고. 여튼 우리는 왜 해먹지도 못할, 먹어본 적도 없는 이런 사치스런 요리 영상을 보는걸까? 꼰대들 말대로 정신적 허기때문에? 적어도 난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능숙한 기술과 열정의 조화가 기쁨과 에너지를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거기에 입담도 좋으면 빵빵 터지는거고.


시대는 변했어. 음식은 어머니의 전담 의무가 아니고, 윗세대로부터 음식을 배우기보단 누워서 자는 시간 빼고 책상 앞에서 하루를 보내고, 예전처럼 큰 상에 둘러앉는 경우는 크게 줄었지. 하지만 추억과 상상력과 열정, 그리고 나눌 줄 아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학생이든 자취생이든 직장혼밥러든 정년퇴직자든 음식을 매개로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해. 물론 잼민이들은 주댕이 미싱으로 꼬매버렸음 좋겠지만.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