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엄한 경비 속의 고풍스러운 흰색 건물. 끊이질 않는 발걸음 소리. 

가장 윗 층에는 장군의 집무실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 소박한 방이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이라고는 만듦새가 좋은 낚싯대 한 자루가 벽에 걸려 있다는 점이였다.


그리고 방의 정중앙에는, 오크빛 탁자 앞에서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기분으로 작전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주코프가 있었다.


"망할 놈들이 머릿수를 앞세워서 아군을 짓뭉개려 하고 있잖나!"


그가 책상을 내리치려 하기 직전, 바실렙스키가 이상하리만치 침착한 목소리로 화두를 떼었다.


"사령관, 격무로 좀 지친 것 같은데 좀 쉬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주코프의 주먹이 탁자를 내리치기 직전에 멈췄다. 

잠시 간의 침묵 뒤, 그는 쓰러지듯이 등받이에 그의 몸을 뉘였다.

바실렙스키도 옆의 의자에 앉아, 놓여 있는 물을 한 잔 마시고 있었다.


잠시 멍하니 천장의 전구를 바라보던 주코프가 갑자기 화색을 띄며 바실렙스키에게 말했다.


"바실렙스키, 내가 재밌는 생각을 하나 해냈네!"


바실렙스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두긴과 키로포노스를 잡으면 여장을 시키고 전국순회를 시키는걸세!"


바실렙스키는 잠시 이해를 못했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주코프가 수 년 만에 들어본 수준으로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다.

주코프도 덩달아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밖의 병사들은 도대체 무슨 영문인가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