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작성한 유서를 몰래 빼왔습니다.

 

 모두 그를 추모해주길 바랍니다.

 

 

 죽음이 엄습한다는 기분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 며칠만 지난다면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나의 아버지나, 큰아버지처럼 말이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매우 두렵다. 딸은 내가 사형선고를 받은 날부터 지금 이 글을 적는 순간까지 울면서 밥도 먹지 않고 굶고 있으며, 아내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다.

 

 내가 두려운 것은 나 개인의 죽음이 아닌, 내 당원 동지들의 죽음이다.

 

 이들은 모두 내 결정을 존중하고, 힘을 실어줬으며, 그저 일만 잘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나에게만 죄를 뒤집어씌운다면 좋겠지만, 결국 저들은 나와 똑같은 최후를 맞게 될 것이다.

 

 그 생각을 하면 잠결에도 눈물이 흐른다.

 

 그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나는 결국 내 큰아버지 처럼 무고한 목숨을 앗아갔다.

 

 나는 평화와 정의를 위해 인생을 바쳤다.

 

 아버지와 큰아버지처럼, 나도 어려서 민주주의를 배웠고, 언제나 약자를 위해 고개를 숙였고, 옳지 않은 일이라면 타협하지 않았다.

 

 하지만, 굳건한 나무가 먼저 잘리듯, 나는 정의를 위해 그들이 내민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난 곧 잘릴 것이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훗날 역사가 나를 평가하리라 믿는다. 역사만이 나를 공정히 판단하리라 믿는다.

 

 나의 마지막 소원은, 내가 뿌린 이 씨앗이 훗날 절대 잘리지 않을 튼튼한 나무가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