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오르는 오데이셔스급 항공모함 반둔두호


건조한 공기의 의회 청문회실, 국방장관은 원인규명위원회가 밝혀낸 원인을 프레젠테이션하려 하고 있다.

에... 그러니까 반둔두호가 전소한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현재 오데이셔스급 1번함이 카빈다에서 개장을 받고 있기에 해당 항모의 업무과중이 심하여 생긴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여간... 갑판에서 무장 장착중이던 F-4E 팬텀에서 갑자기 AIM-9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이 발사, 그대로 출격 준비중이던 F-14 톰캣에 명중했습니다.

이후 톰캣에서 항공유가 유출, 여기에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그리고 톰캣에서 피닉스 미사일이 떨어져나와 1분만에 -원래는 2분 30초정도가 정상입니다만, 좀 오래된걸 하필 장착했더군요- 폭8했습니다.

이 폭8로 화재를 진압중이던 소방요원들이 대다수 사망, 근처 승조원과 함교 후방에 있던 인원들 대부분이 즉사합니다.

소방요원들이 전부 쓰러지자 남은 승조원들이 진화에 나섰지만, 하필 물을 끼얹는 바람에 -항공유엔 물을 끼얹으면 안됨- 불길이 물을 타고 갑판 전체로 퍼졌습니다.

결국 엘리베이터를 통해 하부갑판까지 불이 번졌으며, 2틀째 되는날 간신히 진화했습니다.


다음은 원인입니다.


사고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가설이 나왔습니다. 검사관들이 파견되어 항모 관제탑에 장착된 감시 카메라를 살펴보며 무엇이 원인인지 파악하는데, 주기 중인 항공기로부터 스파크가 튀는 장면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하여 해당 항공기에서 모종의 스파크가 발생하여 폭발, 화재가 일어났다고 결론날 뻔했는데, 유독 한 검사관은 의견이 달랐습니다.

그는 훈련중 급박한 출격 스케쥴에 맞추기 위해 항공 무장담당 승조원들이 무장의 최종연결을 출격 직전이 아니라 갑판 대기 중에 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무장이 연결된 항공기가 시동을 거는 중 전류가 공급되어 로켓이 발사되어 화재가 일어났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검사관들은 이런 주장을 듣고 말도 안 된다고 반응했습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정말 말이 안 되는 소리였죠. 

기본적으로 항공기 무장에는 3중으로 안전장치를 답니다. 첫째로 무장 자체에 안전핀이 걸려있고, 둘째로 항공기로부터 무장의 작동장치에 전원을 공급하는 케이블이 연결돼야 했으며, 마지막으로 조종석의 마스터 암 스위치를 조작해야 했습니다. 이런 기가 막힌 우연이 설령 이뤄진다 하더라도, 카메라에 찍힌 항공기가 그런 이유로 터졌으리라 예상하기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검사관이 직접 실험을 거듭하여, 결국 믿기지 않는 우연과 인재가 겹치고 겹쳐서 정말 말도 안되는 확률로 그 사실이 벌어질 수 있음을 증명하였습니다. 검사관이 밝힌 시험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

  • 안전장치 1. 무장 파일런의 안전핀 (우연)
바람이 30노트 이상 속도로 불자 안전핀에 달린 리본이 바람에 날려 안전핀이 저절로 빠졌습니다(…). 특히 항공모함은 바다에서 고속으로 항진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30노트 이상으로 바람이 부는 경우는 드물지 않긴 합니다. 검사관은 이를 실험으로 빠질 수 있다고 보여주었지만, 설령 안전핀이 빠지더라도 케이블이 연결 안 되면 무장이 발사될 리가 없었다. 그런데...

  • 안전장치 2. 장비의 포드에 연결하는 케이블 (인재)
원래 항모에서 항공기가 이함할 때에는, 비행 준비를 마친 전투기가 대기하면 정비사들이 해당 기체의 무장 안전핀을 제거하고 케이블을 연결하도록 절차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케이블이 접속불량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면 이륙 준비가 완료된 항공기를 뒤로 빼서 모든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데, 안 그래도 바빠 죽을 지경인 정비병들로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던거죠. 그래서 정비병들은 뜻을 모아 케이블을 미리 연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반둔두의 지휘부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미리 연결해도 좋다고 사건발생 1주일 전에 이함 절차를 수정하였습니다. 이렇게 해도 된다고 판단한 이유가 안전핀이 멀쩡하면 미리 연결해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설령 케이블이 연결된 채로 안전핀이 빠졌더라도, 전류가 공급되지 않으면 무기는 발사될 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 안전장치 3. 조종석의 마스터암 스위치 (우연)
조종사가 바보 천치가 아닌 이상 이륙할 때 마스터 암 스위치를 누를 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검사관이 실험을 하다가, 항공기 시동시 아주 드물게 항공기 전체에 과전류가 흘러 무장 스위치에도 전류가 공급되는 경우가 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게다가 실험으로도 이를 완벽히 재현하였고요. 그런데 하필이면 케이블이 미리 연결된 상태에서, 안전핀은 바람에 날아가 버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항공기를 시동하는데 과전류가... 그야말로 번개를 맞기보다 희박한 가능성이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죠.

결국 안전장치 3개는 이런 우연과 인재가 겹친 상황에서 완벽하게 해제되었습니다. 이렇게 증거가 눈 앞에 나오자 다른 모든 검사관들도 동의하여 사고가 우연과 인재가 겹쳤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마지막 의문점은 카메라에 찍힌, 항공기에서 나오는 스파크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뜻밖의 반전이 있었는데 다른 검사관이 카메라 속의 스파크가 사실은 다른 곳에서 발생했는데 카메라 커버의 유리에 반사되어 마치 항공기에서 스파크가 나온 듯이 보였다는 가설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번에도 검사관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진짜였습니다. 결국 사건의 진상은 이러했다. 위 3가지 우연과 악운이 겹쳐서 주기 중이던 F-4E로부터 사이드와인더가 발사되었다. 미사일은 이함 대기 중이던 F-14에 명중했다. 로켓이 폭발하지는 않았으나 F-14에서 항공유가 흘러나와 불이 붙었고, 불 때문에 폭탄이 유폭되었으며, 승조원들이 다급한 마음에 물을 부어 대형화재가 된 것입니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