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회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인민민주당 대표의 이름을 연호하는 열성 지지자들과, 손에 카메라를 들고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기자들, 그리고 이런 곳이면 꼭 나타나는 노점상들.
 이렇게 복잡한 이 곳에서, 품 안에 권총을 품고 대열 앞으로 향하는 것이 썩 좋은 기분은 아니였다.
 이제 조금 뒤, 내가 사람을 살해해야한다는 사실이 나를 공포에 집어삼켰다.
 단상 위에는 양복을 입은 당 지도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 중에서도 정치인들 중에서도 젊은 축에 속하는 젊은 당대표의 얼굴이 눈에 보였다.
 그 남자는, 자신이 곧 누군가에 의해 총에 맞을 것이라는 것도 모른채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심각한 대화를 나눴다.
 이윽고, 내 발이 어느새 대열 맨 앞에서 멈춰섰고, 사회자가 소리쳤다.
 "자, 인민민주당 대표님을 모시겠습니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더 커졌고, 나는 그들 사이에서 조용히 품 안에 손을 넣어 총을 손에 잡았다.
 총의 감촉이 손에 느껴지자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이제 난 어쩌지? 살인범이 되는건가?
 대혁련은.. 잘 있을까?
 감옥에서 수십년동안 살아야하는 건가..?
 그러나, 이내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잡념을 지우려 애를 썼다. 지금 내가 집중해야할 것은, 공산 국가 건설뿐이였다.
 품 안에서 거칠게 총을 빼어들고 재빠르게 단상 위의 대표를 향해 조준했다.
 그 순간,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직 나를 보지 못하고 연설 중인 대표와, 나를 보고 놀라며 앞으로 뛰쳐나가는 경호원들, 대표에게 정신이 팔려 나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머릿속의 잡념을 지우지 못한 채, 두 눈을 꼭 감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이 울렸고, 경호원은 총성이 울리자마자 나를 덮쳐 땅바닥에 깔아뭉갰다.
 나는 필사적으로 단상 위를 보려 했지만, 시야가 가려져 사람들의 비명소리만이 들렸다.
 나는 더 이상 반항하지 않고 그대로 몸의 힘을 풀고,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혁명.. 혁명 만세.." 

 ㅍㅇ) 결과는 아이리스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