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성은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소파에 앉아있었다. TV에서는 체포된 백설하의 모습이 반복해서 나오고 있었다. 수갑을 찬 그녀는 거의 끌려가듯 경찰을 따라갔고, 그녀의 주변에서 사진이라도 한장 더 찍으려고 달려는 기자들의 모습이 TV에 고스란히 나왔다.
 김우필 대표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희생을 기억해야합니다. 저 희생이 헛되게 해선 안되는 법이죠. 그러니 마음 다잡으세요, 위원장님."
 이민성에게는 그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저, TV 속에 나오는 그녀의 모습만이 그의 머리에 멤돌았다.
 그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음을 깨달은 김우필 대표는 강현국 위원장에게 물었다.
 "최근 당원들이 속속히 잡혀가고 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경찰 내부 당원들도 속속히 잡혀가고 있는 것으로 봐선, 아무래도 인민민주당에서 민혁당의 실체를 고발한 모양입니다."
 김우필은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냉정히 말했다.
 "어쩔 수 없죠. 당분간은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잠적합시다. 지금 나서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으니깐요."
 그의 말에 강현국 위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민성은 아직도 TV를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지키겠습니다.. 꼭.. 지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