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는 대공분실 지하의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대공분실의 천장에는 밝은 전구등이 음슴한 분위기를 만들었고, 한 중앙에 한 여자가 두 팔이 천장에 묶인 채로 매달려 있었다.
 그녀는 한눈에 저 묶여있는 여자가 인민민주당 대표 저격 사건의 범인이자, 정소월을 암살한 민족혁명당의 간부임을 알아챘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거칠게 밀치며, 그녀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의 겁먹은 표정을 똑똑히 바라보며, 멱살을 잡은채 싸늘히 말했다.
 "누구야, 정소월씨 살해한 그 새x."
 그녀의 표정이 더욱 굳으며 눈동자가 떨렸다.
 그녀를 째려보던 김명희는,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뒤에는, 모범생처럼 보이는 한 남성이 웃는 얼굴로 서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명희 비서실장님. 안영환이라고 합니다. 이 곳 대공분실의 사장입니다."
 김명희는 멱살을 풀며 그에게 물었다.
 "사장이요?"
 "여기선 다 그렇게 부릅니다. 저기 저 친구는 박과장, 저기 안경 쓴 친구는 김대리."
 그는 안경을 고쳐쓰며 말했다.
 "제가 이곳 대공분실에서 20년도 더 넘게 일했습니다. 즉, 누구보다 이 대공분실에 온 사람을 가장 잘 처리한 사람이라는 뜻이죠."
 김명희는 조금 생각하더니, 이내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그 사람에.. 정소월씨도 포함되는겁니까?"
 "네, 그런데요?"
 김명희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차갑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저와 정소월씨가 악연은 아니라서요. 제 앞에서 자랑하실 일은 아닌 듯 하네요."
 안영환은 당황했으나,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말했다.
 "김 실장님. 지금 확실한 걸 말씀드리죠. 지금 저 x을 잡아다가 최고의 고통을 줄 수 있는 사람? 접니다. 저 x을 통해 민혁당 간부들과, 어쩌면 당신이 증오하는 정소월 암살범을 잡아들일 수 있는 사람? 역시 접니다. 어쩌시겠습니까?"
 그의 당당한 태도에, 김명희는 잠깐 망설이다 답했다.
 "좋죠, 잠시간의 동맹. 저나 사장님, 둘 다 반공주의자인 것은 확실하니깐요."
 김명희는 그대로 뒤를 돌아 대공분실의 계단을 올랐다. 그녀의 뒤에선, 그의 말이 들렸다.
 "다들 들었지? 오늘 확실히 정보 캐낸다."
 그리고, 천장에 두 팔이 묶인 여자, 백설하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ㅍㅇ) 아직 신의주 사태 이전의 배경입니다.. 다음은 신의주 사태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