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였다. 신의주에 있던 안영환의 가족이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은.
 침대 옆의 수화기를 계속 손에 들고 있던 안영환은, 혹시 어제 아내에게 딸의 낮은 시험성적을 혼내지 말라고 말 한것이 원인이였는지 생각하며, TV의 전원을 키고 냉장고로 가려 했으나, 그는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 국민 여러분, 실제 상황입니다. 일본령 중국의 공산반군이, 신의주시에 VX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는 70만여명으로.. 신의주시는 흔적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 기구한 남자의 운명을 어찌 설명해야할까. 비롯 떳떳한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지는 않던 사람이였으나, 가족을 누구보다 사랑하던 그는, 유일하게 사랑하던 사람을 지금 막 잃었다.
 안영환은 분노에 가득 찬 표정으로 아무도 없는 대공분실로 뛰쳐들어갔다.
 철문을 거칠게 열고, 전기 의자에 앉아있던 백설하를 바라봤다. 어젯밤의 고문에도 입을 열지 않고 살려달라고만 말하던 그녀였다.
 그는 아무 미련 없이 전기 의자의 전력을 가동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그녀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렸고, 그녀의 몸은 부들부들거리며 떨려왔다.
 안영환은 무서우리만큼 조용히, 몸을 떨면서 죽어가고 있는 그녀를 가만히 지켜봤다.
 그녀의 숨이 헐떡이며, 숨이 넘어가려고하자, 그는 급히 전력 가동을 중단했다.
 전기 의자의 전기가 끊기자, 그녀는 축 늘어지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에게 다가가 얼굴을 보니, 그녀의 생기 없는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눈물을 흘리냐? 너같은 빨갱이도?"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사실은, 말을 할 힘 조차도 없었다. 그녀의 몸은 이미 고문으로 상처투성이였고, 방금까지 전기 고문을 받았기 때문이였다.
 그는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아내가 죽었어. 공산당을 조직한 너희 때문에. 딸이 죽었어. 중국 공산당원들을 받아준 너희 때문에."
 백설하는 처음 듣는 소리에 놀란 눈을 떴다.
 "방금 신의주에 미사일이 떨어졌다. 사망자는 70만명. 거기에 내 가족도 포함되어 있다."
 백설하가 자신도 모르게 헉 소리를 냈다.
 "그 사람들은.. 불과 몇시간 뒤 자신들이 가스에 숨이 턱턱 막히며 죽어갈 것을 알고 있었을까? 응? 알고 있었겠느냐고?!"
 그가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며 주먹을 휘둘렀다. 백설하는 피하지도 못하는 그 주먹을 모두 견뎌냈다.
 이성을 되찾은 그가 거칠게 숨을 내뱉었고, 백설하는 얼굴에 흐르는 피로 인해 눈을 찡그리며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이성을 되찾은 그였지먄, 아직까지 그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니x의 사상인 그 공산주의 때문에.. 그 개같은 공산주의 때문에! 70만명이 죽었어, 70만명이! 다 니가 죽인거야.. 다 니가 죽인거라고!"
 그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한번 전력실에 들어가 전력을 가동했다.
 다시 한번 더 그녀가 비명을 내질렀고, 그녀의 몸이 들썩이며 세차게 몸을 떨었다.
 그는 비명을 내지르며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보며, 광기에 사로잡힌 채 끅끅거리며 웃었다.
 이윽고 전기 의자의 전력이 끊겼고, 축 늘어진 그녀는 피와 섞인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살려주세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그는 아직까지도 웃음을 멈추지 않은 채 그녀에게 다가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여기서 끝나지 않을거야. 조금 더. 아니, 더 많은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 거고, 니가 마지막에 보는 이 세상의 모습은, 숨이 끊어지는 니 모습을 보며 웃음 짓는 내 얼굴일거다."
 그는 끅끅거리며 웃었고, 그녀는 모든것을 체념한 채 그저 조용히 흐느꼈다.
 참으로 기괴한 모습이였다.

 ㅍㅇ) 대공분실 직원들 단체로 미친거나 다름 없습니다.. 네.. 적어도 공산주의자가 다시 한번 대한제국에 나타날 일은 없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