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슈화가 경영하는 카지노는 휘황찬란한 빛을 내며 밤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카지노 주변에는 스포츠카가 즐비하게 주차되어있었고, 양복을 차려 입은 중국의 부호들이 카지노로 모여들었다.
 민성식은 담배 꽁초를 버리고 옷을 툭툭 털어 냄새를 털어낸 뒤 카지노 입구로 향했다.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복장 규정에 어긋납니다."
 양복을 입은 경비가 나를 제지하며 말했다.
 "거, 좀 봐줍시다.. 청바지 입고는 도박도 못합니까?"
 "안됩니다. 규정에 따라주십시오."
 민성식은 경비와 계속 실랑이를 벌였다. 카지노 하나를 들어가자고 얼마 없는 돈을 털어 양복을 살 수는 없는 노릇이였고, 그렇다고 들어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오늘 꼭, 리슈화를 만나야했다.
 "리슈화 대표, 오늘 제가 꼭 만나야합니다. 들여보내주시죠, 제 이름을 대면 아마 들여보내주실 겁니다."
 그 말을 들은 경비가 무전기에 대고 뭐라 말하자, 이내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확인되었습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카지노 지하의 금으로 장식된 문을 열고 들어서자, 리슈화가 자리에 앉은 채 나를 반겼다.
 "반갑습니다, 민성식 기자님. 저희측의 무례는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아뇨, 무례라고 할 것까지 불쾌한 일은 없었습니다."
 "다행이네요.. 이렇게 갑작스레 찾아오신 이유는 뭔가요? 혹시.. 저번에 요청하신 귀화자 목록.. 그것 때문에 오신건가요?"
 "아뇨, 다른 것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저희 둘만 들으면 충분할 듯 한데.."
 그러자 그녀가 손짓하며 경호원들을 내보냈다. 문이 닫혔고, 민성식은 수첩을 꺼내며 말했다.
 "묻겠습니다. 만주에서 사업을 시작하시기 전, 어디서 태어나셨고, 어떤 유년시절을 보내셨습니까?"
 "갑자기 그건 왜..?"
 "아, 저번 인터뷰 내용의 보충입니다. 유년기 시절 내용이 빠져서요."
 ".. 인터뷰 치고는 너무 딱딱한 분위기 아닌가요?"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제 성격이 원래 그래서요."
 ".. 네."
 "답해주시죠, 어떤 유년시절을 보내셨습니까?"
 "그냥.. 만주의 한 시골에서 자랐어요.. 부모님도 누군지 모른채 할머니 손에 길러져서.."
 "마을의 이름을 말씀해주시죠, 어딥니까?"
 "아마 잘 모르실텐데요.. 이름도 없는 작은 마을이라.."
 "그럼 절 데리고 가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 마을의 모습도 영상에 담아 보낼 생각이라서요."
 "글쎄요.. 너무 오래 전이라 잘.."
 "그럼 이 분은 기억나시나요?"
 민성식은 그녀에게 사진 한 장을 꺼내 보여줬다. 사진을 본 그녀의 두 눈이 미세하지만, 작게나마 파르르 떨리는 것을 그는 발견했다.
 "..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요..?"
 "이상하네요, 3년 전 리슈화씨께서 머무신 집의 주인분이신데."
 그녀의 당황한 낯빛이 드러나자, 민성식은 숨겨둔 이빨을 드러냈다.
 "중국과 대한제국의 국경경비대, 특히 신의주 인근의 압록강 근처 경비대를 방문해 처벌 기록에 대해 조사해보니, 지속적으로 뇌물을 받아먹으면서 대한제국의 사람들을 중국으로 밀입국시킨 한 사람이 있더라고요?"
 그는 서류를 뒤적이며 꺼낸 후 보여줬다.
 "이름이 다 적혀있지 않아서 중국의 군인들은 누가 밀입국 했는지 알아내지 못한 채 사건을 묻었지만.. 여기, '백'이라는 글씨가 그의 장부가 적혀있더군요."
 그는 글씨를 가리키며 말했다.
 "소설 하나 써보겠습니다. 신의주에서 고립된 백설하는 어떻게는 자금을 모아 중국 국경 경비대의 유명한 부패 군인을 찾아가 뇌물을 준다."
 그리고 그는 지도를 꺼내며 말했다.
 "그리고.. 압록강을 무사히 건너 만주로 향한 그녀는, 한적한 곳에서 숨어지내다 이름과 얼굴까지 전부 바꾸며 살아간다.. 재미있는 소설 아닙니까?"
 ".. 재미있는 소설이네요.. 역시 기자분이시라 그런지.. 글 쓰시는 능력은 정말 뛰어나세요."
 그리고 그녀는 재빠르게 책상 서랍을 열어 총을 꺼내 손에 쥐었다.
 민성식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그녀는 벌써 총구를 민성식에게 조준한 채 웃으며 말했다.
 "인터뷰는 이정도면 충분할 듯 하네요. 그렇지 않나요?"
 민성식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리슈화씨..?"
 "틀렸어요, 기자님."
 그녀는 총구를 더 가까이 대곤 소리쳤다.
 "들어와요! 손이 좀 필요해서요."
 이내 문이 열리며 양복을 입은 두 남자가 민성식 기자의 두 팔을 잡고 끌고갔다.
 민성식은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못한 채 허망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끌려갔다.
 "리슈화.. 아니.. 백설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