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한테 왜 이러는 겁니까?"
 황태자의 목소리가 지하실을 울렸다. 피투성이가 된 그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겨우 말을 이어갔다.
 "무슨 이유입니까? 원한입니까.. 아니면.. 돈 때문입니까?"
 "전자요. 의외네요? 자기가 원한 받을만한 사람이라는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백설하가 비아냥거렸다.
 "저희 황가는 지금껏 명예와 전통을 지키며 살아왔습니다. 적어도 이런 고통을 받을 만큼 불명예스러운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고문으로 온몸이 상해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녀는 쓴웃음을 내뱉으며 그와 눈을 마주쳤다.
 "정말.. 모르신겁니까?"
 "네..! 모릅니다! 당신들이 왜 우리 황가를 모욕하고, 또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지! 그 이유를 도통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말 없이 사진을 꺼냈다. 김명희의 사진이였다.
 "이 사람, 13년 전 죽은 사람이야.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다가."
 황태자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 지하에서.. 3년동안 빛도 보지 못하고 지금 이것보다 더 심한 고문을 받았어. 그리곤.. 죽었지. 수조에서 숨을 쉬지도 못하고 버둥거리면서.. 살고 싶었는데.. 그렇게 그냥 죽어버렸다고."
 그녀의 목소리에 점점 노기가 묻어나왔고, 말이 빨라지고 목소리가 커졌다.
 "근데..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를 않아.. 사람이 죽었는데.. 그것도 고통스럽게 죽었는데! 모두들 다 잊어버렸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 누구도 사과하지 않고, 누구도 위로받지 못했어!"
 그녀는 사진을 든 손을 떨면서 말했다.
 "왜 그런지 알아? 당신들 때문이야! 당신들만을 바라보는 이 나라 사람들이! 당신들이 이 사건을 묻어버리기로 결정하고, 이 사건을 잊으려하니.. 모두가 다 따른거라고! 당신네들 때문에 이 사람이 죽었고, 또 잊혀진거라고!"
 그녀는 말을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결국 흐느꼈다. 민성식이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를 안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다 쏟아내십시오.. 전부.."
 "그 말, 나도 좀 해야겠는데."
 의자에 묶여 있는 황시현이 말했다.
 울음을 겨우 그친 백설하가 그녀를 바라봤다.
 "샤이닝 문. 거기서도 사람이 죽었지. 당신네들이 유통한 그 마약.. 당신은 그걸 이용해서 복수를 이루려고 했겠지만.. 사람이 죽었어! 자신의 장기를 내다 팔 정도로 중독 되어버렸고, 그 가족은 붕괴되었어.. 당신 때문에!"
 "이 나라는 썩었어! 국민들이라곤 전부 황가의 개가 되어 고개를 숙이고 복종하지. 이게 민주주의 국가이긴 한거야? 황가의 말 하나에 국가가 모두 바뀌고, 사람 하나 죽이고 살리는 것 쯤 맘대로 할 수 있는.. 그런 국가의 국민일 뿐이야."
 민성식이 냉소를 던지자, 황시현이 받아쳤다.
 "나는 당신들의 그 명분.. 그래, 완전히 틀린 소리는 아닐지도 모르지. 그런데.. 결국 당신은 그들에게 복수하겠다면서, 결국 똑같은 사람이 된거잖아?"
 총성이 울렸다.
 총성이 울린 곳에서는 하늘을 향해 총을 겨눈 백설하가 서 있었다. 백설하는 조용히 그 총을 들고 황시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의자의 묶인 그녀의 한 손을 풀어주고 말했다.
 "너는 모르겠지. 그 곳에서.. 3년동안 빛 한번 보지 못하고 있다는게, 또.. 거기서 날 구해준 사람이 죽은 기분을.."
 그녀는 황시현의 손에 총을 쥐어주며 말했다.
 "매일매일 몸이 아파.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셀 수 없이 많고, 이상한 생각이 들고, 평생 악몽을 꾸고, 환청이 들리고, 몸이 내 것 같지가 않게 되는거야. 그 곳에서 난.. 오늘 같은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랬어."
 그녀는 황시현의 손을 들고 손에 쥐어진 총을 자신의 머리에 대고 말했다.
 "선택해. 나를 저 황가가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겨.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총구를 황태자에게 돌려줘. 그건 할 수 있겠지?"
 그러곤 두 눈을 지긋이 감았다.
 황시현의 손이 떨렸고, 그녀는 갈등했다.
 그녀를 쏴야하지만, 이상하게도.. 방아쇠를 당기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그렇게 고민을 하는 동안, 폭음이 울렸다.
 특공대가 돌입했다.

 ㅍㅇ) 이제 실시간으로.. (참고 : 짧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