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나가 있으시게! 내 태자와 긴히 나눌 말이 있으니.."
 황태자를 본 황제가 말했다.
 사람들이 서둘러 방을 나가자, 단 둘이 앉은 방에서 황제가 그에게 말했다.
 "네가 어떻게 여길 올 수 있느냐? 너는 황가를 모욕했고, 또 태상황후를 돌아가시게 만들었어!"
 그의 목소리에는 노기가 서려 있었다.
 "태상황후폐하의 붕어는 저의 탓이 아닙니다, 폐하께선 왜 저의 탓으로 돌리십니까?"
 "네가 그토록 아끼고 좋아하던 공산주의자 놈들에게 가족을 잃으실 뻔한 분이야! 네가 그 놈들의 편을 들었으니, 정정하시던 분께서 충격을 받으신게 아닌가?"
 "왜 그토록 저를.. 아니, 공산주의자들을 미워하십니까?"
 황제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몰라서 묻느냐! 나와 네 어미가 그들에게 잡혀가 죽을 고비를 넘겼어! 그런데도 그들을 옹호하고, 황가를 배신한 것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가?"
 "그래서 그렇게 잔인해지신 겁니까? 사람을 수없이 죽이고, 차라리 죽었으면 할정도로 큰 고통을 주심에도, 아직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십니까?"
 황제가 괴성을 지르며 황태자의 뺨을 때렸다. 황태자는 묵묵히 붉게 달어오른 뺨을 만졌다.
 "더 이상 듣기 싫다! 네가 어쩌다 이렇게 변했는지는 모르지만, 너는 지금 황가를 모욕하고, 또 부정하고 있다. 나가라!"
 황태자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왔다. 황제의 울음 소리가 그의 등 뒤에서 들렸다.
 방을 나와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나가던 그의 앞을 그의 여동생이 막아섰다.
 "잠시 이야기를.."
 상복을 차려입은 그녀를 보며, 그는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다음에 하자."
 그리고 그 길로 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