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짐은 다 풀었어?"
 "거의 다.."
 "수고했어, 짐 다 풀면 식당 가서 외식이나 하자, 배고프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짐을 옮겼다. 거의 일년만에 돌아온 내 집이 이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그 때, 아내가 불현듯 창문을 쳐다보다, 이내 혼자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방금 뭐야?"
 "아.. 그냥.. 계속 창밖을 바라보면서 그 사람들 또 왔나.. 하는게 버릇이 되서.. 이젠 그럴 일 없잖아?"
 ".. 미안, 괜히 나 때문에 고생시켜서.."
 그녀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냐, 이제 그 분이 처리해주셨으니 더 이상 못 올거고.. 또 당신 전주 상고로 전근 갔으니깐.. 더 이상 못 오겠지.."
 그 때, 불현듯 현관 벨소리가 울렸다.
 인터폰으로 확인해보니 황시현 형사였다.
 "아..! 형사님, 그 때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뭘요.. 선배가 부탁한 것도 있고.. 황태자님 일인데 제가 해드려야죠..!"
 그녀가 쑥스럽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근데.. 오늘은 어떤 일로..?"
 내가 묻자, 그녀가 진지한 표정으로 종이를 꺼냈다.
 "백설하..에 관련된 정보입니다.. 당시 연구소에 감금되어 받은 고문과 배고픔을 유발하는 약물의 성분 등이 담긴 문서입니다."
 나는 그걸 받아들고 그녀에게 물었다.
 "감사한데.. 이걸 왜..?"
 "언젠가 드려야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유일하게 황가의 어두운 면애 대해 부끄러워하시고, 또 끌어내신 분이시니.. 분명.. 필요할거라고 생각해서요.."
 나는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비록 제가 지금은 황태자가 아니지만, 힘이 닿는대로 꼭 진실을 밝혀내겠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무언가를 회상하는 듯 아련하게 말했다.
 "네.. 그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