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영상 채널

스포일러를 되도록 하지 않고 글을 쓸려고 했고, 실제로 스포일러는 매우 경미하나 (작품 감상에는 하등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사실 내용을 알아도 감상에는 지장이 없지만요) 약간이라도 정보를 알기 싫으신 분은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요약하자면 베놈은 중국이 얼마나 영화를 망칠 수 있는지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이번 작품에 투자를 한 텐센트가 중국 개봉에 차질이 생긴다며 40분 가량을 삭제한 것이 개봉 전 배우들의 인터뷰로 증명된 상태였죠.

 

문제는 덕분에 개연성에 크게 금이 갔다는 것입니다. 사실 40분 가량의 추가 시간을 잘 사용했다면 이 영화의 각본은 나름 다른 오락 영화 수준으로 꽤 탄탄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40분이 잘리고 1시간 30분으로 영화가 압축되자, 이야기의 전개는 매우 빠르게 지나가고 덕분에 캐릭터성과 개연성이 붕괴가 되가는 모습이 너무나 선명합니다.

 

대표적으로 베놈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겨우 만난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실제로 본격적으로 만나서 뛰어다닌 건 겨우 몇시간) 서로 뭘 특별히 한 것도 아닌데도(심지어 에디 브룩은 베놈을 배신하고 기생충 이상으로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에디 브룩을 위해 자신의 목표를 버리고, 에디 브룩을 구하기 위해 발이 아프도록 뛰어다니다, 끝내 목숨까지 바칠려고 합니다. 이게 어디봐서 악당인가요?

 

배우들의 인터뷰에 따르면 잘린 40분은 베놈과 에디 사이의 관한 내용이었다는데, 상황상 그 40분은 에디와 베놈이 서로를 향해 발전해나가는 내용이었을까 추측이 되는 부분입니다. 왜 이 내용을 자른 거죠?

 

 

장점도 있습니다. 내용은 크게 잘려나갔지만, 그 덕분인지 사건이 촘촘이 밀집되어 있어 극초반부를 빼면 지루한 부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사실 그 극초반부도 설명이 필요한 것만 설명하고 빠르게 넘깁니다). 단순히 킬링타임으로는 손색이 없고, 극장에서 보면 쾅쾅 거리는 음향 효과가 굉장한 몰입감을 선사해 주므로 볼 거면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았다면 매우 비판적이었을거 같군요.

 

 

또한 소위 ‘중뽕’이 없다고들 하는데 중국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을 뿐이지, 오히려 영화가 담고있는 중화사상은 더더욱 교묘하고 악해졌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어이가 없던 것은, 이 영화의 꽤 큰 비중을 갖고 있는 말레이시아가 완전히 중국으로 묘사되었다는 것입니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중국어 외에는 사용하지 않고, 아무리 봐도 중국 문화로만 채워져 있습니다. 미리 말씀해드립니다만 저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인종차별 정책에 개인적으로 반대해 오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정부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말레이시아를 어거지로 등장시켜, 말레이시아를 오로지 중국인들만의 중국 처럼 묘사해 둠으로서(말레이시아와 중국에 관한 내용은 나무위키에 정리되어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적지 않겠으나) 교묘하게 중화사상을(말레이시아는 중국인 화교들의 땅, 즉 중국) 설파하고 있다는 티가 났습니다. 쳉의 비중이 낮은 걸 들어 중화사상이 낮다는 의견도 있는데, 오히려 쳉은 미국에 있는 마켓 직원인데도 (중국어를 못하고 중국과 관계도 없는) 에디에게 중국어로 이야기 하는 등(처음만 그러고 나중엔 영어로 이야기 하긴 하지만) 여전히 중국의 손아귀가 개입되어 있다는 티가 나며, 애초에 챙이라는 캐릭터 자체는 필요한 캐릭터도 아니고, 그냥 스토리에서 때어내도 플롯에 어떠한 영향이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애초에 쳉이라는 캐릭터가 있어야 하는 이유도 찾지 못하겠습니다. 40분 가량에서 중요한 역할이 있었을 지는 모르겠지만요.

 

 

마지막으로 잔인한 부분들이 들어졌다고 하나 아예 어린이들 데려와서 보여줄 만한 영화는 아닌거 같습니다. 매우 빠르게 지나가서 제대로 안 보이도록 편집을 하긴 했으나, 사람 목을 잘라내고 (피와 목이 잘라나가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됩니다), 사람 얼굴이 베놈에서 씹혀 먹혀서 몸뚱아리만 남은 모습, 사람이 칼에 찔리는 부분들이 적나라하게 노출됩니다. 비록 PG13으로 개봉을 했으나, 감독이 그 안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한 티가 보이더군요. 이럴거면 그냥 무삭제로 가는게 낫다고 생각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