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돈키호테. 아니, 산쵸씨 라고 부르면 될까요?"


돈키호테는 거대한 풍차 앞에서, 우리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돈키호테는 본명이 아니라고?>


"...관리자 나리, 다시 한번 인사 드리겠소."

"미겔 사무소 소속 4급 해결사, 산쵸라고 하오."


돈키호테 답지 않은 정적인 어투에, 모두 묘한 분위기를 내뿜었다.


그 침묵을 깬 건, 히스클리프였다.


"이봐 꼬맹이, 그럼 넌 왜 돈키호테라고 스스로 소개한거냐?"


돈키호테는 풍차를 쓱 쳐다보더니, 이윽고 창을 갑자기 풍차 안에 쑤셔넣었다.


"저게... 다... 뭐죠?"


사람을 억지로 늘린듯한 끔직한 덩어리들, 그런 덩어리를 익숙하다는 듯 산쵸가 말을 이었다.


"그대들은, 특급 해결사 노란 기사를 아시오?"


"들어는 봤소, 도시에 얼마 안되는 정의로운 해결사라 하였지."


"내가 속했던 미겔 사무소의 대표는, 그 분이었네."

"우리 O사의 특이점은 그대들도 보았듯, 응축이오."

"정확히 말하자면, 힘의 교환에 가깝지만."


"...그니까, 돈키호테 씨 말씀은"


"그 응축을 위해, 무언가는 늘려져야 하였단 말이군."


"늘려짐 당하는, O사 용어로는 "바람"이 되기 위해선 늘어남에 대한 내성이 강하여야만 하였소."

"그리하여 O사는 인간을 바람으로 정하고, 도시의 거주민을 잡아 늘리기 시작했네."

"그리고 늘려진 주민들은, 이곳 풍차에 가둬 불태운 뒤, 에너지 원으로 사용하지."


"야 꼬맹이, 그래서 그게 그 노란 기산지 뭔지랑 뭔 상관인데?"


"돈키호테 나리는 이 사실을 깨닫고는, 당장 O사를 찾아갔소."

"물론, 도시의 대부분은 이리 굴러가고, 제아무리 특색이라 한들 날개에 정면으로 대드는 것은 무리였지."

"그럼에도, 돈키호테 나리는 창을 들고 풍차를 부시러 갔다네."


손에 든 덩어리를 콱 움켜지고서, 돈키는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왔다.


"내가 간절히 애원했지. "나리! 가시지 마시오. 제발, 제 충고 좀 들으시고 오래 오래 사시라고요. 이 도시에 살면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고의 미친 짓은 아무도 죽이지 않는데 스스로 죽으로 가는 겁니다요." 이러면서..."

"하지만 나리는 정의로웠네. 내 정의를 비참케 만들 만큼 말이지."


돈키호테는 침울하게 땅을 바라보곤, 울먹이며 말했다.


"그것이, 나리의 마지막 모습이었네."

"이 창과 신발은, 나리의 마지막 유품이지."

"그래서 발버둥 쳤네. 내가 나리이면 하면서, 특색을 꿈꾸고 정의에 미치면서 말일세."


<그만둬 돈키호테, 그렇다고 풍차를 없애는 건 절대 정의가 아니야.>


"파우스트양, 내게 한 말을 기억하시오?"


"...네. 분명 당신의 정의를 실현 시켜 드리겠다 했었죠."


"그럼 비키시오. 그대들이 정의로움은 익히 알고 있으니."

"나는 이 역겨운 풍차를 작살내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오."


"꼬맹이, 니 감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야."

"무언가의 묶여 산다는 건, 우리 모두 경험했으니까."

"그럼에도, 이건 뭐가 잘못됬-"


"시끄럽소!"

"내 정의는 모든 것을, 판가름 할 것이오."


<...전투 태세>


"그대의 별은 닿을 수 없소."


"그 별에 닿기 위해 우리 모두 발버둥 치는 것 아니오?"


그녀의 정의는 공명정대 했다.

그렇기에, 한 없이 아둔했다.


"...닿을 수 없는 별에 닿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