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매우 독실한 신자로 일평생 빵이고 물고기고 와인이고 좃도 관심없어했던 내추럴본 적그리스도인 나를 꾸역꾸역 교회에 내보냈다.


물론 학교는 당연히 미션스쿨로, 초, 중, 고 올 그랜드 슬램 달성이다.


나는 내 유년기의 마지막 남은 보루인 머학 생활만큼은, 이 지옥과도 같은 늪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매우 필사적으로 공부를 했다.


제 아무리 독실한 크리스천이라도 in개경 머학 합격만큼은 어쩔 수 없었겠지.


그리고 마침내,


나는 그토록 그리던 나만의 자주적인 삶을 손에 넣은 것이다.


그렇게 믿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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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지난 10년 가까운 신앙생활이 내 영혼의 깊숙한 곳까지 뿌리내린 습관이 되어버렸다는걸 깨닫는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도 패배한 노예처럼 반사적으로 나오는 감사의 기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받은 월급을 확인할때면 나도 모르게 십일조를 계산하고 있고, 주말엔 당연하다는듯이 별다른 일정도 없이 밥똥겜 대신 외출 준비를 하는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난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 진정한 자신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기존 신앙과 오나벽히 결별할 새로운 신앙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도달했다.


인터넷에서 알게 된 한 친절한 사교도 사제는 내 고민을 들어주고는, 나에게 고리타분하고 진부하며 위선적인 기존의 신앙을 떠나보내고 진/정/한/산/양/을 받아들일것을 권유했다.


마침 지금은 행사중이라 십일조는 커녕 기간 내에 등록한다면 집회에 참여할때마다 월 50 G 상당의 지원금을 준다니 개꾸울~


믿음으로부터 돈을 내기는 커녕, 돈을 받는다는 기회를 잡은 나는 혹시 천재가 아니었을까?


이걸로 스테이크사먹고 플레이박스스위치사야지~


곧, 초인종이 울렸다.


나를 유황불의 낙원에서 새롭게 태어나게 만들어줄 사제님이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이 날을 대비해서 나는 각오를 보이기 위해 거꾸로 뒤집한 예수상, 악마 소환진, 마호메트상 등 온갖 사교도 스러운 소품을 구비해 장식해두었다.


부디 좋은 인상을 주기를…….




"실례할……우왓!? 이 무슨 적그리스도적인……!"


그런데 어째 반응이 시원찮다.


이런 분위기를 바란게 아니었던걸까?


"흠, 흠. 혹시나 제가 오해를 했을까봐 물어보는데 저희가 섬겨야 할 주인님의 이름, 한 번 동시에 대보는게 어떨까요? 하나……. 둘……. 셋……!"


'앙골모아13세.' "주 그리스도."


....................


"……."


방 안에 싸늘한 침묵이 흘렀다.


다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해졌다.


지금부터 우린 서로 적이네?




이 사교도의 사교도라 역사교도인 부정한 짐승을 나는 도대체 오독계 대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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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점표라 날개달린건 그리기 힘드니까 나중에 하기로 했음ㅎ


저거도 날개달리긴 했는데 아무튼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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