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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데이트 신청을 받은 그 날 저녁,

저녁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홀로 부엌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


아버지와 진아는, 거실에 누워 같이 티비를 보고 있었고.

아버지가 팔베개를 해주고 진아가 아버지에게 폭 안긴 자세였다.

집안의 막내인 진아가 활달하게 변한 이후 애교도 늘었기에 아버지는 그런 진아가 흐뭇할 뿐이었다.


식사를 마친 나는 보기 좋은 부녀 사이로 파고들었다.


"아들, 오늘 하루는 어땠어? 고등학생 되고 힘들지 않아?"


아버지가 티비에서 시선을 떼고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


"그냥. 아직은 학기 초이기도 하고 운동도 잘 되고 있어서 요즘 컨디션은 좋아요."


"맞아, 오빠 요즘 얼굴 좋아졌더라. 원래도 좋았는데 더 폈어."


진아가 티비에 눈을 고정하며 말한다.


"그보다, 아버지. 아니 아빠. 드릴 말씀이 있어요."


"응? 무슨 일 있니?"


평소 쓰지 않는 호칭까지 사용하며 진지한 목소리로 부녀를 바라보자 아버지 역시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진아 역시 살짝 놀란 눈으로 내게로 고개를 돌린다.


"저 여자친구 생겼어요."


"뭐? 정말?"


내 고백에 아버지가 정말 놀란듯 그대로 벌떡 일어나셨다. 진아는... 멈칫 하더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네. 제 인생 첫 여자친구. 헤헤."


"잘됐다!!!"


아버지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가는걸 보니 역시 가족에게 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네 사실 사귀기로 한 것은 며칠 전 부터이긴 했는데 이번주에 데이트하기로 했어요. 첫 데이트."


아버지가 흐뭇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아빠는 나름 걱정했거든. 아빠 눈엔 아들이 이렇게 매력 넘치고 멋지기만 한데 왜 진영이는 연애를 안 할까? 아님 나한테 숨기고 사귀는 건가? 그런 고민도 했단다."


"에이 제가 가족한테 뭘 숨겨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우리 가족인데."


"그래 맞지.맞지. 아빠는 어릴 때부터 자기 할 일만 잘하면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너도 알다시피 아빠도 네 엄마 처음 만났던 때가 고등학생 때잖니? 그래서 누구야? 우리 진영이를 데려간 행운의 여자는?"


"반 친구에요. 개가 다가와서 고백했고 저도 싫지 않아서 받아줬죠."


"풋풋하다. 풋풋해. 벚꽃이 휘날리는 교정 아래에서 고등학생들의 연애라니..."


아버지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아들! 혹시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콘돔은 꼭 껴야한다?"


아빠의 주접에 나는 확 소리를 질렀다.


"아! 뭔 소리하는거에요!"


첫 데이트도 안 했는데 무슨 망측한 소리야.


"아니 너가 몰라서 그래. 그 나이대 여자애들이 얼마나 응큼한데. 아빠도 네 엄마 만나고 알았어. 그건 필수야. 아들아 아빠는 다 열려 있단다. 아랫도리 관리만 잘하려무나. 언제 한번 집으로 데려와서 아빠랑 진아한테도 소개해주면 좋겠다."


아빠의 헛소리에 내 얼굴이 화악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나는 화제를 돌릴겸 동생을 바라봤다.


"야, 넌 오빠한테 할 말 없어?"


"그래  진아야. 어디 안좋니? 갑자기 왜 이렇게 조용해?"


아버지가 의아해했다.

진아는 그때까지도 아무말도 없이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어? 아니. 어. 오빠 축하해, 첫...첫 여자친구 사귄거. 아빠 나 잠깐 화장실 좀. 누워서 과자 먹어서 체한건가 갑자기 속이."

진아는 말꼬리를 흐리더니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아버지와 이야기를 마치고 내 방으로 들어와서 잘 준비를 시작했다.


핸드폰을 바라보니 수연이에게 톡이 와있었다.


침대에 누워 서로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데이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오빠, 나야 진아. 잠깐 들어가도돼?”


“들어와.”


덜컥- 하는 소리와 함께 방안으로 들어온 진아는 침울해보였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내 침대 위로 올라와서 내가 톡하는 것을 지켜본다.



“왜? 할 말 있어?”


나는 시선을 휴대폰 화면에 고정한 채로 말했다.


"지금 톡 하는 사람 누구야?"


예상치 못한 그녀의 질문에 나는 수연이와의 톡에서 시선만 돌려 그녀를 흘긋 바라보았다.


"엉?"


“진짜 여자친구 사귄거야?”


진아가 묻는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낮아져 있었다.


“그럼. 진짜지.”


나는 짐짓 쾌활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진아가 지금 평소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다는 것을.

평상시 나와 티격태격하는 쾌활한 내 여동생은 이 곳에 없었다.


자연스레 3년전 그 날의 기억이 스쳐지나간다.

지금 진아의 분위기는 그 때와 비슷했으니까.


“진아야.”


이젠 나도 꾸며낸 쾌활함을 버리고 진지하게 물어본다.

자세를 고쳐 잡고 바르게 앉아 동생과 눈을 마주친다.

진아가 순간적으로 내 눈을 살짝 피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물어봐야 한다.


“너, 그런 거 아니지?”


“뭐, 뭐가?”


“너 아직도 오빠 좋아하는 거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