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 폭격기가 휩쓸고 지난, 제국 문명의 총본산이던 스콜피우스, 제국의 수도는 무가치한 회색의 잿가루와 돌무더기로 스려져 있었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의 사람들과 차량이 분주하게 오가던 거리는 상처입고 거지꼴을 한 장정들과 부모 잃은 아이들만이 정처없이 배회하고 있었고, 아름답던 제국의 건물들은 한줌 무덤으로 화하여 그곳에 사람이 있었음을 나지막히 이르고 있었다.


'대관절 무엇을 잘못 하였단 말인가?'


멀찍히서 무너진 도시를 바라보던 사내는 점차 희끗해지는 머리와 젊을 적의 총기를 잃은 노쇠한 머리로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하고 스스로에게 몇번이고 되물어 보았다. 허나 몇번을 되물어도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었다.


마땅히 이 제국의 건아라면 결연히 적과 맞서 일어나 황실을 받들어 모시고, 역천을 꿈꾸는 반역도당을 소탕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인류를 전쟁에게서 해방하겠다는 의무를 지고 사람된 도리를 알지 못하는, 평화를 갉아먹는 실패민족들을 계도해야하는 것은 마땅히 해내야 할 제국의 숙명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보잘것 없는 잿더미 변한 이 곳이, 바닥에 누워 싸늘한 주검이 된 수 많은 젊은 이들이, 네놈들은 이미 전쟁에 졌노라 하고 적들이 뿌려대는 삐라가 말하는 바는 그가 아는, 아니 '믿는' 진실과 아주 큰 괴리가 있었다.


아니다. 이건 내가 원한것이 아니여야만 하였다.


멍청한 천것들이 시킨 바조차 차려 수행치 못한 까닭이다. 꼴에 최고평의회 어쩌구라는 것들이 사사건건히 훼방만 놓은 까닭이렸다.


어리석은 백성들이 끝끝내 부황과 나의 뜻을 알지 못한 까닭이다.


그러나 잘잘못을 따지기엔, 그는, 제국은. 너무나 멀리 와 있었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노을을 흩부리던 태양은 지고, 검푸른 하늘이 찾아오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아란은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