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 까바입니다.

샴페인으로 대표되는 여러 스파클링 와인 중에서 까바는 낮은 가격에 괜찮은 품질을 만나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 미스팅게는 동네 마트에서 만삼천원에 팔길래 궁금해서 얼른 업어왔습니다.


도수는 11.5도. 품종은 마까베오+자렐로+파레야다...라고 하는데, 셋 다 처음 들어봤습니다. 스페인의 화이트 품종으로 까바에 널리 사용되는 품종들이라고 하네요. 아마 지금까지 마셨던 까바도 같은 품종이었을 듯...


와인 테이스팅노트는 처음인데 위스키보다 적기 힘드네요;; 간단하게만 써보겠습니다.




일단 당연히 상큼한 과일향. 새콤한 청포도 향과, 오렌지 속껍질 같은 연한 섬유질 이미지.

약간의 보드라운 빵 향. 바게트처럼 갈색으로 잘 구워진 빵 느낌은 아니고, 볼따구처럼 말랑한 느낌.

그리고... 약간의 흙냄새. 전혀 기분나쁘지 않은, 오히려 포근한 미량의 흙냄새입니다. 어렸을 적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맡았던 그런 냄새...

사실 저가형이라 그런지 향이 강하진 않네요. 향을 즐길 수 있다기보단, 마시기 전에 향이 분위기를 북돋아 주는 정도의 느낌.



입에 와닿는 순간 탄산의 파도가 맞아줍니다. 그다지 조밀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크리미하다 할 만한 것 같습니다.

산도가 상당하지만 시큼한 수준까진 아닙니다. 약간 쌉쌀하고요. 생명력의 이미지가 느껴집니다. 지금까진 미네랄리티가 강한 와인에서 생명력을 느꼈었는데, 미스팅게는 미네랄리티가 거의 없음에도 이런 감각이 느껴지는 게 재밌네요.

단맛이 은은하니 달달하고, 탄닌이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11.5도라는 도수에 비해서도 알코올이 느껴지지 않는 편이고요.

종합적으로는... 아주 스탠다드한 맛입니다. 스파클링 와인을 한 번도 안 먹어보고 상상만 해본 사람이 있다면, 이런 맛이지 않을까... 그리 뛰어난 점은 없지만 다 기본은 하는 느낌.

후추 같은 스파이스가 극미량 있긴 한데 집중하지 않으면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피니쉬


피니쉬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이긴 합니다... 한 마디로 줄이자면 청포도 껍질 안쪽 핥는 맛.

새콤하고 쌉쌀하고 살짝 섬유질 느낌에, 좀 상큼한 느낌.

사실 11.5도짜리 저가 스파클링 와인에 변변한 피니쉬가 있다면 그게 더 놀랍긴 하겠네요.


종합


혼자서 식사 테이블을 지배하지는 못하겠지만, 음식 페어링으로 무난한 스파클링 와인을 찾는다면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것 같습니다. 저는 크림치즈 크래커나 마트 초밥을 곁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뭣보다도, 저는 탄닌이 약한 게 취향에 맞았습니다. 스파클링인데 탄닌이 강하면 입에 걸리더라구요.

만 원 초반대 가성비로 꼽히는 까바 중 하나로 페데리코 파테니나(트레이더스 만이천원)가 있습니다. 페데리코 파테니나 vs 미스팅게를 비교한다면, 맛 자체는 미스팅게를 더 높이 쳐주고 싶네요. 다만 페데리코 파테니나는 할인 끼면 만 원 언더로 내려가기도 합니다. 종합적으로 백중지세 정도. 여튼 이 녀석도 상당히 가성비가 좋습니다.

일부러 찾아마실 만큼 대단한 녀석은 아니지만, 마트 같은 데서 발견한다면 마셔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