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그게 그렇게까지 놀랄 일인가. 호들갑도 유분수지. 무시하며 술이나 따르려는데 유저의 낯빛이 심상치 않다.

장난을 치려는 게 아니었나? 이쯤 되자 이쪽도 덩달아 기분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대체 뭔데? 라오가 뭐 어쨌다고?


"이봐...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확신을 가지고 매입한게지?"

"어? 어어. 나름 빨아먹을 구석이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지."

"얼마에 샀는가? 얼마를 벌거라 예상했는가?"

"이...이십오억에 개발사까지 포함해서 사왔으니...30억은 벌어야 하지?"

"이런 미친!"


농담이 재미가 없다지만 욕은 좀 너무하지 않은가. 사람 무안하게.


"이십오억? 그리고 예상 매출 30억?"


그런데 유저는 내 농담에 놀란 게 아닌 모양이었다.


"이보게. 정신 차려. 아직 집에 들이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계약을 취소하란 말일세."

"취소라니? 이미 이관작업 중에 있는데?"

"이런 멍청한! 자네는 라오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모르긴 왜 몰라. 늘씬하고 예쁘고 찌찌 크기만 키우면 개돼지들이 멍꿀멍꿀하는... 생각해보니 잘 모르긴 하네.


"호들갑 그만 떨고 왜 그러는지 말이나 좀 해줘봐. 대체 왜 그러는데?"

"하아. 알겠네. 내 쉽게 설명해줌세. 기본적으로 라오는 말이지 돈이 안되는 IP라네. 아무리 쥐어짜내려고 해도 네가 하는 수준으로는 일러퀼도 구려서 쥐어짜낼 수 가 없을거란 말이네."

"그건 모르는거 아닌가?"

"자. 그럼 잘 생각해보게. 자네가 일러스트를 기깔나게 뽑아주거나 혹은 기존 작가들에게 외주라도 주면서 일러뽕을 제대로 채워줄 것인가? 그 돈은 또 쓰겠다고? 자네가? 거기가 SD는 또 어떻게 하고 대충 기존거 굴릴겐가? 사람도 없지 않는가? 그리고 개발은 어떻게 할것인가 그 꼬인 코딩덩어리를 자네가 돈써서 개발자를 데려올텐가/"

"어... 진짜?"

"내가 거짓말을 왜 하겠나. 거기다 자네가 들인게 5년차 라오면 안그래도 기존 회사에서 연봉동결로 직원들 개미털기 한 직후 아닌가 그런 회사 작품에 어느 개발자가 소신을 가지고 들어오려고 하겠나? 5년동안 풀지도 못하는 코딩덩어리를 고칠바엔 새로 만들거나 다른 회사에 들어가는게 이득이지 않겠나?"


듣다보니 식은땀이 흐른다.


"그럼 왜 라인은 나에게 팔아버린건데? 그렇게 돈이 안될거였으면 애당초 팔면 안되는거 아니었어?"

"판게 아니라 자네가 호구 당한거지 에잉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호구로? 내가?"

"어느 회사가 5년지나서 단물도 안나오는 IP를 덥석 물겠나? 호구아니면 안물지."

"그렇다고 호구라니 너무한거 아닌가? 그래도 호구새끼들 때문에 내가 쓴 돈보다 더 많이 벌 수 있지 않은가?"

"그럴거면 자네가 게임계의 장의사라고 불렸겠나."


그러니까, 유저의 말은 5년이나 단물 빠진 IP를 매입한것도 모자라 코딩덩어리도 못풀어서 개발도 제대로 못하고 일러퀼 구리면 돈도 못버는 그런걸 사왔다는건가.

그게 말이 되나? 하도 어처구니가 없는 바람에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찻잔에 담긴 홍차가 식어가는 걸 가만히 내려다보던 내가 문득 드는 생각에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상관없지 않아? 어차피 개돼지들은 서버 살려두면 결국 지르게 되어있다고."

"자네는 개발을 안 해서 다행이야. 그런 머리 수완이면 일주일만에 망할테니."

"그건 또 뭔 소리야. 알아듣게 말해."

"하. 알겠네. 자네는 5년 묵은 코딩덩어리를 푸는게 쉽겠나? 그리고 그걸 풀 정도의 실력있는 개발자가 굳이 자네한테 가겠나?"

"어 적당히 찾다보면 누군가는...?"


어, 잠깐만. 제 아무리 5년동안 묵은 코딩덩어리를 풀 실력자면 우리 회사가 아니라 이미 대기업 가고도 남지 않나?


"그런 실력이면 대기업가서 더 많은 일을 하면서 커리어를 쌓고 그 커리어로 점차 자신의 실력을 더 늘릴 수 있는데?"

"그럼 나는 도대체...?"

"아까 말했지 않은가. 자네가 호구라고."


섬칫 어깨가 떨린다. 내가 데려왔던 IP가 실은 이미 다 뒤진 IP라고?

말도 안 돼.

그래.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저 유저는 나를 골려주기 위해 헛소리를 하는 게 틀림없다.

어차피 저 새끼도 라오 유저 아닌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남은 홍차를 비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