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https://arca.live/b/tsfiction/104477753
하나님은 너의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다.
그러나 나는 엄마를 사랑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깊은 죄였다.
엄마는 내가 24살 때 목을 매달아서 죽었다.
사인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심신미약과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누나는 그때에 미소지으면서 내게 말했다.
“이제 엄마 사라졌으니까, 동생은 내 꺼네?”
나는 그때 다시 내 인생에 다시 느껴보지 못할 끔찍한 경험을 다시 했다.
*
*
*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나는 머리를 수건으로 털어내면서 여자를 바라봤다.
“저기, 이름이 뭐에요?”
“…김주원.”
“이름 예쁘시네요, 제 이름은. 그러니까.”
민증조차 보지 않았다.
“…잠시만요.”
나는 황급하게 지갑을 꺼내서 카드를 꺼냈다.
다행이다, 이름은 다를 게 없구나.
“예은이에요.”
“이름은…, 많이 들어봤던 거네요, 그런데 카드는.”
“…제가 이름을 까먹었어서.”
주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혹시 그녀한테 잘못을 지은 건 아니겠지, 나는 순간 당황했으나 주원은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가 이상한 병을 꺼내왔다.
“잠깐만요.”
그리고선 칙칙.
뿌려진 향수가 날아오더니 내 몸으로 안착했다.
“혹시…, 저 냄새 나서 그러시는 거에요…?”
“…그건 아닌데요. 냄새는 별로 안 나는데,”
주원은 내 목에 대고 킁킁댔다.
감각이 이상해.
그러나 말하지 않고서 멀뚱멀뚱 주원을 쳐다봤다.
“그냥 인간적으로 한번 살아보라고요. 화장도 안 하고, 술에 꼴아서 사는 게 인간이에요? 짐승이지 그게.”
“…저 보고 짐승이라고,”
“말이 그렇다는 거에요. 저기, 혹시 갈 데 진짜로 없는 거에요?”
주원이 나한테 물어봤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어쩌다가요?”
“…엄마가 제가 지긋지긋하다고 나가라고 했어요.”
“지긋지긋하다?”
“그, 그러니까. 저같은 사람이, 이렇게 좋은 데나. 아니면 사람 있는 데 있으면 불편하잖아요. 세상에 해를 끼치는 기분이랄까. 모든 사람들한테 원죄가 있는데, 저는 선행조차 못해서 죄를 그대로 안고 있으니까. 당신같은 사람들 눈에 띄면….”
“제가 뭐라고 했죠?”
“…까먹었어요.”
“그럴 거면 오늘부터 착한 사람 하라고요. 옷도 예쁜 거 입고.”
“저…, 저 그러면 죄 짓는 건데….”
“예은씨 예쁘게 있으면 제가 기분이 좋아지니까 죄를 갚는 거에요. 알겠죠? 그러니까 군말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만세 포즈.”
그렇게 만세를 하자 그녀가 빠르게 옷을 갈아입혔다.
뭐지, 이거 굉장히 아이처럼 취급되는 모양새인데.
나는 위화감을 느꼈으나 주원은 나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귀여워요.”
“…귀여워요?”
“네.”
그렇게 다시 한번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주방으로 달려나갔다.
찬장이 열리고 쿠당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괘, 괜찮아요?!”
나는 그렇게 얘기하면서 뛰어갔다.
주원은 쏟아지는 컵라면들을 보면서 하나 집어올리고는 머쓱하게 웃어보였다.
“한 잔 할래요…?”
“괘, 괜찮으시죠…?”
“멀쩡해요. 그건 그렇고, 한잔 하실래요…?”
나는 컵라면을 바라봤다.
며칠동안 저거로만 끼니를 때웠기에 굳이 먹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대를 저버리지 말자, 그녀의 심기를 해치지는 말자.
“…네.”
“먹기 싫어보이는 표정인데.”
“네?!”
“솔직하게 말해요. 사람 눈만 봐도 다 아니까. 그러면, 식사라도 대접해드릴까요.”
“저, 이제 괜찮으니까 집에 가도….”
“갈 곳 없다면서요. 거짓말이에요?”
“거, 거짓말은 아닌데…. 원룸이라도 구해서….”
“지갑에 28밖에 안 들었는데 어떻게 구하자는 얘기에요.”
“윽.”
들켜버렸다.
“괘, 괜찮아요. 저는 어딜 가도….”
“방금 전까지 밤길 지나가다가 어떻게 되어버려도 상관 없다는 사람을 어떻게 보내요. 일로 와서 앉아요. 말하기 싫으면 말 하지 말고, 배 안 고프면 안 먹어도 되고. 그렇지만 조금만 있어봐요.”
“…저, 여기에 있어봤자 짐만 되고 쓸모 없는데.”
“고양이 알아요?”
“고양이, 아는데요.”
“예은 씨는 오늘부터 제 반려인간이에요.”
“반려 인간이요…?”
“…같이 살자고요.”
“가, 같이요?”
정신이 아득해졌다.
나는 그렇게까지 착한 인간이 아닌데.
“저, 그, 그건 좀….”
“예은씨?”
“그건 좀…. 그런데요….”
“안심해요, 저 뭐 장기 팔거나 몸 팔게 하지는 않으니까. 그러면 신고하시면 돼요. 정 안되면 내일 같이 파출소 가고. 그럴래요?”
“저…. 장기를 판다거나, 몸을 팔아서 주원씨한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주원은 나를 바라봤다.
나는 쓰레기같은 인간이었다.
이렇게라도 해서 도움을 줄 수 있으면, 그야말로 행복했다.
그녀가 거짓말을 했던 것이어도 좋다.
나를 이용해먹으려고 해도 좋다.
그냥, 그냥. 오늘의 추억은 너무나도 소중했다.
따듯한 샤워, 깔끔한 집, 그리고 그녀의 상냥한 어투까지.
“…예은씨, 제가 뭐라고 했죠? 오늘부터는 착한 사람 되라고요. 착한 사람은, 남들한테 그렇게 얘기하지 않아요.”
“네?”
“예은씨는 죄인이 아니니까, 고개를 얼마든지 들어도 괜찮아요.”
“모든 사람은…, 죄인인데….”
“모든 사람들이 죄인인데, 어떻게 그렇게 뻔뻔해요. 예은 씨가 죄를 지었다고 해도, 남들보다는 덜 지었을 거에요.”
“저는, 엄마한테, 기대를 못 하게 해서, 사람들한테도 미움 받고, 고통 받고, 누나는.”
“…누나?”
“아니, 언니. 언니가….”
나는 이를 덜덜 떨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미안해요. 얘기 다시 안 할 테니까, 저 때리지 말아주세요. 주원 씨. 말 잘못 했어요. 봐주세요. 저, 배쪽은 아프니까 배쪽은 건들지 마-”
주원이 나를 안았다.
따듯한 온기가 나를 감싸왔다.
“예은씨 잘못한 거 없어요. 오늘부터 착한 인간 하기로 했잖아요. 안 때릴 거에요. 나쁜 사람들한테도 팔아넘기지 않을 거에요. 걱정하지 말고 지내요. 이제까지 해보지 못했던 사치들, 부려보라고요. 왜 남들 때문에 자신을 희생해야 해요.”
“….”
“이기적으로 살아요, 예은 씨.”
“저…, 그래도 될까요…?”
“그래요.”
주원의 손이 내 눈물을 닦아내었다.
그때에 나는 깨달았다.
나, 울고 있었구나. 칠칠지 못하게.
“숨 들이마쉬고, 내쉬어요. 진정, 진정.”
나는 덜덜 떨면서 그녀를 꼭 껴안았다.
향긋한 냄새가 풍겨왔다.
향수일까, 과연 그렇겠지.
온기가 너무나도 따듯했다.
“저, 이래도 되는 걸까요. 행복해요.”
“….”
주원의 손이 머리로 내려왔다.
“행복하세요, 앞으로도.”
그리고 나는 몇분이 지나가도록 그렇게 있었다.
*
*
*
그리고서 고기를 그녀는 구워줬다.
“저기…, 삼겹살 먹어 본 적은 있어요?”
“삼각김밥에서….”
“없구나.”
주원은 머쓱하게 웃었다.
그녀는 가위로 삼겹살을 자르더니 구워줬다.
마늘도 올리고, 마치 삼겹살 집처럼 여러가지 채소와 쌈장들이 올라왔다.
아르바이트 할 때만 봤던 풍경인데.
“…먹어도 돼요?”
“아직 안 익었어요. 조금만 참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주원은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줬다.
기분 좋아. 중독될 것 같아.
“…조금만, 더 해주실 수 있어요?”
“그럼요.”
마땅히 해주겠다는듯 열성적인 움직임이 전해졌다.
힘이 센 모양인지 메트로놈처럼 양옆으로 머리가 흔들렸다.
“먹어봐요.”
그녀가 고기를 주자 나는 젓가락으로 낼름 집어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주원은 그것을 젓가락으로 막았다.
“잠깐만. 먹어본 적 없어서, 쌈 싸는 방법도 모르는 거에요…?”
“저, 저기. 그냥 한번만 먹어봐도 될까요….”
“그러세요.”
삼겹살을 집어먹자 고소한 냄새가 났다.
짜고, 바삭하고, 이것이 진미인가.
나는 우물거리면서 입 안에서 침이 고이는 것이 느껴졌다.
맛있다, 정말로.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요….”
“뭘 고기 먹는 걸로 행복해 하는 거에요? 아직 행복할 게 더 많았는데.”
“죽어도 여한 없어요….”
“저는 예은씨 죽으면 여한 생길 것 같으니까 죽지 말라구요.”
주원은 내 볼을 잡아당겼다.
“으아애오(그만해요).”
“귀엽다….”
“….”
나는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그러면서도 삼겹살을 입 안에 연신 집어넣기 시작했다.
고기 사주는 사람은 원래 최고의 친구다.
…물론, 나는 평생껏 친구를 사귀어본 적이 없지만.
*
*
*
“….”
그리고 나서 나는 그녀와 같은 침대에 들었다.
오늘은 완벽했다, 더할 나위 없이 기분 좋았다.
“저기, 안 자요?”
주원이 물어왔다.
“…네.”
“못 자는 거에요?”
“그건, 아니에요. 그냥. 자면 이게 다 꿈일까봐 두려워요.”
“….”
“아얏.”
팔이 아팠다.
손톱으로 꼬집은 모양이었다.
“꿈 아닌 거 이제 알았죠?”
“….”
“자요,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니까. 예은씨, 즐길 거 많이 남았잖아요. 일상이란 게 뭔지, 아직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빨리 자요.”
“…네.”
나는 잠에 들기 시작했다.
*
*
*
그리고, 갑자기 주원을 예은이 껴안기 시작했다.
주원은 당황했으나, 떼어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때쯤에 귀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가지마….”
“….”
“아빠….”
고개를 돌린 주원이 예은을 바라봤다.
예은의 눈가가 촉촉했다.
주원은 말없이 예은을 껴안았다.
살짝 떨던 몸의 진동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둘의 하루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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