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빌어먹을, 하늘의 성좌들은 기필코 우리를 끌어내릴 듯 싶어보였다.


['범람의 재앙'이 '악'으로 고정됩니다.]


일행들은 지치고, 피폐해졌다.

책갈피는 지속시간이 끝나고, 유중혁도 언뜻 보기에 한계였다.


누가봐도 불리하고, 패배가 확실한 상태였다.


촤르르르륵- 종이가 뒤집히는 듯한 소리가 난 것은, 그때였다.


"모두 괜찮아요? 상황 설명은 됬어요. 이미 충분히 배후성이 말해줬으니까."


내가 키운, 나의 칼에게서 느껴지는 가공한 기운이 날 감쌌다.

2차 배후 선택에서 나를 바라던, 지고하고 고결한 천상의 기운


[성좌, '하늘의 서기관'이 자신의 화신을 바라봅니다.]


메타트론, '에덴'의 2인자이자 현 '에덴'에 유일한 신화급 성좌.


[성좌, '하늘의 서기관'이 자신의 화신에게 성흔을 하사합니다!]

[화신 '정희원'이 성흔 '천상의 기록'을 하사 받았습니다!]


"독자씨, 저 사람이 적인가요?"

"네.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염치가 없네요."

"저 강해졌거든요? 지켜나 보세요."


정희원이 조용히 검을 41회차 신유승에게 겨뉘었다.


[화신 '정희원'이 '심판의 시간'을 요청합니다.]

[절대선 계통에 모든 성좌가 사용을 동의했습니다.]

[전용 스킬, '심판의 시간'을 발동합니다!]


수없이 바라본, 악을 가르는 스킬. 그러나 이번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화신 정희원이 성흔 '천상의 기록'을 발동합니다!]


수많은 글과 문자가 정희원 주변을 종이 삼아 써내려져갔다. 정의를 나타내는 글귀였다.


'천상의 기록'은 말 그대로 악을 무조건적으로 단죄하고, 그 기록을 쌓아 점점 강화되는 성흔.

메타트론이 우리엘에게 악마 사냥을 시킨 이유 또한 비슷했다.


스각- 하는 소리와 함께 신유승의 오른팔이 잘려져 나갔다.

아, 내가 멍청했구나.


'악'을 대상으로 발동하는 '심판의 시간'과 '천상의 기록', 내가 진정으로 걱정해야하는 쪽은-


신유승이 급히 게이트를 열었지만, 나온 괴수들은 전부 체에 걸러지듯 한 순간에 갈라져 흩뿌려졌다.

이윽고 그녀가 미끄러지듯 칼을 휘둘르자, 신유승의 오른 다리가 없었다는 듯 잘려나가 있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다수의 성좌가 개연성의 의문을 품슴니다.]


우리가 개연성의 후폭풍에 시달릴 가능성은 전무했다.

먼저 저울을 찌그려트린건, 도깨비 쪽이었으니까


그보다 나는 오히려, 저 관경을 넋놓고 바라보았다.

괴수들은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같이, 몸이 찢겨 칼 끝을 달려나갔다.


그런 관경을 보며, 새삼 느꼈다.

'신화급 성좌'는, 내가 몇년을 노랙해도 닿을지 말지 모르는 경지구나. 하며.


이윽고 심판의 시간과 천상의 기록이 끝날 때. 현장은 붉은 것을 붉지 않은 것보다 찾기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