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말(言), 말(斗), 말(馬), 말(藻)은 소리가 같고 이제 초분절 음소도 유명무실하니 문맥상으로 구분 짓는 정도지만 중세엔 각각 말(mǎl), 말(mál), ᄆᆞᆯ(mol), ᄆᆞᆯ(mól)로 구분이 되었음.


이 글의 주제인 말(馬)은 중세 한국어에서 대소변을 뜻하기도 했는데, 이는 완곡한 표현으로서 오늘날 '볼일을 보다'처럼 '말을 보다'라는 관용구로 쓰였음. 어원은 몽골어에서 용변 보는 것을 морь харах(말 보다)라 이른 것에서 기원한 것이니 원 간섭기에 수입된 표현임을 알 수 있지.


『牧牛子修心訣諺解(목우자수심결언해)』

屙屎送尿時예 但伊麽코

ᄆᆞᆯ보며 오좀 눌 ᄢᅴ 오직 이리코

(똥 누며 오줌 눌 때 오직 이리하고)


『月印釋譜(월인석보)』

그 머근 後에ᅀᅡ ᄆᆞᆯ보기ᄅᆞᆯ ᄒᆞ니

그것을 먹은 후에야 똥 누기를 하니


현대 한국어에서 대변과 소변을 에돌려 부를 때 큰 것, 작은 것이라 하듯이 이때도 같은 표현을 썼음.


『救急簡易方諺解(구급간이방언해)』

姙娠大小便不通

아기 ᄇᆡ여셔 큰ᄆᆞᆯ 져근ᄆᆞᆯ 몯 봄

아기 배어서 큰 것 작은 것을 못 봄


이러한 표현은 의외로 근대 한국어까지 이어졌는데,

『譯語類解(역어유해)』에서 水痢(수리)를 믈근ᄆᆞᆯ(묽은말), 血痢(혈리)를 블근ᄆᆞᆯ(붉은말)이라 언해하였음.


현대 한국어의 말(馬)엔 대소변의 뜻은 사라졌으나 '보다'라는 동사엔 '볼일 보다', '뒤보다'처럼 상존하니 몽골식 표현이 7~800여 년을 이어 내려와 살아 숨쉬고 있는 셈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