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성인식 용틋녀
개념글 모음

"언니, 언니!"


레이하른은 용이 된 이후에 줄곧 레어에서 살았었다. 앞으로 긴 여정이 될 삶에서 필요한 지식, 호신 기술 부터 비밀스러운 의식까지 배워나가려면 밖에 나갈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레어라고 어두컴컴한 동굴에 금화만 가득한 곳은 절대 아니었다. 용의 보물창고 정도로 여겼던 몇몇 인간들이 상상해낸 것이 퍼져나갔을 뿐이지 실상은 엄청 달랐다.  용의 성격에 맞춰서 레어는 달랐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제국의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마저도 감탄할 정도로 화려하고, 정교한 저택과 같은 곳이라는 사실 말이다.


부족함 없이 지냈지만, 집이 답답하다고 여기는 것은 용의 본성과 같았다. 그러니 레이하른은 처음으로 나온 밖이 다 신기할 수 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저기 가보고 싶어!"


소녀가 가리킨 곳은 서큐버스 아가씨가 웃으며 손님들을 맞이하는 곳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정기와 돈을 지불하고서 자신들의 성적 욕구를 채울수 있는...홍등가였다. 아무리 정서교육이 느슨한 세상이라고 해도, 갓 성인이 된 사람에게는 조금은 벅찼다.


"저기는 좀...."


"에에, 그래도 궁금하잖아요."


곤란해하는 그란벨 호위를 질질 끌고서 그곳으로 향했다. 제아무리 철저히 훈련과 교육을 반복했어도, 용의 힘을 이길 순 없었다. 


소녀가 성인 여성을 끌고가는 진풍경을 연출한 뒤, 레이하른은 서큐버스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안녕 꼬마야, 여긴....."


라고 말하려고 하니, 서큐버스의 본능이 경고했다. 지금 당장 가게 안으로 도망친다면 살겠지만, 도망치지 않고 이 '손님'을 데려 들어간다면 아주아주 위험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어...."


서큐버스는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소녀를 훑어봤다. 왜 자신의 본능이 경고하는 것인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사람의 정기를 잘 알기에, 앞에 서있는 사람이 어떤 부류인지 대강은 알 수 있는 능력은 이번에도 잘 발휘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강인한 힘과 마력을 지녔으며, 마음속으로 느껴지는 크기는 인간이 아니라 거대한 무언가...그러니까...


"용...?"


무심코 내뱉은 말. 소녀가 그 말에 반응하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라. 서큐버스는 정말 전속력으로 가게를 향해 달려갔고, 바로 문을 닫아버렸다. 숨을 몰아쉬며, 선조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속으로 빌었다.


"에..."

레이하른은 쏜살같이 달아난 서큐버스를 보며 황당함을 느꼈다. 여기에는 아동 보호법같은 것이 있나? 라고 현대인의 감각으로 상황을 해석한 뒤, 흥미를 잃어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란벨은 소녀가 흥미를 잃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며, 이번에는 별일 없길 바랬다.


"어이, 거기 좀 반반한데?"


"재밌는데 가자, 응?"


바로 골목길에서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이들이 있었다. 흔히 말하는 양아치들이오, 깡패들인 존재들. 그들은 저렴한 둔기들을 하나씩 들고서 다가왔다. 레이하른의 표정이 조금씩 안좋아지는 것을 본 그란벨은 저것들을 당장 치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들었다.


"당장 물러나세요."


"싫은데, 어디 귀족 아가씨쯤 되는거야?"


"귀족맛좀 볼수 있나? 하핫핫"


표정이 더 안좋아지는 것을 보며, 그란벨은 하는 수 없이 치우기로 결심했다.


"잠시만 눈 감아주실 수 있으신지요?"


"그래."


소녀가 눈을 감은 사이, 그란벨은 칼을 뽑아들었다. 호위가 아가씨를 지킨다는, 참 어리석은 저항이라 생각해 덤벼든 무리들. 하지만 용의 수호자라는 가문은 그저 이름뿐인 것은 아니었다.


"크아악 내 팔...."


둔기로 내려치려는 팔을 재빠르게 칼로 잘라낸 뒤에 그대로 칼의 궤도를 꺾어 목을 내려친 그란벨. 한명이 순식간에 죽어버리자 그들은 머뭇거렸다.


"에, 에이씨, 저년 한명만 잡으면 돼!"


쪽수로 밀어붙이면 될 것이다, 라고 생각한 이들이었다. 하지만 망설이지 않고 자세를 낮춰 그들을 향해 달려간 그란벨. 한명씩, 목을 정확히 노려 날려버리고, 팔을 자르고, 다시 목을 찌르고. 최후의 한명은 도망치다가 등 부터 심장을 관통당해 사망했다.


"후우..."


순식간에 피비린내와 시체로 엉망이 된 골목 안쪽. 비록 치안이 괜찮은 곳이라고 해도, 골목 까지 괜찮진 않았다. 경비대가 오기 전에 그녀를 데리고서 잽싸게 튀면 되는 일이었다. 


"아가씨...!?"


눈을 감으라고 했지만, 딱히 감은 적은 없었다. 시체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녀는 알리가 없으니 소녀를 데리고서 쏜살같이 원래 숙소로 향했다. 제발 그녀가 나쁜 영향을 받지 않았길 바라며...


피비린내 나는 첫날 밤이 끝나고, 간단히 저녁을 먹은 뒤에 방에 자리잡은 둘이었다. 


"아가씨."


"응?"


"세상에는...저런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맥락 없는 소리겠지만, 레이하른이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그란벨의 떨리는 목소리와 안절부절 못하는 눈길만 보더라도 불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괜찮아. 나중에 고치면 되니까."


도시를 바꾼다면 치안도 개선될 것이다...라고 말했지만


"아, 아가씨, 다 나쁜 사람들은 아, 아니예요..."


좀 더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는 그녀였다. 그런 모습을 보며, 레이하른은 그란벨을 놀려먹을 방법을 찾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둘이 잠들기 전까지, 자신이 봤던 좋은 사람들에 대해서 두런두런 이야기 해주다가 잠에 들었다.












어서 써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