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용사는 태어나지 않는다. 만들어진다.
개념글 모음


“쿠후후후…용사여, 살다살다 그대의 주둥아리에서 존댓말이 나오는 걸 보게 될 줄이야.”


“사람을 뭘로 보는거냐. 이 몸이 무슨 망나니라도 되는 줄 아는가?”


“그대는 밥 차려 줄 애미가 없어서 밥상머리 교육을 못 받았지 않느냐? 그러니 큰 틀에서 망나니에 부합하다.”


“이런 여우년이?”


메이드장과의 면접을 끝으로, 비로소 메이드로 취업하게 된 이 몸과 여우년.


‘당장 일 시작해도 지장없지?’ 라는 그녀의 말에 따라, 곧 바로 창문 닦이 업무에 투입되었다.


반 쯤 누더기같은, 허름한 회색 메이드복을 입은 채로 말이지…


“…후! 그나저나 메이드장이 말하기를 이 저택은 3교대로 돌아간다고 한다.”


“3교대 말이더냐? 그 말은 즉슨 밤낮 없이 인원이 배회한다는 뜻이지 않느냐.”


“맞다.”


“끄응~ 올빼미의 지저귐이 한 창일 무렵에 거사를 치르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겠구나.”


“뭐, 어쩔 수 있겠는가. 차질이 생긴 건 생긴거고 그와 별개로 대책을 강구하면 될 일이다.”


“흐으으음…대책이라…”


“우선 창문을 닦으며 생각해보도록 하지.”


그렇게 마지막 말을 뒤로, 창문 청소에 돌입 한 이 몸.


뽀득 뽀득ㅡ!


‘흐음…’


쓱삭 쓱삭ㅡ!


‘흐으음…’


스펀지로 얼룩을 닦아내고 스퀴지로 물기를 밀어내며, 현 상황에서 택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보통, 신입 메이드가 주인에게 바로 접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


마왕성에 메이드로 잠입했던 선례를 빗대면, 메이드는 보통 두 부류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청소와 빨래 같은 단순 잡무를 담당하는 메이드.


나머지 하나는 직접적으로 주인의 수발을 드는 메이드. 이렇게 말이지.


이 중 후자에 속한 메이드는 저택 내부에서 장기간 근속하며 짬밥이 찬 부류들이다.


아무래도 주인의 사적영역에 깊숙히 관여하면서 심기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숙련도가 필요할태니까.


‘정론으로 따지면 점점 신뢰를 쌓아 접근하는게 맞다. 마왕의 침소에 다다랐던 그 때처럼 말이다.’


그 때도 대략 6개월정도 걸렸다.


스프레이 방향을 잘못보고 자기 얼굴에 뿌려대는 저 철부지년의 야식을 챙겨주는 것도 개나소나 시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 때 처럼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 마력 공구의 유지시간이 길지 않으니까.’


그렇다.


지금, 이게 가장 큰 제약이다.


이 몸에 걸어둔 폴리모프 마법은 마법 공구를 재 때 충전 하지 못한 탓에, 1주일도 유지하기 힘든 상황.


더더구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효력이 약해져 종국엔 어느정도 마법에 까다있는 상대에겐 발각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렇다고 공구를 충전해서 다시 사용 하기엔, 이 좆같은 새끼들의 마력 충전기 규격이 달라 불가능하기도 하고…


즉, 이번에는 무조건 짧은 시간에 승부를 봐야 할 노릇이다.


‘식사 시간을 이용해서 접근 하는 건 어떨까?’


서빙을 빌미로 가까이 접근해서 그 즉시 납치 한 후 도주하는 그림을 그려봤다.


서빙같은 다수의 인원이 동반되는 작업은 숙련, 미숙련 불문하고 할 태니까.


하지만…


‘아니다. 너무 눈에 띄는 방법이다. 추적이 붙는 것도 여간 귀찮기도 하고.’


그리고, 이런 무식한 방법을 택했더라면 굳이 메이드 하겠답시고 이 지랄을 떨지 않았을 것이다.


이 몸과 여우년이 온갖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이유도 되도록 눈에 띄지않게 일 처리를 하기 위함이니까.


납치당한 시장 하나 구한답시고 귀쟁이 전체와 맞다이를 뜨는 건 되도록 차선으로 삼고 싶으니까.


‘단기간에 승부 할 수 있으며, 동시에 보이는 눈이 적은 방향으로 접근한다라…’


그렇게, 두 가지 조건을 부합 할 수를 생각하며 하염없이 창문 닦이에 전념한 이 몸.


쓱삭 쓱삭ㅡ!


뽀득 뽀득ㅡ!


쓱삭 쓱삭ㅡ!


뽀득 뽀득ㅡ!


창문 너머로 중천에 있던 태양이 점차 뉘엿뉘엿 저물어 가며…


쓱삭 쓱삭ㅡ!


뽀득 뽀득ㅡ!


쓱삭 쓱삭ㅡ!


뽀득 뽀득ㅡ!


복도 전체에 놓인 창문이 대부분 새 것 처럼 되어갈 때 쯤 무렵.


‘…오, 그래! 이런 방법이 있었군.’


불현듯 머리 속에서 기똥찬 묘수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묘수가 무엇인가 하면…


‘밤시중이다. 그래, 밤시중이 있었군.’


그렇다.


미숙련 메이드가 주인에게 접근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수.


인적 드문 야밤에 은밀히 접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


이 두가지의 조건을 부합할 수 있는 수단으로 밤시중 만한게 없을 것이다.


‘갓 들어온 신입 메이드가 초야권을 빌미로 주인에게 개통당하는 건 무수한 얇은 책에서도 증명 된 사실이다.’


또한, 그 당시 메이드장이 했던 말을 회상하면…



「엘프의 찬란한 영광을 위해 노리개라도 감수하겠습니다.」


「…우후후후, 그렇단 말이지? 노리개가 되더라도 불만 없다는거지? 밤낮 불문하고 말이야?」



…이 반응을 토대로, 저택 내부에서 그러한 역할이 공공연하게 존재 할 것으로 추정 된다.


그러지 않고선 굳이 밤낮 불문한다는 뒷말을 덧 붙일 필요는 없을태니까.


‘여타 메이드들을 통해서 이 대목을 확인하면 되겠군.’


추론은 어디까지나 추정에 불과한 영역.


이를 확신의 영역으로 탈바꿈 하기 위해선 사전 조사가 필수로 따라와야 한다.


“이봐! 너희들 고작 창문 하나 닦는데 하루 종일 닦고있어? 빠릿빠릿하게 움직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말이야?”


…마침 꼽주려고 찾아온 사수 메이드를 통해서 말이지.


“처음이니 그럴 수 있죠. 그나저나 마침 물어볼게 있던 참인데 잘 됐습니다.”


“하아? 나한태 물어볼게 있다고?”


“네. 훌륭한 선배님의 고견이 필요했던 참이니까요.”


“…흐응?”


“메이드장님이 교육담당으로 지명 할 정도로 뛰어난 분이니, 제 궁금증을 해결 해 주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으흠흠! 뭐~ 내가 뛰어나긴 하지. 이 저택에서 주인님의 총애를 받은 몇 안되는 메이드 중에 하나니까!”


“그렇죠.”


“아니, 분명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겠지! 차기 메이드장으로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으니까.”


“역시 대단하십니다.”


저 기고만장해진 선배 귀쟁이년의 낯빛을 보라.


살살 띄워줬더니, 묻지도 않은 자기자랑을 나열하는 꼬락서니를 말이지.


참으로 재수없어서 길쭉한 귀를 더 길쭉하게 만들어버리고 싶다만…


정보를 얻어야 할 입장이니, 그러려니 치부하고 본론으로 넘어가야겠다.


“우리 자매는 칸틀러님에게 몸과 마음을 다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빙 돌려서 묻는 건 귀찮으니 바로 묻겠습니다. 어떻게해야 밤시중을 들 수 있죠?”


“…에헤?”


음,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나?


단발마에 가까운 감탄사와 함께 완전히 굳어버린 선배 귀쟁이년.


입 벌린 채 두 눈 껌뻑껌뻑거리는 모습이 본인이 상상했던 범주에 벗어나 당혹스러운 모양이다.


“아…음, 너 어디서 그런걸 들었어?”


“메이드장님께 직접 들었습니다. 신참 메이드는 주인님과 독대 할 기회가 있다고요. 물론…야밤 중에 말이죠.”


“메이드장님에게 직접…? 크흠흠! 밤…밤시중은 관례이긴 하지. 메이드 중에 주인님의 손길을 안 거친 메이드는 없으니까.”


“호오.”


재대로 걸려들었다.


우선, 저 선배년의 반응을 말미암아 초야권이 존재하는 건 확실한 상황.


이제, 어떻게해야 초야권의 대상으로 지명 받을 수 있는가? 와 같은 부분을 파고 들 때다.


“저는 주인님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 아래가 젖어버려서 지금 이 순간에도 기저귀를 차고 다닐 지경입니다.”


“…뭐라고?”


“주인님의 사진을 보며 위로하지만…오히려 하면 할 수록 욕정이 끓어 올라 참기 힘든 수준입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면 그냥 발정…”


“아무튼 그런겁니다! 이 후배를 가엽게여겨, 부디 하해같은 마음으로 배풀어주시길 바랍니다.”


“…”


“아!!! 섹스 하고싶다!!!”


“…”


이젠 당혹감을 넘어, 사람을 아주 치녀 비스무리한 존재로 보기 시작한 선배 귀쟁이년.


“…용사여.”


덩달아, 옆에서 이 몸에 대한 온갖 심경이 함축된 애처로운 시선을 보내는 마왕년.


스스로 생각해도 참 병신같은 행동이지만, 어쩔 수 없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치녀, 그 이상의 존재라도 되야 할 판이니까.


“…정 그렇다면야, 알려 줄 수 밖에 없겠네. 내가 안 알려주면 너…다른 메이드들에게도 똑같은 질문 할 거 아니야?”


“맞습니다. 지금 당장 알려주지 않으신다면 주방에 놓인 당근이라도 이용 할 거니까요.”


“먹는 걸로 그런 짓 하지마…후우! 알겠어. 그런데 그 전에 짚고 갈 부분이 있어.”


“짚고 갈 부분?”


“너, 이거 잘 할 자신 있어?”


“흐음?”


말을 마치는 동시 양 손의 엄지와 검지를 벌리더니, 이윽고 두 손을 교차하며 무언가를 표현하는 선배 귀쟁이년.


무엇을 표현하는가 싶어 잠자코 지켜보니…




“보빔?”


오래 걸리지 않아, 밴대질을 은유한 것을 알아 챌 수 있었다.


“그…그렇게 노골적으로 말하지마! 아…아무튼 주인님을 만족 시키려면 꽤나 힘들다고? 기구 사용도 능숙해야하고!”


“…”


“또한 먼저 가버리면 안되고, 너무 쌔게 문질러서 아프게 만들면 안돼! 그러다가 거기에 전…전구 넣고 깨짐 당할 수 있으니까!!”


“…”


“아! 주인님은 은근히 마조히즘적인 성향도 있으셔서 스팽킹 같은 걸 재대로 못하면…”


“…”


“으으! 내가 이런 걸 설명하고 있다니…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아, 음.”


지금, 머리가 새하얗게 굳어버렸다.


아니, 굳어버릴 수 밖에 없다.


저 짧은 순간에 귓 속으로 들어온 정보들은 상상조차 못했으니까.


기구 사용에 능숙해야한다던지


혹은 보전깨를 당할 수 있다던지


심지어 마조히즘 성향을 가지고 있다던지와 같은, 소위 듣고도 잘 못 들었나? 싶을 그런 정보들.


그런 정보들도 충분히 사고를 굳게 만들기에 충분했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부분은…








‘…칸틀러가 여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