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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지나 납골당은 동양 문화권에서는 혐오시설 취급을 받는다. 서양 문화권에서는 묘지가 그리 혐오시설은 아니지만, 적어도 동양 문화권에서는 혐오시설이다. 없으면 곤란하지만,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곤란해지는 그런 시설이다. 해결책은 그 지역에 짓지 않는 것이지만, 짓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각종 혜택을 줘서 그런 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반감을 없애는 해결책을 보통은 쓴다. 예를 들면, 발전소가 들어서는 곳 근처는 전기를 싸게 공급한다거나 쓰레기 처리장이 들어서는 곳 근처는 공원을 만들고 쓰레기 처리비를 면제해주는 것 같은 혜택 말이다. 그렇다고 묘지의 혜택을 죽으면 장의사가 무료로 들러주고, 매장지를 미리 알려주어 살아있을 때 가꾸도록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묘지 근처에는 단지 공원 몇개와 문화시설 몇개를 설치해주는 선에서 끝난다. 묘지를 활용할 방법은 별로 하지 않는다.


 도시 외곽에 있는 교외 주거지 근처에도 묘지가 있다. 사람들은 이 묘지에서 귀신이 나온다느니 하면서 묘지를 꺼렸고, 주변에 영화관이나 기차역같은 것을 지어준다며 사람들을 회유했다. 그리고 이 묘지에는 카페가 들어서기로 했다. 사람들은 죽은 사람이 잠들어야 할 묘지에 소란스러운 카페가 무슨 말이냐며 반대했지만, 카페는 정상적으로 들어섰고, 정상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다. 이 카페에서 글을 쓰는 나는 이 카페가 처음 열었을 때부터 와서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그런 글의 영감은 보통 이 카페에 찾아오는 손님들로부터 얻는다.


 이 카페는 다른 카페와 같다. 커피를 팔고, 차를 팔고, 간단한 간식거리도 판다. 하지만 이 카페는 다른 카페와 다르게 손님들이 오면 바리스타를 둘러싸고 앉을 수 있다. 카페 중앙에 동그랗게 배치된 원형의 중앙이 크게 뚫린 탁자와 배치된 의자에 사람들이 앉아 바리스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물론, 자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저 구석으로 가서 하고싶은 일을 하거나 기다리는 사람을 기다릴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카페에는 특이한 드립 커피가 있다.


 "어서오세요."

 그리고 묘지근처라는 위치 때문에 사람들은 그 특이한 메뉴를 종종 주문하곤 한다.

 "저기, 말을 찾는 커피, 지금 괜찮을까요?"

 "물건 가져오셨나요?"

 "네, 여기 있어요."

 고인과 관련된 물건을 같이 넣고 커피를 뽑는다. 카페 주인의 말로는 굳이 유품이나 신체의 일부같은 내주기 어려운 것이 아니더라도 그냥 관련된 아무 물건이면 된다고 한다. 다른 커피랑 다를 것 없이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를 뽑을 수 있고 맛과 향도 그런 커피처럼 나온다. 하지만 마신 사람이 고인과 가까운 관계였던 사람이라면, 고인이 전하고자 했던 말을 듣거나 할 수 있는 모양이다. 나는 아직까지 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반응을 본다면 그런 것 같다. 고인드립커피는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기 때문에 바리스타가 보통은 말을 걸어준다.

 "...무슨 일이었나요?"

 바리스타가 말을 걸면 항상 이 말로 시작한다.

 "지병이에요. 부정맥이었는데, 갑자기 쓰러졌어요."

 젊어보이는 여자가 말했다.

 "남편분이셨나요?"

 "네..."

 "유감입니다."

 "아직도 헝클어진 머리로 웃던 그 사람이 계속 꿈에 나타나 화난 얼굴로 네 탓이라고 소리쳐요."

 "꿈은 그렇게 여기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탓하지 않을거에요."

 "제가 할 수 있었던 일이 많았지만, 하지 못했어요. 그것만 아니었으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띵! 커피가 다 되는 소리가 들렸다. 마지막 말을 전해주는 커피이다. 나는 가끔씩 죽은 사람이 정말로 네 탓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바리스타는 그런 사람들도 구분해내는 듯 하다.

 "여기오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탓이라고 여기죠. 하지만 그건 당신 탓이 아닐겁니다. 여기 커피 나왔습니다. 전하고자 했던 말을 들어보세요."

 대부분의 전하고자 하는 말은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같은 말들이지만, 사람들이 울기에는 충분하다. 종종 다른 말들도 나오는데, 이 여자는 그런 사람 중 하나인 것 같다. 달콤한 추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하는 여자는 따뜻한 카페라떼를 마시기 시작했다.

 '괜찮아, 난 네가 행복하길 바래. 네 잘못이 아냐.'

 죽은 사람의 말은 들어왔다가 연기처럼 사라져간다. 이 말은 그 사람만 듣고 그 사람만 기억하게 된다. 하지만 그 사람이 변한 모습은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준다. 저런 말을 들었을 것이라 나는 생각할 뿐이다. 커피를 마신 여자는 커피를 넘기고 조용히 울기 시작했다. 바리스타는 조용히 그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주었다.

 "감사합니다. 커피 좋았어요."

 "아뇨, 저야말로요. 커피는 그냥 드시고 가도 좋습니다. 그 사람이 사는겁니다."

 

 가끔씩 다른 부류의 사람도 들어온다. 몇몇 고인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얼굴에 써져있는 사람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여러번 보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는 똑같은 결과가 생긴다. 언제는 얼굴에 나 불만이 가득하다고 써져있는 남자가 들어와서 커피를 주문한 적이 있다.

 "말을 찾는 커피 주세요."

 "... 딱히 좋은 말은 듣지 못할 수 있습니다만 그래도 드시겠습니까?"

 "네. 빨리 들어봐야 할 게 있으니깐."

 바리스타는 물건을 넣고 커피를 만들기 시작한다. 커피가 만들어질 동안, 바리스타는 언제나 그렇듯이 말을 건넨다. 이 대화가 실패하는 적을 본 적 없었기 때문에 바리스타는 가끔 대단한 상담사 자격증이라도 있을까하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었나요?"

 "빌어먹을 영감이 잘 살다가 죽었습니다. 재산은 어디에 숨겼는지 알려주지도 않고요."

 "다른 형제에게는 알려줬나봅니다."

 "물론이죠. 그 녀석들이 유산에 대해서 어떤 걱정도 안하는 걸 보면 절 빼고 모두 알려준게 틀림없습니다."

 "유산이 없던건 아닐까요?"
 "그 영감이 유산이 없을 리가 없습니다. 돈이 필요하다는 말도 하지 않았고, 돈을 보내준 적도 없으니 충분히 갖고 있었을겁니다."
 "그렇군요."

 띵! 커피가 다 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사람은 최대한 빠르게 먹고 유산을 찾기 위함인지 차가운 커피로 주문했다. 그 사람이 커피를 마시면서 들을 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뻔하게 보였다.

 '내가 너에게 줄 것은 욕 한다발밖에 없다.'

 분명 이런 소리였거나 더 심한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 사람에게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이 커피를 마시면서 얼굴이 점점 짜증으로 가득차가는 것을 느꼈다. 죽은 사람의 말이 잔잔히 머물다기보단 빠르게 쏘아붙이고 달아났다. 한시도 그 사람의 머릿속에 말이 남아있게 하고싶지 않다는 듯이.

 "제기랄. 망할 영감녀석."

 그 남자는 거세게 욕을 내뱉고서는 나갔다. 물론, 전의 이야기였던 여자와 달리 계산은 하고 나갔다. 내 생각에는 그 사람이 들은 내용은 욕 한다발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은 아직도 유산을 찾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최근에 한 행동이 마지막 행동이 되어버려서 후회가 계속해서 남아있는 사람도 온다. 항상 있어서 그랬지만 아무렇게나 짜증을 내고, 그 사람이 만든 것이 형편없다고 무시했지만, 그게 마지막으로 한 것이 되어버린다면 그 사람은 계속해서 후회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웃고 행복한 모습이 아니라 자신을 싫어하는 모습이었다니. 그렇게 후회하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있다.

 "말을 찾는 커피... 괜찮을까요?"
 "네, 물건 가져오셨나요?"

 물건을 넣고, 원두를 넣고, 몇가지를 조정하더니 바리스타는 말을 걸기 시작했다.

 "무슨일이었나요?"

 "제가 마지막으로 해준 것이 카레가 맛없다고 투정부린 것이었어요. 평소와 같은 카레였지만, 그날 풀리지 않던 일이 있어서 괜히 짜증을 냈던 것 같아요."

 "... 그렇군요."

 "그게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모습일 줄 알았다면 카레를 끝까지 다 먹고 맛있다며 웃어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마지막으로 보여준 모습에 대한 후회가 남는군요."

 "사실, 웃는 날보다 화내는 날이 더 많았을지도 몰라요. 항상 그래왔으니까,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서 그럴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다 해주지 못한게 너무 후회되네요."

 "화내는것보다 웃는 날의 기억이 더 오래 갈겁니다. 많은 화냈던 날이 있더라도 웃는 날이 있고, 그 웃는 날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니까요."

 "그래도, 마지막 날이 웃는날이 되지 못한걸요."

 띵! 커피가 다 되는 소리가 들렸다. 이 후회로 가득차고 슬퍼하는 손님에게 전해줄 마지막 말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졌다. 지금은 없는 사람과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손님은 천천히 마실 수 밖에 없는 에스프레소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 사람의 머릿속에는 어떤 말이 들어와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까.

 '마지막으로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계속 울던 일은 뭐니? 헤헤... 앞으로라도 웃어주면 좋겠어.'

 "내가... 미안해..."

 에스프레소를 한모금 넘기고 그 손님은 울기 시작했다. 조용히 울었다기 보다는 조금 소리내면서 울었다. 그 카페에 온 손님들은 말을 찾는 커피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슬픔이 여기서 다 풀리고 가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에스프레소를 다 마시는데는 좀 오래 걸렸다. 그 사람이 펑펑 울면서 조금씩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일거라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웃는 날을 살아가기로 했어요."

 그 사람은 울어서 부은 눈을 비비며 말했다. 바리스타는 약간 웃으며 말했다.

 "맛있는 카레에 대한 기억으로 커피를 계산했다고 하죠. 앞으로 결심한 대로 살기를 바래요."

 그 사람이 계속해서 웃으며 다른 사람에게 잘 대해주는 삶을 살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리고 그 사람의 마지막 기억도 행복한 기억으로 바뀌었기를 바란다.


 만약 내가 이 커피를 마신다면 어떤 말을 들을지 궁금하다. 바리스타는 내가 어떤 말을 들을 것 같냐고 물을 때마다 살짝 웃으며 대답한다.

 "그건 지금부터 만들어가는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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