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챈러스 채널

 

 

나는 만화라고 하면 "기생수" 빼곤 그저 오락용 여가거리라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김달"의 달이 속삭이는 이야기를 보게되었다.

 

그 만화 속엔 작가의 기를 불어넣은 화려한 작화도 없었고

 

기승전결의 흐름이 정확한 이야기도 없었다.

 

하지만 김달은 본인의 뇌내망상을 소박한 그림체로 거부감없는 이야기로 그려주었다.

 

그 만화의 형언할 수 없는 매력에 빠졌던 나는 단행본을 사고, 단행본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나는 김달의 뇌내 망상에 어렴풋이 공감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r모웹에 팬아트를 올리는 것을 보았다.

 

"여자 제갈량"

 

어쩜 내가 원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소재로 재밌게 이야기를 그려내던지, 몇 컷 되지도 않는 팬아트 한 편에 1시간씩 투자하며 정독했다.

 

그속에서 재해석한 제갈량과 다른 책사들, 중간중간 서비스로 넣은 다른 작품과 콜라보 만화들 모두 마음에 들었다.

 

그때는 이 작가야 말로 내가 진정 보고싶어하던 만화를 그리는 작가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김달이 그러다 L모 사이트에 정식연재를 예고했고, 나는 한편이라도 일찍보고자 생전하지 않던 유료결제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했던가

 

작가의 뇌내망상이 섞인 잔혹하지만 달달한 삼국지를 기대했던 나는 그저 창천항로의 팬픽 보고 있었다.

 

그것마저 연재중단 되었다.

 

그래도 나는 기대했다.

 

그렇게 싫어하던 작가인 ㅊㅎ도 삼국지는 자기 해석대로 끝까지 그려냈는데, 설마 다시 그리지 않을 건가.

 

그렇게 L모 사이트를 보는둥 마는둥 몇달이 지났을까, 김달이라는 익숙한 작가는 눈에 들어왔지만, 여자 제갈량은 아니었다.

 

그 작품을 본 순간 난 내가 만든 환상에서 깨졌다.

 

그저 작가의 순수한 뇌내망상이 아닌, 뻔한 내용과 뻔한 이야기, 작가의 생각보다는 억지스런 개그로 점철된 만화가 눈앞에 들어왔다.

 

그 때서야 난, 내 스스로 만들었던 환상을 거두었다.

 

"이 작가야 말로 내가 원하던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가 아닌 "이 작가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작가다" 라고 생각했다.

 

 

 

 

난 만화도 문학도 소설도 잘 모른다.

 

다만 내가 좋아했던 작가가 새롭게 재해석하려 시도한 삼국지의 결말을 보고 싶다. 

 

그 바램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