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te Mars Ajeto! - How I Feel About U~

;ㅇㄱㄹㅇ 1988 (2015)

 

 

 

 

 


 

 

 

*

 

 

 

 

 

 

 

사담:

 

'베이퍼웨이브' 라고 한다면 당신의 머릿 속엔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형형색색의 '인공적인' 자연과 돌고래, 길다란 제목을 수놓는 각종 번역투 일본어와 괴괴한 전각문자들, 8~90년대의 스무스 재즈의 코드를 자르고 늘려 이어붙인 조잡한 사운드 위에 깔리는 시대착오적인 광고들을 콜라주한 뮤직 비디오... 2013년, Macintosh Plus가 베이퍼 웨이브의 시초격인 リサフランク420 / 現代のコンピュー을 낸 이후로, 언더그라운드 씬은 유래없는 '미래적인' 과거의 음악들이 들려주는 향수에 젖어 수많은 베이퍼웨이브 컨텐츠를 생산해냈다. 물론 '시펑크'라는 밈에서 기인한 열풍인만큼, 베이퍼 웨이브 씬에는 '이게 정말 창작물이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괴괴하게 꼬이거나 그저 통샘플을 느리게 늘인 뒤 이펙터를 바르는 식의 본질적인 음악성을 망각한 밈적인 컨텐츠들이 대다수였지만, 개중에도 나름대로의 음악론과 전문성을 갖추고 '과거에서 바라본 미래의 모습' 이라는 정체성을 따르는 음반들은 분명 존재했다.

 

이미 흘러가버린 취급받던 음악들이, 그런 것들과 함께 태어나 살았던 세대에게는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되어, 그리고 또다른 세대에게 이르러서는 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것'이 되어 다시금 문화로써 소비된다니, 흥미롭지 않은가? 물론, 무한도전의 '토토가' 를 필두로 한 복고 열풍이 한소끔 끓어오르고 식어버린 지금에 와서는 이 베이퍼 웨이브라는 흐름이 다소 식상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평소 8~90년대의 스무스, 애시드, 기타 '경음악'이라고 불리울만한 장르를 즐겨듣던 나로써는, 그리고 이런 장르들의 팬들로써는 이만큼 흥미로운 대규모 리믹스 프로젝트도 없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음악은 Dante Mars Ajeto! (단테 마르즈 아예또!)의 'ㅇㄱㄹㅇ 1988' (2015년 발표)의 수록곡 'How I Feel About U'이다. 'ㅇㄱㄹㅇ 1988' 이라는 앨범명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듯이, 해당 앨범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릴 당시의 분위기를 퓨처 펑크와 베이퍼 웨이브적인 표현방식 - 샘플링과 재구성 - 을 통해 표현해내고 있는데, 온통 버블 경제 시절의 일본 아니메와 광고 샘플이 만연한 기존의 와패니즘적 베이퍼 웨이브 작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들려준다. 특히 뮤직비디오는 흘러간 한국의 텔레비전 광고와 1988 서울 올림픽을 경기와 개회식을 촬영한 장면들이 교차하는데, 여기에 "How I Feel About U~" 의 복고적 디스코풍 멜로디가 어우러지면서, '그 때'의 향수는 성큼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온다. VHS 테이프로 녹화한 듯이 끼는 노이즈 이펙트도 이런 분위기에 한 몫 거드는 바가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최전성기, 그 시절을 피부로 직접 느꼈던 세대에게는, 꿈과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모두의 마음이 부풀어있던 그 때 그 시절 분위기를 모니터 속에서나마 느낄 수 있는 점에서. 묵은 신문 속에서나 90년대를 찾아볼 수 있는 세대에게 엄마와 아빠의 그 시절을 영상으로나마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Dante Mars Ajeto!의 곡은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긍정적 시대착오' 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