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챈러스 채널


며칠 전부터 오늘의 라이브에 https://arca.live/b/live/492879, https://arca.live/b/live/489741 같은 글들이 뜨고 있는데, 뭐 출처가 어느 세력인지 짐작이 가고 퍼온이의 의도도 빤히 보여서 할 말도 많지만 아끼겠음. 
다만 순진하게 저 글 본문과 댓글들을 보고서 여윽시 똥꼬충들은 막심센세와 가스실이 답이라고 생각하고 욕하고만 끝날 생각이라면 굳이 이 글을 읽을 필요도 없는데, 진심으로 에이즈가 늘어나는 게 국가 보건재정에도 위협이 되고 나와 내 가족의 건강에도 위협이 된다고 진심으로 걱정한다는 가정하에 알려준다. ("현직 의사가 말하는 에이즈" 글에 비슷한 내용의 답글 쓴 사람과 동일인이고, 같은 취지로 좀 더 보기쉽게 정돈해서 다시 알려준다. )

 

1. (남성)동성애는 HIV/AIDS 전파의 주요 경로/위험 요인인가?

일단 레즈비언들은 이성애자들보다도 더 HIV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은 우선 덮어두고, 위 문장에서의 동성애는 게이의 연애 및 섹스만 지칭한다고 생각해보자. 
남성 동성애자 즉 게이에 한정하고, 여러 여건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을 제외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최소 OECD급 국가에서는, 동성애자들에게서 HIV 감염율이 높게 나타나는 건 일관된 팩트 맞다. 
일부 게이들 또는 양성애자들이 이성애자에게도 HIV를 전파할 수 있는 경로가 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정치적 올바름 문제를 떠나서도) 실질적으로 HIV/AIDS 문제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바람직한 표현은 '동성애자들이 HIV/AIDS 감염의 취약 집단이다'가 보건학적으로 바람직한 표현이다. 뒤에 다시 설명한다. 

 

2. 왜 남성 동성애가 HIV/AIDS의 전파의 주요 경로/위험 요인이 되는가? (또는, 왜 게이들이 HIV/AIDS의 취약집단인가?)

 

얼추 세 가지(상세하게는 다섯 가지)로 정리해준다. 

 

1) 게이들의 상당수는 항문을 이용한 성행위를 하는데, 신체구조 특성상 항문섹스는 혈액, 정액 등 체액을 통한 전파 위험도가 높다.  (이성애자들도 일부 항문을 이용한 성행위를 하지만 비율과 빈도는 낮다.)
2)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파트너를 두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고, 평생동안 성행위 상대자 수가 많다. 
3)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없이,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나 함부로 사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A. 콘돔과 적절한 윤활제만 제대로 사용해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HIV/AIDS의 전파 위험을 많이 낮춰줄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B. 제때제때 검진해서 빨리 발견하면 빨리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하여 자기 면역력도 지키고, 전염력도 낮출 수 있는데 제대로 검진을 받지 않는다. 
  C. 진단을 받은 뒤에도 처방받은 약을 제대로 먹거나 제때 병원에 가거나 하지 않으며, 때로는 상대방에게 감염사실을 밝히지 않고 성행위를 통해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대다수 이성애자들 입장에서는 1) 으... 더러운 똥꼬충들 2) 역시 문란하고 지저분한 똥꼬충들 3) 답없는 막가파 시한폭탄 똥꼬충들, 여윽시 막심센세와 가스실이 답이야.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그런 본능적인 혐오감, 그리고 그 혐오감에 근거해서 제재 없이 발언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는, 동성애자들 그리고 사회 전반의 HIV/AIDS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것도 뒤에 다시 설명한다. 

 

3. 동성애가 HIV/AIDS 전파의 위험요인이므로(동성애자들이 HIV/AIDS의 취약집단이므로), 동성애/동성섹스를 줄이고 HIV/AIDS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욕설과 비난까지야 점잖게 참더라도,) 최소한 동성애에 대한 긍정적인 미화를 비판하고, 동성애의 폐해와 위험을 널리 알리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얼핏 보면 상식적으로 보이지만 이 생각은 다음의 전제를 갖고 있다.  동성애의 부정적 측면을 널리 알림으로써 


1) 동성애 정체성을 치료할 수 (바꿀 수) 있거나
2) 아니면 최소한 적어도 동성간에 섹스라도 덜 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1) 은 의학적으로 보건학적으로 끝난 이야기다. 상식선에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쯤해서 어떤 종교인들이 근거도 미심쩍은 탈동성애자들을 증거로 들이밀텐데, 미안하지만 주류 의학/보건학계에서 볼 때는 무안단물 마시고 말기암 완치한 사례들이나 안아키 수준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성지향성을 교정한다는 것 자체가 극도의 고통과 정신적 피해를 초래한다. 
    마지막으로 막심센세의 물리치료나 히틀러각하의 가스치료 방법이 있겠는데, 이런 방식이 용인될 수 있는 사회에서라면, 유색인종도 레이저로 멜라닌 세포를 다 태워 없애서 백인으로 만들자고 주장해도 반박할 수가 없다. 혹은 치매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만 65세 이상은 가스실로 보내자고 해도 반박할 수가 없다. 


2) 강제되지 않고 합의하에 일어나는 본능적인 욕구에 따른 성적 행동을 도덕적 비난으로 차단하거나 통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안다면 2)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도 알 거다.

 

그리고, 동성애의 폐해와 위험을 알리는 것은 HIV/AIDS 문제에서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한다. 왜냐? 다수의 이성애자들이 이미 동성애에 대해 낯설음과 본능적 거부감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동성애의 폐해와 위험을 널리 알리는 사회 분위기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을 표출하고, 동성애를 비난하고 지탄할 수 있는 분위기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동성애자 수를 줄이지도 못하고, 동성간 성행위도 줄이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동성애자들은 다른 소수자 집단에 비해 독특한 게, 박멸하고 싶어도 박멸하기가 매우 어렵다. 동성애에 대해 적대적인 사회에서일수록 동성애자들은 자신을 더욱 철저히 숨기고 이중생활할 수밖에 없고, 또 이게 어느 정도는 통한다. 동성애자는 인종이나 신체장애자처럼 눈에 곧바로 뜨이지 않는 점에서는 국적이나 고향, 불법체류 신분 등과 공통점이 있지만, 그나마 국적이나 고향은 등록된 근거서류라도 있는데 동성애자는 그것조차도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동성애자라는 걸 증명할 방법은 간접적인 증거밖에 없는데, 이걸 근거로  불이익이나 처벌이 가해지면, 첫째로, 실제로 동성애자가 아닌데 동성애자로 오인받는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고, 둘째로는 막상 진짜 동성애자들은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걸 숨기고 음지로 숨어들게 된다. 

 

4. 동성애에 대해 적대적이고 동성애자 권리 보장을 하지 않는 나라/문화와, 동성애에 대해 우호적이고 동성애자 권리 보장을 해주는 나라/문화에서 동성애자들의 행동은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고, 이는 HIV/AIDS 전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아까 나온 2 - 1)은 사실 동성애에 대해 적대적인 국가이든 우호적인 국가이든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2 - 2), 2 - 3)은 나라와 문화권, 그리고 시간에 따른 정책 변화에 대해서도 반응하여 유동적으로 나타난다. 

동성애에 대해 적대적인 사회에서 동성애자들은 음지로 숨어들게 된다. 이런 곳의 동성애자들은 자기위장과 이중생활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음지에서도 얼마든지 섹스 파트너 구하고 섹스하는 것 어렵지 않다. 그런데 그럭저럭 몸도 마음도 맞는 파트너감을 만나서 안정적인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은 단계에서는 문제가 발생한다.  동거나 결혼까지야 먼 이야기라 하더라도, 당장 제대로 연애만 하려고 해도 가족이나 학교, 직장에 발각될 위험이 높아지고, 발각되었을 때의 비난이나 따돌림 및 불이익이 큰 사회일수록 안정적인 파트너를 만나서 연애하기가 무섭고 부담스러워지거든. 설령 주변에 알리지 않고 살얼음판같은 도둑연애를 이어나가는 운이 좋은 경우라 할지라도, 둘 사이의 사소한 갈등이 있을 때 파국을 맞을 확률이 높다. 둘 사이의 관계를 축복하고 응원하거나 완충해줄 주변의 집단이 없으니까. 그리고 공개적이고 축복받은 연애에 비해 비밀연애는 양다리나 외도의 위험에도 취약한 것도 이해가 어렵지 않을 거다. 결국 동성애에 적대적인 사회에서는 많은 게이들이 안정되고 장기적인 연애가 주는 위험과 부담을 회피하고, 그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그런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부담이 적은 익명의 상대와의 하룻밤에 탐닉할 위험이 높아지는 거다. 연애의 지속기간이 짧고 평생 성상대자 수가 많은 것은 사회의 동성애에 대한 적대적 분위기로 인해 유발되는 면이 아주 크다. 

 

거기에 하나 더, 동성애에 대해 적대적인 사회일수록 따돌림, 괴롭힘, 비난을 늘상 받는 동성애자들은 더 불행하고, 더 우울하고, 더 많이 자살을 한다. 동성애자들의 정신건강이 왜 이성애자들에게도 중요하냐 하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동성애자들은 이성애자들에게도 위협을 끼치기 때문이다. 당장 미래에 대한 꿈도 가정을 꾸릴 희망도 보이지 않는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동성애자들이 많을수록, 앞날 생각 안 하고 될대로 되라고 생각하고 함부로 사는 - 콘돔 따위 신경쓰지 않고, HIV 검사도 굳이 안 받고, 진단을 받아도 굳이 약을 열심히 먹어야 할 이유가 없는 동성애자들도 많아진다. 어차피 잃어버릴 것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겁없고 무서운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으리라 본다. 

 

반대로, 동성애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고 동성애자의 권리보장이 잘 된 국가/사회 혹은 시기일수록, 동성애자들이 한 파트너를 만나는 평균 기간이 길고, (결혼까지 보장해준다면 더더욱), 평생 만나는 성 상대자 수도 적다. 또 반려자가 있고 가정이 생기면, 잃어버릴 것도 지킬 것도 많기 때문에 함부로 살지 않는다. 남편이 눈 시퍼렇게 뜨고 있고 자기가 게이인 걸 주변에서 대충 다 아는 게이도 이혼할 수도 있고 바람피울 수도 있지만, 아예 결혼은 물론이고 주변에서 축복받는 연애조차도 차단된 게이에 비해서는 최소한 평균적으로 사생활이 덜 복잡해진다. 일단 주변의 사회적 압력 때문에라도 말이다.
 

뇌피셜같다고? 미안하지만 이거 다 최소한 북미나 서유럽에서는 의학적 보건학적으로 이미 증명 끝난 이야기다. 나라나 주별로 동성커플의 지위가 확보된 순서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르다 보니, 동성애자들의 지위보장이 그들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할 수가 있게 되어서, 수많은 연구결과가 이미 나와 있거든. 그래서, 동성애를 통제해야 하는 전파경로/위험요인으로만 보고 통제/관리/처벌하는 방식보다, 동성애자들을 자신의 정체성을 존중받으면서도 따돌림으로부터 보호받고 안전한 성생활방식을 교육받고, 안정적인 연애와 가정형성을 보호받고 장려받아야 하는 취약집단으로 관리하는 방식이 HIV/AIDS 문제를 해결하는 옳은 방향이고,  WHO 및 주류의학계의 입장이 정확하게 이거다. 

 

미국처럼 보수적인 국가에서조차 동성결혼이 가능해진 게, 정치적인 압박에 굴복했거나 감성팔이에 넘어가서이거나, 인구의 대다수인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에 대해 감정적인 거부감이 없어서만은 아니다. 동성애자들이 주변에 숨어서 도사리고 있으면서 음지에서 복잡한 성관계를 하면서 병을 퍼트리고 다니는데다가 이성애자인 척 숨어서 언제 나도 덮칠 지 놔두는 것과 비교했을 때, 다들 걱정없이 기어나와서 지들끼리 연애하고 지들끼리 코꿰어서 가정 꾸리고 살게 유도하는 게, 사회 전체의 부담도 줄이지만, 이성애자들에게도 이득이 되어서 현명하게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

동성애를 적대시하고 박멸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어떤 종교세력들이 의학적/보건학적 팩트를 무시하고 오히려 HIV/AIDS 문제를 악화시킬 방향으로 여론전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내가 적은 상황이나 사실을 모르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공통의 적 증오/멸시대상을 만듦으로써 내부의 결속을 돈독히 하고 교세를 늘리는 장사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알면서도 비난과 차별을 선동하는 거고, 많은 순진한 비신자들까지 거기에 휘말려들어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