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챈러스 채널

안티페미들 모였어? 이 글은 왜 안티페미니즘은 틀렸고 페미니즘은 맞는지 얘기하려고 쓴 글이야.
글 내용이 내용이다보니 좀 가볍게 하려고 반말 쓰는 거 이해해주길 바라.
또 글이 좀 많이 길고 정리가 덜 됐는데, 시간 많이 잡고 읽는 게 좋을 거 같아.

얘들아, 너희 안티페미들의 논리가 근본부터 틀린 이유를 말해줄게.

그건 바로 너희들부터가 사실 페미니즘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야.

무슨 말이냐고? 자, 다음 중 동의하는 게 있는지 봐.


1. 만약 나의 직장에서 내 상사가 출산 휴가를 낸 여직원을 가리키며

"여자들 애 낳는다고 몇 달 씩 쉬고 말야. 이래서 여사원 뽑기가 싫다니까? 이번에 면접 때는 될수록 남자를 뽑아야겠어" 라고 말씀하시면

"아, 참 옳은 말씀이다. 역시 내가 존경하고 따를 상사이시다." 라고 생각할 것이다.
(예/아니오)


2. 만약 내 동기 여사원이 하던 프로젝트를 다른 남직원한테 뺏겼는데 상사한테 항의하러 갔더니

"자네는 결혼하면 그만둘 것 아닌가. 아니어도 남편이 돈 벌 거고. 저 친구는 가장이 될 사람인데, 그냥 양보하게."라는 소리를 듣고 왔다고 하면

"역시 우리 상사께서는 앞을 내다보는 혜안이 있으시구나, 저런 현명한 모습이 닮고 싶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예/아니오)


3. 만약 내 누나 혹은 여동생이 남자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했는데 판사가

"남자가 술에 취해 있었고, 여자도 격렬하게 반항을 한 거 같진 않다"며 무죄 혹은 아주 약한 형을 내린다면

"역시 명판사님이시다. 그러게 왜 남자랑 밤늦게 술을 마셨어? 당연히 그렇게 될 줄 몰랐어? 남자가 그걸 참으면 그게 더 대단한 거지." 라고 말해줄 것이다.
(예/아니오)


4. 만약 내가 인터넷에서 음란물을 보다가 리벤지 포르노나 몰카를 보면 좋다구나 하고 틀며 "역시 야동은 이렇게 리얼한 게 좋지. 이런 거 더 많이 찍어서 올려주면 좋겠어." 하고 생각할 것이다.
(예/아니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중 그 어디에도 '네'에 O 칠 사람은 없어. 4번의 경우 윤리적으로 그럼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유혹을 못 이겨 봤다, 이 정도까진 있어도 죄 의식을 아예 못 느꼈다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럼 당신은 여성 차별, 여성 혐오 반대하는 사람이야. 성평등, 여권 신장 동의하는 사람이라고.

근데 왜 이렇게 양성 평등을 분명하게 지지하는 너희가 그렇게 목이 터져라 "페미 극혐"을 외치고 있을까?


나는 그게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해.

하나는 이거야. 내 '앞 세대'가 성차별을 했다는 것까지는 당연히 맞다고 생각하지만, '나'한테 화살이 돌아와서 '내'가 성차별을 한다고 하면 "아닌데?" 싶은 거지.

왜냐면 내가 아는 한 나는 성차별이 사라진 뒤에 태어난 사람이고, 그러므로 내 세대 사람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성차별을 안 하니까.


그런데 그거, 굉장히 잘못 알고 있는 거야.

학교에서는 그렇게 가르쳤을 거야. "옛날에는 성차별을 했는데 이제는 양성은 평등하다고 사람들이 깨달았다." 그렇게 들으면서 크니까 "아, 나는 성차별이 완전히 없어진 이후에 태어났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컸겠지.

하지만 양성이 평등하다고 깨달았다고 바로 성차별이 없어지니? 우리나라도 70년 전에 무려 1948년에 민주주의 해야 되겠다고 깨달아서 공화국 세웠는데, 그럼 이제 부정 부패가 하나도 없고 민주주의 침해하는 위정자가 없어? 옛날 어른들의 유교적인 꼰대 문화 지적 나온지도 수십 년 넘었다. 주변에 꼰대 없디?


뭣보다도 만약에 정말 너희는 전혀 성차별적 인식이 무의식 중에라도 없고 성차별은 다 기성 세대만 한다 쳐. 근데 생각해봤어? 취업하려 하면 만나는 면접관, 승진하려 하면 만나는 인사담당자, 다 기성 세대잖아. 그럼 당연히 지금 태어난 여자들도 그 전 세대의 성차별을 피해갈 수 없는 거잖아.

한 마디로 내 말은, 세상은 깨달았다고 한 순간에 변하는 게 아니야. 깨달아서 이제 서서히 고쳐나가고 있는 중인 거야. 너희는 학교에서 그걸 배웠어야 해.


너희가 옛날 세대처럼 성차별을 주도하고,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건 당연히 아니야. 전기한대로 너희는 달라진 교육을 받고 자랐으니까.

하지만 '그 전 세대' 바로 다음 세대가 직전 세대랑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어?

아직까지 무의식, 혹은 의식 중에 있는 성차별적이거나 여성 비하적인 인식이 예상 외로 많아. 일제 잔재어 70년 지난 지금도 완전히 걷어내지지가 않지? 단어가 그런데 인식은 얼마나 더 그렇겠어.


근데 그것 말고 또 다른 이유가 있어. 어떻게 보면 더 근본적인 건 첫번째 이유지만 안티페미니즘이 오늘날에 이 정도로 강력한 분노로 이어진 건 바로 두번째 이유 때문이야.

누군가가 역차별론을 생각해냈거든.

생각해봐. 나는 이제 성차별 시대는 끝났고 더 이상 여성은 약자도 아니고 차별도 안 받고 있다고 배우며 자라났단 말이야? 근데 왜 레이디 퍼스트라고 내가 자리를 양보하고, 남자는 여자를 지켜야 된다 같은 얘기를 들으며 책임감을 느끼고 살아야 되?

그래, 이건 역차별이야. 여자는 차별 받지 않는데 오히려 남자들이 차별 받고 있어. 이건 대항해야 해!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너무 맞는 말이야.

나는 레이디 퍼스트니, 성역할론이니 다 정말 없어져야 하는 단어들이라고 생각해.

왜냐면 이건 페미니스트들도 짜증나하는 거거든.

수십년 수백년을 여자를 남자랑 다른 존재 취급하지 마라, 우리는 집안일하는 존재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호 받아야 할 꽃 같은 존재도 아니라 그냥 너희랑 똑같은 인간이다.

이 얘기 주구장창 해댔는데 아직도 말귀를 못 알아먹고 여자는 보호 받아야 할 존재, 남자가 책임져줘야 할 존재로 정의를 내리고 앉아 있는 거야?

이 사람이 여자라는 점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지 정의내리는 것에 있어서.


"남자는 가장이 되어야 하니까 책임감 있어야 한다" "남자는 여자를 지켜줘야 한다" 이런 너희 안티페미들이 그렇게 역차별이라고 얘기 꺼내는 것들은 바로 페미니즘이 필요하다는 근거들이야.

왜 그런 말들이 생겨났어? 옛날에는 정말 그랬으니까 그런 거야.

여자는 집안에서 일하는 사람, 남자는 집 밖에서 일하는 사람. 이렇게 딱 규정해놓고 거꾸로 되면 안 되게 해놨다고.

그럼 어떻게 되겠어? 당연히 언제나 남자가 여자를 부양하는 역할을 맡게 되고, 여자는 언제나 부양 받는 역할만 해야 되는 거야.

여자는 여자대로 자기도 펼치고 싶은 꿈이 있는데 집안에만 있어야 하니 답답하고, 남자는 남자대로 혼자서 모든 경제적 부담감을 다 져야 하니 짜증나는 구조야.

전통적인 남녀 구도가 이러니까 잘못됐다는 거야. 두 쪽 어느 누구도 득 보는 사람이 없어. 바로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페미니즘이 시작된 거고.

너희가 페미니즘을 반대하기 위해 내세우는 논리들은 사실은 페미니즘이 필요한 근거들이란 말이 바로 그런 뜻이야.


다만 그게 남성들이 피해자라는 뜻으로 이해되진 않았으면 해.

물론 우리도 피해자야. 다시 말하지만 기존의 성역할론은 남자한테도 짜증나는 거라니까?

하지만 어쨌든 지난 수천 수백 년 동안 인류 사회를 지도하고 역사를 주도하는 역할을 맡은 건 남자잖아.

역사에 이름을 남길 중요한 일은 남자가 하고 여자는 그 남자 뒷바라지 하는 역할이니까.

너희도 인정하잖아. 적어도 너희 전 세대까지는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사회였다고.

너희 전 세대까지는 여자들은 부모한테, 남편한테, 시부모한테 억압 받으며 살았다고.


그렇게 가부장적이고, 여성은 없거나 소수인 사회가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 와중에 태어난 게 우리 세대야.

우리는 역사의 시곗바늘이 거꾸로 역행해버리는 일이 생기지 않게 이 변화의 바람을 잘 유지해갈 책무가 있는 세대라고.

때 아니게 "야, 근데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우리 사회가 불평등하다 그러냐?" 이러면서 시비 걸 게 아니라!


야, 우리 엄마가 뭐라시는지 아냐?

한국에선 몰랐는데 미국에서 10년 살고 나니까 한국 TV 틀면 너무 충격적인 말이 많이 나온대.

문명 사회에서 하는 방송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외모 비하, 인격 모독성 발언들이 많이 나오고 (개그랍시고)

뭣보다도 여성 비하 발언이나 여성 차별적 행동이 너무 자연스럽고 일상적이게 나온다는 거야.

드라마에서 남자가 여성을 강제로 끌고 가는 장면이 로맨틱한 장면처럼 나오는 것만 봐도 양성 간 관계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후진적이고 옛날스러운지 보인대. (남자가 리드하고, 여자는 수줍게 따라가는 식?)

그게 한국의 현 주소야.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진보할 수가 없어.


야, 내가 쓰고 봐도 좀 길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 있을까 싶네.

그냥 이 한 마디만 할게.

페미니즘 반대할 시간 있으면 그 사람들이 페미니즘 운동 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제도들을 뜯어고치는데 그 시간 써.

그래서 진짜 너희가 생각하는대로 성차별 없는 세상 만들어.

그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