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liam Basinski의 The Disintegration Loops 연작의 일부. 엠비언트 음악이어서 이것만 듣고 있으면 조금 지루한 감이 있긴 한데 약간 날 어두워질 때 이거 들으면서 가만히 있으면 황량감이랑 함께 찾아오는 우울함이 무시 못할 정도.

이 앨범 자체가 9.11 테러와 연관되는 앨범인데, 일단 이 앨범 커버 자체가 당시 테러를 받고 연기를 내며 무너져내리던 세계무역센터의 사진이다. 거기에 이 앨범의 음악이 연주되어 녹음되는 방식도 상당히 특이하거든.

일단 지속적으로 반복될 엠비언트 음악의 멜로디를 만들고 그걸 테이프로 옮겨서 계속 반복해서 트는 거임. 그런데 문제는 이걸 재생시키는 장치가 한 번 테이프를 틀 때마다 점점 테이프를 마모시킴. 덕분에 1시간이 훌쩍 넘어가는 플레이타임 동안 원래도 우울한 느낌을 주던 멜로디는 뒤로 갈수록 점차 노이즈가 차고 일그러지고 왜곡되게 됨.

음악이 이런 식으로 재생되니, 앨범 커버와 맞물려서 듣는 사람은 점점 무너져 내리는 건물의 형상을 떠올리게 되어, 황폐함과 무상함의 정서도 함께 느낄 수 있지. 결론적으로 이거 좋음. 대신 그냥 이것만 듣고 있으려면 약간 기분이 우중충할 때 듣는게 좋을 거임. 다른 때 듣고 있으면 지루해서 중간에 그만둘지도 모르지만 그런 때라면 오히려 뭣같은 기분이 중첩되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