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도부현 뒤에서 1위 깡시골 시마네에 살고 있는 도일 1년 차 겨우 되는 대구 출신 32살 일생늅임.
바이크 취미 있었지만 사정상 지금은 못타고 있고 최근 중고로 차 한대 뽑아서 위안 삼아 가끔 드라이브 하고 있음.
거기에 왜 있습니까 같은건 나중에 차차 얘기하도록 하고...

먼저 일생챈 분들에게 심심한 감사 인사 올림.
올해 들어서 눈팅하기 시작했고 재밌는 썰이나 유용한 정보도 많이 접하고, 다들 어떻게 사는지 듣고 나도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하게 됨. 근무시간 중 킬링타임도 포함해서 여러모로 위로가 많이 되고 있음. 앞으로도 신세 많이 지게 될 거 같으니 잘 부탁해요

조용히 챈질하다 갑자기 글 쓰게 된 이유는, 인사도 할 겸 근근히 올라오는 도일 상담 글 보고 나 같은 케이스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힘이 되면 좋겠다 싶었음. 특별하다 할만한 케이스도 아니고 대단한 게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놈도 이런 방법으로 도일을 하네? 정도 느낌으로 참고가 되길 바람. 


글 재주가 없어서 내용이 뒤죽박죽이 될거 같으니 미리 양해 바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워홀 -> 취업비자 루트를 탔음.

과정을 설명하는데에 있어 다소 말이 길어질 수 있으니 양해 바람;;


어린 시절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좋아해서 자주 접하는 편이였다 보니 자연스레 흥미를 가졌고 생활상이나 문화 역사 등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음. 전역 후엔 돈 모아서 여행도 자주 왔었고 한번은 워홀로 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20대 내내 해왔었음.


20대 후반이 다가올 즘 슬슬 워홀 한번 다녀와볼까 하던 찰나에 팬데믹으로 길이 막혀버림;;

준비기간을 가질 겸 오히려 잘 됐다 싶어서 코로나 풀리면 바로 가자 생각하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함. 팀이 지고 있는데 웃고 있어요! 같은 느낌. 근데 준비를 하면서 개인적인 사정이나 심경의 변화도 생기고 일본 취업을 목표로 하게 됨. 


나 같은 경우엔 절친한 후배가 이미 도일해서 도쿄에서 일하고 있는 중이여서 여러가지 정보를 조금 더 자세히 접함.
예전부터 비자나 취업 여부를 떠나서 IT 업계에 대한 동경과 향후 비전 같은 것도 생각이 있었는데다 IT가 비자 받기 쉽다는 얘길 접하고 그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대체로 k-move나 국비지원 프로그램 수료하고 it 파견으로 넘어가는게 스탠다드란 결론에 도달했고 필요한 것들을 정리함.


비자 문제로 무조건 필요한건 군복무 해결, 대학 졸업증

있으면 좋은 IT 업종 자격으로는 JLPT N2, CCNA, 정보처리기사


라는 걸로 얼추 정리가 됐었음.


군 복무야 현역 잘 다녀와서 동원도 다 끝났으니 괜찮았는데 다른 게 다 문제였음.

짐작 가는대로 IT는 비전공자인데다 컴퓨터로 할 줄 아는건 전적검색이랑 정글 탓 하면서 CS 받아먹는 정도 뿐이였고
대학은 지잡 4년제 토목과 1년 다니고 자퇴하고 실용음악 해서 학력이고 경력이고 자격이고 아무것도 클리어가 안됐음;;


다행이였던 건 말은 배운 적도 없는데 읽고 말하는데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것. 지금도 쓰는건 잘 못함;;

야부리 터는거에 소질이 있다는 얘길 자주 듣긴 했지만 일본어 기초는 일본여행과 헬로톡으로 다져진 게 아닐까 생각함. 
= 연애 의도 빼고 헬톡을 자주 하는건 언어에 도움이 많이 된다 생각함. 

부디 정신 건강을 위해 연애는 현지 와서 만남을 가지길 권장함.
여튼 그래서 생각난 김에 대뜸 JLPT N2에 응시했더니 붙었네? 그래서 언어는 해결된 상태였음.

그리고 대학 졸업증. 당장 대학을 다닐 방법도 없고 해서 학점은행제를 이용함.

토목과였던 전공을 네트워크로 바꾸고 실질 9개월, 약 1년간 강좌를 들으면서 학점을 쌓고 2년제 전문학사 졸업증을 겟또함.

진짜 좋은 제도라고 생각함. 난 나중에라도 여유가 생기면 다른 것도 학은제로 더 배워보고 싶음.
학점은행제에 대해서는 네이버 지식인에 질문하면 플래너 선생님들한테서 연락오니까 직접 상담하는게 빠름.


문제였던건 CCNA랑 정보처리기사였음. 결론적으로는 둘다 자격증은 결국 안땄고 없어도 크게 상관은 없는데 

당시에는 미경력인 내가 경쟁해서 취업하려면 이게 있어야겠단 생각 뿐이였음.
태어나서 공부란 걸 해본 적 없는 내가 정보처리기사를 제한된 기간 내에 따는건 무리라는 생각에 그쪽은 포기하게 됨. 쫄?
근데 CCNA는 덤프라는 게 있네? 싶어 알아보면서 학점은행제 수업도 그쪽으로 맞춰서 듣게 됨.
이게 시스코에서 정립한 스위치와 라우터를 활용하는 실무중심의 네트워크 지식을 평가하는 인프라 계 초심자 자격증의 왕도더라. 인터넷 찾아보고 학점은행제 강의 듣다보니 홀리듯이 네트워크에 대한 매력을 느낌.


"그래 요즘 AI가 코딩도 하는데 인프라는 사람 안쓰면 안되는데다 수요는 많은데 지망도 없으니 이게 블루오션이구나"

가 당시 생각이였고 지금도 생각은 바뀌지 않음. 


혼자 공부를, 그것도 전문지식을 배워본 적이 없다보니 막막해서 대구에 딱 하나 있는 CCNA 교육기관을 찾아가서 등록하고 2개월 국비실무교육을 들음. 코로나로 지원이 줄어서 개편되서 기간도 짧고 애매했음. 근데 배워보니 더 모르겠네?

"일단 대통령 바뀌고 워홀 갈 수 있게 된거 같으니 넘어가서 현지에서 부딪히자." 는 생각이 들어서 무작정 넘어옴.

더이상 생각할 것도 없지 않나 싶었고 아무 경험도 없이 재는 것 보다 현지에서 부딪히고 정보를 얻는게 확실하다 싶었음.


그렇게 작년 4월에 넘어와서 6월에 지금 회사 견학하고 인프라 하고 싶다고 면접 보고 입사해서 현재 9개월 차에 들어섬.

입사하고 보니 스위치나 라우터 다룰만한 일이 애초에 그렇게 많지 않았음. 한번 설치해두면 딱히 바꿀 일이 없으니까.

그래서 CCNA나 마저 공부해서 따둬야지 싶어서 공부하는 차에 AWS가 눈에 들어왔고, 혼자 이것저것 알아보고 세미나 다니고 하다보니 회사에서도 밀어주게 되서 AWS 담당이 되었음. 회사 측에서도 가바쿠라 말고도 AWS 안건을 받기 시작하던 차에 클라우드에 관심 생긴 내가 나타나줘서 다행이라나 뭐라나.


지금 회사로 정했던 이유는, 여친 아버님 댁 옆에 사는 이웃이 여기 임원으로 일한다는 얘기 듣고(현 우리부서 부장) 위치가 가깝기도 해서 견학 신청함. 근데 회사 대표가 직접 나와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주고 얘길 들어주는 것도 호인상에 회사도 깔끔하고 나름 이 동네에서는 큰 회사라 면접 바로 보고 내정 받음. 아, 그리고 이미 회사에 한국인 형님이 한 분 다니고 있었음;; 그게 그나마 위안이 된 것도 되게 컸음. 나랑 다르게 굉장히 고스펙이신데 로봇공학 쪽 전공이셔서 지금 본인 사업 준비중이심. 가끔 초대 받아서 김장도 담그고 곰탕도 대접받고 있음 ㅎ


여기 외에도 세 곳 정도 더 봤는데 처음 봤던 지금 회사가 인상이 좋아서 이리로 오게 됨.


여기 사람들도 처음엔 엄청 당황하던 게, 갑자기 이 촌구석에 무작정 일하러 왔다고 하는데 말이 통하는데다 안그래도 지원 없는 인프라 하고 싶다니까 시켜보자 싶어서 뽑은거 같음. 힘들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워낙 힘 쓰는 일 많이 해본 것도 있고 각오도 했던터라 원래 역마살을 타고나서 그런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도 재밌고 맘에 듬.


회사 사람들도 착하고 기본 수평문화라 서로 들들 볶는 일도 없고 그냥 자기 할 거 열심히 하는 분위기.
다만 그만큼 친하게 지낸다는 끈끈함은 없음... 동네 특색인건지 모르겠는데 다 NPC 같음. 

블랙사축으로 키잡 오옥 상상했는데 미나시잔교 없고 복지도 괜찮음. 아마 시청에서 일 따서 하는데 공공기관 하청이 그런 문제 있으면 계약에 문제 있어서 그런거 아닌가 추측해봄. 급여는 미경험인거 상정해도 좀 맘에 안듬. 


IT 파견 갈 생각이였으면서 왜 도쿄가 아니라 그런 시골로 감? 이라 생각할 수 있음.

첫째로, 사실 헬톡에서 만난 여친이 여기 출신이라 여기로 옴...
둘째로, 지금 일본 정부가 데이터센터를 마츠에시로 옮기고 있음. 지진 대비인듯. 그래서 IT 쪽 지원이 꽤 세다고 함. 클라우드랑 루비 계열 개발 회사가 꽤 많다고 듣고 옴. (루비 제작자가 이 동네 출신이라 함)

는 그래도 그게 도쿄에 비할 바가 되나.. 동네는 참 살기 좋고 맘에 드는데 인프라가 역시 아쉬움.


지금 비자는 재류자격변경신청해서 현재는 취로비자로 되어있고, 기간은 처음부터 5년을 받음. 대표가 힘 좀 써준거 같음.

회사가 여기저기 손벌려놓은 것도 많고 협찬하는게 많아서 지역 견인회사 같은 걸로 등록 되있어서 회사보증이 컸나봄. 나중에 들은거지만 대표 집안이 무로마치 때부터 이어져 온 이 지역 유지라나. 그래서 대대로 당주만 쓰는 이름 이어받는데 나 오기 전에 개명했다나 봄.

되게 무뚝뚝한 사람이라 말은 자주 안하지만 대표가 어릴 때 미국에서 유학도 했어서 그런지 우릴 좀 봐 주는거 같다고 같이 일하는 형이 그러더라. 여러모로 고마움.


현재 업무는 공공 부문 솔루션/인프라 팀 소속이고 이즈모 시청 전체적인 IT시설 유지보수하는 쪽임. 노트북 렌탈해주는거 용도에 맞게 사양 세팅해주거나 현지에 기기 및 장비 설치, 프린터, UPS, 허브, 스위치, 라우터, 기타 컴퓨터 단말 유지보수, 인사이동 대응이나 신청사 인프라 설치, 선거 대응 등 기타 잡일부터 이벤트 대응에 유지보수 다 하고 지금은 연도말 지나서 한가한 기간이라 대신 내년도 국정 인프라 클라우드 전환사업 대비해서 근무시간에 AWS 자격증 취득 공부중임. 이번주 토요일 SAA-C03 시험치러 감...


회사 얘기가 너무 늘어져버렸는데 요점은,

1. 비자 결격 사유만 없다면 체재할 수 있고, 

2. 말만 통한다면 일할 방법은 많다는 것.

3. 막상 부딪혀 보면 길도 많고 방향도 많고 기회도 많다는 점.


다들 알다시피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포텐셜 채용이라 키잡 뉴들박 좋아하는 변태들이라 미경험, 무경력이라도 기회가 많음. 

심지어 나처럼 나이가 많은 미경험이라도. 다만 내 업무내용처럼 저런 잡일을 하게 되는 건 어느정도 감안해야 할 부분. 

능력에 맞게 일을 받는건 당연한거니까.


그래서 누구나 대체가능한 내 업무내용이 싫어서 AWS 공부중임. 

일본 옛말에 돌 위에서도 3년 이라는 말이 있다더라. 2년 더 있으면서 클라우드 실전경험도 쌓고 경력도 쌓아서 돈 더 주는 클라우드 업계로 넘어갈까 생각중임. 하고 싶은건 많은데 급여가 너무 낮아서 아무래도 신경쓰임 ㄷㄷ 물론 여기서 급여를 많이 받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아직 앞일은 잘 모르겠고 여기서 할 수 있는 눈 앞의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해보려고 함.


어느 정도 도피성 도일이었던 것도 있었지만 지금의 심경으로는 여기 오길 잘했다 생각중임. 일본을 좋아하고 이사람들의 방식을 존중하려 노력하고 있음. 앞으로도 일본에서 살아가고 싶고 나름 미래설계 한답시고 머리 굴려가며 스펙업중임. 아쉬운 점도 많지만 여기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웃으면서 즐겁게 살려고 노력중임. 같은 마음으로, 해외 나와서 고생 많은 일생챈러들도 다들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임.


얼마전 그 고래손 챈러 마냥 '느 이름은 인제 춘식이가 아니고 하루오여' 당하려고 여기 온건 아니잖아 다들 8ㅅ8


다들 잘 되길 바라고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써놓고보니 글이 너무 늘어지네. 글 재주가 없어서 죄송.. 

중요한 부분만 강조해뒀는데 가독성이 어떨지 모르겠네;;

그럼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