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권주자가 없다


지난 총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는 "문재인"이라는 강력한 대권주자가 있었다. 근데 지금 통합당에 대권주자나 그 비슷한 거라도 있느냐? 그렇지 않다고 본다. 보수에 그나마 있는 주자라고는 황교안, 홍준표, 김태호, 오세훈, 유승민... 다 어디 가 있느냐?


황교안-종로에서 20%p 차이로 밀리고 있음. 이낙연의 이미지와 지지율에서 앞서나가는 집권당의 상황을 생각할 때 이미 끝난 게임.

홍준표-수성을에서 민주당이 아니라 통합당 이인선하고 싸우고 있음. 2%p 차이밖에 나지 않아 여기도 이기기 쉽지 않은 선거를 치를 것 같음.

김태호-고향에 출마했는데도 오히려 통합당 강석진에 4%p 정도 밀리는 상황. 고향+서부경남의 엄청난 버프에도 안갯속 선거.

오세훈-이사람은 자청해서 광진을로 갔음. 종로 황교안보다는 낫지만 역시 민주당 고민정에 6~7%p 차이로 밀리고 있음.

유승민-보수의 유력한 대권잠룡은 맞지만 불출마에 당내 기반도 없는 정치인이 지지 결집에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는지 생각해보면...


보수 지지자들은 아무리 통합당을 찍어봐야 대권주자가 전멸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얼마나 결집해서 투표장에 나올까? 공천부터가 아주 잘못된 판단이었다. 정권을 되찾아오려면 활통에 화살이 많은게 훨씬 유리하고, 최소한 여러명의 대권주자가 경쟁하는 그림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공천을 대권주자를 험지에 내보낸다는 헛짓으로 시작했다. 보수 지지자들은 미래통합당을 수권정당으로서 강력한 대권후보로 정권 탈환을 노리는 보수의 대안으로 생각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남은 시간 통합당이 할수 있는 거라고는 보수 지지층 결집밖에 없었지만, 과연 선거 전 일주일간 보수 지지층에 어떤 일이 생겼을지는 잘 모르겠다.


2. 정권심판론이 작동하지 않는다


4월 2주차 기준 대통령 지지율이 54.4%로 올해 최고치를 찍은 이 상황에서 정권 심판론이 작동할 수는 없다. 보통 '정권 심판론'이 작동하려면 대통령 지지율과 집권당 지지율이 30%, 많이 나와야 40%쯤, 정권 부정여론이 최소 50%는 나와야 정권 심판론이 작동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지금 상황이 통합당이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올 상황인가?


수도권에서 여당이 참패했던 지난 두 차례의 총선을 보자.


19대 총선 당시 지지율(이명박)

긍정 24%

부정 64%

20대 총선 당시 지지율(박근혜)

긍정 39%

부정 48%

21대 총선 현재 지지율(문재인)

긍정 54%

부정 42%


이걸 보면 대통령 지지율이 최소한 긍정평가가 우위인데다, 트렌드 또한 부정평가 하락/긍정평가 상승인 현실에서 수도권에서 야당이 정권심판론을 작동시키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국 이후로 지지율 급락이 없었던 이 정권에서 지금 지지율은 여권 180석이 넉넉히 나왔던 18대 총선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때처럼 야권 지지자들이 선거를 내다버릴 것인가...? 는 지켜볼 문제이긴 하다.


그렇다면 일자리가 늘거나, 투자가 늘거나, 수출이 늘어서 대통령 지지율이 올랐는가? 아니다. 조국의 억울함이 밝혀져서 대통령 지지율이 올랐는가? 아니다. 현 정부의 부동산, 노동 정책에 집있는 사람과 노동자들이 모두 동의해서 대통령 지지율이 올랐는가? 역시 아니다. 다음은 왜 이렇게 정권 지지율 상승세를 끝내지 못하는지 알아보자.


3. 이슈가 없다


이슈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다 집어삼켜버렸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여당과 정권이 잘못한 것을 부각하지 못할만큼 미래통합당이 정말 무능한가? 코로나 관련 이슈인 '긴급재난지원금'을 미래통합당이 어떻게 다뤘는지 살펴보자.


1. 민주당이 "전국민 70% 지급"을 주장한다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32&aid=0003000579

: 통합당은 매표행위라고 비판하면서 '줄거면 다 주자'고 주장한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81&aid=0003078697


2. 민주당의 제안에 대해 비수혜자 대부분의 비난이 쏟아진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0&aid=0003278484

: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긴급명령권 발동으로 전국민 50만원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5&aid=0002990400


3.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그 제안을 받아 전국민 일괄 지원을 주장한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3&aid=0003521249


4. ??? PROFIT!!


긴급재난지원금 이슈를 제대로 폭발시켰다면 수도권에서 집 가진 사람들의 이반이 심해져서 오히려 민주당에 엄청난 자충수가 될 것이었다. 그러나 통합당은 '전국민 지급'을 먼저 꺼내면서 민주당이 그 악수에서 빠져나올 계기를 제공했다. 통합당이 긴급재난지원금을 다루는 방식은 정말 미숙했다. 


이슈는 주도성이 있어야 한다. 자기가 제안하거나, 또는 자기가 반대하거나 둘 중 하나를 통해 이슈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원래 이 문제는 야당이 먼저 나서서 주자, 또는 말자 할 이슈가 아니었던 것이다. 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처음 '매표행위'에서 전국민 일괄지원으로 입장을 바꾼 데 이어서 유승민 등 당 일부에서는 "허경영당같은 악성 포퓰리즘"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결국 표도 별로 못얻는 이슈에 괜히 뛰어들었다 당의 분열 양상과 선거 전략의 부재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려면, 그들이 잘못한 게 무엇인지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반대 진영에 있었던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영입하고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민주당의 '급소'를 찔러야 하는데 지금 급소를 전혀 찌르지 못하고 있다. 이건 '문재인 심판'이라는 구호 하나로 선거를 치르려고 한 통합당 지도부의 큰 실책이다. 민주당이 제일 아파할 부분이 어딘지도 모르고, 그걸 부각하는 방법도 모른다. 그건 통합당이 아직도 대중친화적이지 못한 정당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다.


4. 리더십이 없다

최악이다. 민주당이 잘못했다면서 정작 사과하는 건 여당이 아닌 야당이다. 차명진 사태를 이유로 내세우지만, 결국 TV에는 야당이 사과하는 모습만 부각돼서 나간다. 민주당의 '야당 심판' 프레임에 그냥 말려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차명진 제명 같이 선거철에 재빨리 해치워야 할 대형 악재도 3일 내내 끌고 갔다. 당연히 내내 차명진과 지도부의 대응이 뉴스에 비춰진다. 그러고서 '개헌선 위태롭다'고 주장한다. 밀리는 쪽을 찍어주겠다는 언더독 효과를 노린 것 같은데, 민주당의 대안이라는 걸 보여주지 못한 마당에 큰 효과는 없을 것 같다. 유세의 메시지도 문재인이 잘못한 걸 죄다 되돌리겠다는것 뿐이지 자기들이 뭘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을 전혀 제시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승리하면 코로나 경제위기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다"에 집중하기보다는 "민주당은 조국 정당", "민주당은 친중, 우한폐렴 정당"... 이런 식의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얼마나 표를 끌어올까? 



미래통합당은 여론조사에서도 강원, 충청권, 30~50대 지지율이 슬슬 빠지고 있는 와중에 샤이보수와 언더독 효과에만 매달리고 있다. 통합당의 참패를 예견해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미래통합당의 캠페인은 선거전략의 반면교사가 될 것이라고 본다.